뉴질랜드 길 위에 살면서
내가 김치를 한 것은 모두 세번.
첫번째 김치는 남섬의 더니든
아래쪽의 두메 산골인 카이탕가타.
간만에 방문한 우리에게 캠핑장 주인이
“김치” 운운하며 양배추를 선물하기에
더니든에 있는 한인가게까지 가서
젓갈과 고추가루를 사다가
양배추 김치를 만들었었죠.
https://jinny1970.tistory.com/3763
달랑 200g짜리 고추가루를 샀었는데,
카이탕가타에서 김치를 한번하고
볶음파스타를 하면서 수저로 듬뿍 퍼서
사용했음에도 여전히 남아있던 고추가루.
더운 날에 돌아다니다 보니
혹시 고추가루에 곰팡이가 생기는 건
아닐까 걱정까지 할 정도였죠.
떠날 날은 다가오는데,
여전히 남아있던 고추가루와 젓갈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해치웠습니다.
우리에게 선뜻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초대를 해준 모투에카의
키위(뉴질랜드 사람)네 갔었는데,
우리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김치”이야기를 하길래 옳다구나 하고는
얼른 젓갈과 고추가루를 꺼내서
김치를 만들어 버렸죠.
(얼떨결에 김치를 해줬던 키위의 이야기는
다음 번에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떠나기 전에 고추가루와
젓갈을 해치우고 나니 흐뭇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또 김치를
해야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우리는 차를 놓고 갈 장소로
크라이스트처치의 지인,
A의 집에 오게 됐고,
이곳에서 며칠을 보내야하니
내 나름대로는 “숙박비”을 대신할
선물로 김치를 선택했죠.
원래 한식을 좋아하는 A라 김치 선물은
더할 수 없이 좋은 아이템이었죠.
김치를 할 때 꼭 필요한 2종세트는
젓갈과 고추가루.
마늘이나 생강은 어디에서도
구입이 가능하고, 젓갈 같은 경우도
굳이 한국식품점을 찾지 않아도
다른 아시아 식품점에서도
구입이 가능하지만,
고추가루만은 아무데서나
살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한국식품점을 찾아야 하죠.
지금 우리는 크라이스트처치에 있고,
이 도시에는 한국식품점도 몇 개나 되니
김치를 하는 건 별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식품점에서 고추가루를 사는 와중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나는 김치를 한번만 할 예정이라
소량의 고추가루가 필요하고,
지난번에 샀던 200g짜리 용량이 딱인데,
아시아 식품점에서 판매하는 건
1kg짜리 고추가루.
작은 용량이라면서 500g짜리도
있다고 했었는데, 진열장을 돌고
또 돌아도 보이지 않는 500g짜리
용량의 고추가루.
김치를 만들어준다고 약속을 했는데,
1kg짜리 고추가루밖에 없어서
사지 못했다는 변명은 조금 아닌 거 같고..
그렇다고 김치는 한번만 만들건데,
1kg을 사는 건 무리가 있고!
혹시나 싶어서 식품점 직원에게
다른 지점에서 살수 있는지
문의를 해봤지만, 크라이스트처치
시내에 있는 한국식품점에서 500g짜리
고추가루가 떨어진지 꽤 됐다는
이야기만 해줍니다.
고추가루를 구할 방법을 묻고
또 묻는 내가 안타까웠는지
“건너편에 있는 한국식품점이 하나
있기는 한데, 거기는 있을지 모르겠네요.”
건너편 한인식품점은 길가에서는
간판이 잘 보이지 않아서 나 같은 관광객은
한번에 찾지못할 위치였죠.
식당 뒤에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식당 옆으로 가보니 가게의
간판을 볼 수 있었고, 그렇게 가게에
들어서니 나를 보며 모두 인사를 해줍니다.
이렇게 나를 환하게 웃으면서
맞아주는 가게는 오랜만이라
내가 마치 VIP가 된듯한
기분까지 들었죠.
(외국의 가게들은 손님이 오거나
말거나 별로 신경을 안씁니다.
물건을 사겠다고 해도
“네가 물건을 사거나 말거나..”는
표정으로 날 빤히 쳐다볼 때가 많죠.)
문 앞에서는 아버지 연세뻘의
남자분이 웃으며 인사를 해주셨는데,
가게에 들어서니 아드님 되시는 듯한 분이
상품을 진열하다가 들어서는
나를 보고는 또 반갑다고 인사를 해주시고,
고추가루의 위치를 묻는 나에게
며느리 되시는 분인 듯한 분이
또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셨죠.
월급 받고 일하는 직원의 무성의한
태도가 아니라 “내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을 반갑게 맞는 가게 주인 같은 태도에서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임을 알 수 있었죠.
여기서도 500g짜리 고추가루는 없지만,
‘조미용’ 고운 고추가루는 500g이 있었습니다.
보통의 김치는 굵은 고추가루로 하지만,
고운 고추가루도 고추가루이기는 하니,
(한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그래도
고추가루이니 고운 걸로 해도
김치는 될 거 같은데..
“고운 고추가루로 김치를 해도
되지않을까?”는 나의 질문에
“어머니께 문의”를 해보자는 며느님의
조언에 따라 카운터를 보시는
어머니께로 직진.
결론은 고운 고추가루로
김치를 하면 안된다!
고운 고추가루로 김치를 하면
김치가 죽같이 된다고 하셨죠.
실제로 해보신 것인지는 잘 모르겠고,
나 또한 직접 해본 적이 없으니
시도는 하지 않고,
그냥 조언을 따르기로 했죠.
문제라고 한다면 이곳에서도
김치용 고추가루는 1kg 용량만
남아있다는 것.
200g짜리 태경 고추가루가
진열대에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었는데,
진열대는 비어있었고 확인 해 보니
매진 상태.
파는 입장에서야 “물건이 없다.”
하면 되는 일이고,
사는 입장에서는 “없으니 이번에는
김치를 못 담겠네.”하면 되지만!
나는 김치를 해주겠다는 말을
이미 뱉은 상태이니 내가 한 말에는
책임을 져야하는 상태.
그렇다고 김치 한번 담겠다고
고추가루 1kg를 사는 건 무리가 있고,
이 상황을 나는 어떡게 해야하나싶어
멍때리고 잠시 서있으니
예상밖의 일이 일어납니다.
나에게 “소량만 필요한 것이 맞냐?”
물으신 어머니는 며느님께
“태경 고추가루가 몇 그램”인지
물어보시더니만 얼른 나가십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니 지퍼백에
소량의 고추가루를 담아 오신 어머니.
지퍼백에 담긴 고추가루를 보니
고추가루를 사지 못할까 조바심이
나던 내 마음이 한 번에 편안해졌죠.^^
제품에 바코드가 없어 계산이
불가능한 상태의 며느님께
시어머니가 한마디 하셨죠.
“계산은 태경 고추가루 가격으로 넣으면 돼!”
이렇게 나는 200g 포장의
태경 고추가루 대신에 지퍼백에 담긴
200g고추가루를 살수 있었습니다.
정해진 시간만 적당히 일하는
월급 받는 직원이었다면
“죄송하지만 물건이 없다.”는 자세로
고객의 위기상황을 맞받아 처버렸을텐데..
위기에 대처하는 한국인의 순발력이
아니었다면 나는 김치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 뻔 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김치를 만들 줄 아는 분이시라면
여행중 ‘젓갈과 고추가루’를 가지고 다니시면
공짜 숙박이나 다른 것을 대신 할
선물로 김치가 딱입니다.
의외로 한국인과 접촉을 한번도
해본적없는 사람들도 김치를 알고있고,
또 김치선물을 엄청 좋아합니다.
사먹기에는 김치값이 고가라
이런걸 공짜로 만들어주면
엄청 환영받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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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스팅과 관련이 깊은
우리 부부의 뉴질랜드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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