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업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나는 유독 노년의 생활을
신경 써서 보게 됩니다.
내가 사는 오스트리아에서는
시부모님과 내가 근무하는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의 생활을 엿보고,
한국에 잠깐 머물 때도 그곳
어르신들의 생활을 신경 써서 봤죠.
내가 지금까지 다녀본 나라 중에서
건강한 노년생활을 하는 나라를
손꼽아 보자면 그중 가장
으뜸은 뉴질랜드입니다.
뉴질랜드가 관광으로는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자연을 소유하고 있지만,
살아본 사람만 아는 이야기를 해보자면..
돈을 벌기도 힘든데, 월세도 비싸고,
생활비도 비싼 나라라 실제로
살기는 참 힘든 나라죠.
남편도 그곳의 멋진 풍경에 반해서
그곳에 살아보겠다고 영주권이라고
불리는 영구 거주 비자까지 취득했지만,
일상을 사는 건 힘들다고 판단을 해서
돈을 버는 일은 오스트리아에서 하고,
뉴질랜드는 그저 가끔 휴가를
가는 나라로 생각하게 되었죠.
뉴질랜드의 노년 생활은
전에도 알고 있었습니다.
은퇴를 하면 집을 팔고,
중고 버스를 사서 직접 개조를 하던가,
이미 개조된 중고버스를 사서
젊을 때는 시간도, 돈도 없어서
하지 못했던 뉴질랜드
전국일주를 시작하죠.
10여년 전에만 해도 이렇게
여행 다니시는 분들이 좋아
보이기 보다는 조금 안스러웠습니다.
돈을 아껴야 하니 숙소는
돈을 내야하는 캠핑장 아닌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고기는 목장에서 양 한 마리 단위로
직거래를 해서 조금 더 저렴하게 구매하고,
과일은 달리다가 만나는
과일나무에서 따 모으죠.
물론 모든 어르신이 이렇게
알뜰하게 여행하시는 건 아니지만,
집을 팔아버려 돌아갈 곳이
없다는 공통점은 갖고 계시죠.
남편이 “친구”라 부르는 뉴질랜드
사람(키위) 어르신이 한 분 계십니다.
올해로 여든이 되셨으니
안락한 집에서 사시면서 마당에서
내리쬐는 햇볕을 즐기실 거 같지만,
뉴질랜드의 80대는 아직 청춘이시죠.
우리와의 인연은 12년 전에 낚시하면서
시작됐다고 남편이 이야기를 하던데..
아쉽게도 내 기억에는
이 어르신 부부가 계시지 않죠. ㅠㅠ
우리는 이번에 이 어르신 부부와
며칠 함께 낚시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80대 초반의 할배인 로저와
70대 중반의 할매, 쥴리.
겨울에는 오클랜드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시지만,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 캠핑카에
모든 것을 싣고 부부만의
긴 여행을 시작하십니다.
로저&쥴리와 함께 하면서 가장
시간을 많이 보냈던 것은 바로 낚시.
보통 낚시는 강이나 바다 혹은
호수에서만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호수와 호수 사이를 연결하는
Canal 카날(수로/운하)에서 낚시를 했었죠.
매년 뉴질랜드의 구석구석을
전국일주를 하시는 분들이라
낚시도 어디가 포인트인지
아주 잘 아시는 분들이죠.
이번에 며칠 함께 다니면서
남편은 수로에서 낚시하는 방법이나
수로의 어디쯤이 연어를 잡을 수
있는 포인트인지 제대로 배웠죠.
하지만 아시죠?
포인트와 방법까지 알았다고 해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연어가 됐건
송어가 됐건 잡을 수는 없습니다.ㅠㅠ
이번에 로저&쥴리와
며칠 지내면서 뉴질랜드의
노년생활을 바로 볼 수 있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70~80대.
노년 생활은 건강이 안 좋은 경우는
요양원에서 지내시고,
그나마 거동이 가능하신 분들이라면
집에서 사시면서 하루 세끼 챙기고,
마당이나 소소하게 가꾸면서
그렇게 편안한 하루를 보내시는데..
로저&쥴리는 60대 못지 않게
팔팔 하시죠.
남편이 받은 로저의 문자를 보고
놀랐던 것은 한두 문장이 아닌
장편 소설을 쓰신다는 것.
난 문자가 아니라
이메일 인줄 알았습니다.
젊은 사람도 아니고 돋보기를 써도
눈 앞의 것이 가물가물하신
80대 어르신이 보낸 문자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장문이었죠.
로저&쥴리의 캠핑카 뒤에서
1박도 했었고..
내가 아는 70대(시아버지)는
전자제품을 다루는 것이 서투르고,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인터넷을 이용한 페이스북
활동 같은 건 힘들어 하시는데,
쥴리는 페이스북 활동을
엄청 활발하게 하시죠.
70대 할매와 80대 할배지만
두분 다 키가 크시고,
쉽게 지치시지도 않고,
낚시하느라 끼니를 건너
뛰어도 거뜬하십니다.
두분 다 나이에 비해서 심하게
건강하신건 알고 있었지만,
함께 낚시하면서 두 분의 신체
나이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건
쥴리가 연어를 잡았을 때!
수로를 막아놓은 댐 쪽은
위험해서인지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게 울타리로 막아왔죠.
울타리를 꽤 높게 쳐 놨지만,
낚시꾼들은 울타리 위로
낚싯대를 던지는데,
무거운 연어를 잡은 후에는
어떻게 끌어올리는지
그것이 참 궁금했었는데..
내 궁금증은 생각 외로
쉽게 풀렸습니다.
쥴리의 낚싯대에 커다란 연어가 걸리니
연어가 힘이 빠질 때까지 연어가
낚시대의 바늘에서 빠지지 않게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연어를
물가 쪽으로 땅기나 싶었는데,
쥴리가 갑자기 허리보다 높은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서
아래로 내려가더니만 물가에 온 연어를
얼른 주어서 다시 울타리를 넘어옵니다.
원래는 들어가면 위험하다고
경고 표시가 있지만 낚시꾼들은
자신이 잡은 고기에 정신이 팔려서
울타리를 후딱 넘어다니죠.
함께 낚시한 두 남자
(로저 할배랑 내 남편)는 못 잡은
대형 연어를 잡은 쥴리.
연어를 잡은 쥴리도 대단하고,
70대 중반의 할매가 그 높은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간 것도 대단하고!
로저와 쥴리가 나이보다는 훨씬
젊게 사시는 분들인 것은 알았지만,
70대 중반의 나이에 높은
울타리를 뛰어넘어가는 할매는
지금까지 본적이 없었는데..
내가 아는 70대 중반은
요양원에서 직원들의 도움을 받고
사시거나, (시어머니 같은 경우는)
집에 사시지만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어서 몸을 움직일 때마다
앓는 소리를 내시는데..
뉴질랜드의 70~80대
어르신들은 내가 만나본 중에
가장 건강하십니다.
농담처럼 “10년만에 만났으니
10년 후에 또 보자”고 하고
헤어졌는데, 두 분은 정말
10년후에도 그 모습 그대로
낚시를 하시면서 뉴질랜드
전국일주를 하고 계실 거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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