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 보면
참 많은 일들이 생깁니다.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이런저런 일들도 많이 생기죠.
우리가 누군가에게 뭔가를
줄 때도 있지만 받을 때도 있고,
한국인 마눌은 “밥상에 수저
하나만 더 올리면 되지.”라는
생각에 가끔 우리의 밥상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일도 있죠.
여행하면서 아주
다양한 것들을 받아봤지만,
찬밥을 받기는 처음이었습니다.
하기는 우리가 만난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백인들인데,
밥을 안 먹는 백인들이 “남는 밥”이라며
나에게 줄리는 없었죠.
우리가 그녀를 만난 건
아서스패스 가는 길에 있는
“Lake Pearson 피어슨 호수”의 캠핑장.
뉴질랜드 자연보호부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이라 멋진 풍경이지만 가격은
저렴한 20불짜리 캠핑장에서죠.
멋진 풍경에 저렴한 가격이지만
단점도 있으니 냄새 나는 화장실에
식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곳을 지나는 길이라
이곳에서 1박을 하기로 했고,
호수를 끼고 있으니 남편이 원하면
이곳에서 낚시를 할 수도 있어서
선택했죠.
(사실은 이 곳 밖에
선택지가 없었습니다.ㅋㅋㅋ)
우리가 하룻밤 머물려고 자리잡은
호숫가에 눈에 띄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외모는 동양인, 굳이 나라를
구분 해 보자면 “필리핀?”
내가 필리핀에서 몇 년 산 세월이 있어
필리핀 사람들은 바로 알아보죠.
여행중에 꽤 많은 필리핀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고,
대부분의 필리핀 사람들은 영어가
가능하니 전세계의 다양한 직군에서
근무를 해서 그런지 요즘은 가는 나라마다
필리핀 사람들을 만나게 되죠.
혼자 온듯한 그녀는 자그만 텐트에서
머무는듯 한데 호수 앞에 자리한
한 현지인 커플의 옆에 앉아서
식사를 합니다.
물론 커플은 자신들의 음식을,
필리피나, 그녀는 자신이 한 밥이랑
음식을 가지고 가서 먹고 있었죠.
우리가 도착한 날 오후에는
차 안에서 밖을 관찰만 했습니다.
필리피나 그녀는 커플 옆에 붙어서
내내 대화를 하고 있어서
내가 차 밖으로 나갔던들 그녀는
나와 대화할 시간은 없었죠.
다음 날 아침,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캠핑장을
오락가락 하다보니
우리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호수 풍경을 찍고있던
(어제 봤던) 필리피나 그녀가
인사를 해왔습니다.
그녀는 내 예상대로 필리핀 출신이었고,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살며
그곳에서 무슨 테라피스트로
일을 한다고 했죠.
주말에 시간이 나면
“피어슨 호수”에 자주 온다는
그녀는 이번에도 주말 2박을 하려고
이곳에 온 내 나이 또래의
50대 초반 싱글녀였습니다.
남들이 자는 이른 아침에
아시아 아낙 두 명은 호숫가에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뉴질랜드에 살다가 나이가
조금 더 들면 고향으로
돌아갈 예정이라는 그녀는
고향에 집도 사 놨다고 했고,
이곳에서도 집을 사려고 돈을
열심히 모으고 있다고 했죠.
집도 있고, 돈도 잘 벌지만
아직 싱글이라는 그녀에게
“좋은 남자”만나서 앞으로
꽃길만 걸으라는 덕담으로
대충 대화를 접었는데,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그녀가 날 찾아왔습니다.
뭔가를 들고 왔는데 보니
밥이 넘치도록 담긴 냄비 하나.
“나는 내일 떠나는데
어제 밥을 너무 많이 해서..”
주말 딱 이틀 숙박을 하는데,
밥은 10인분을 해 버린 그녀.
밥을 할 때 배가 엄청 고팠나 봅니다.
차로 두시간 거리의
크라이스트처치에 살고 있으니
찬밥은 집에 가지고 가서
먹으면 될 거 같은데 굳이
나에게 주고 싶었던 것인지..
아시아 사람들은 밥을 주식으로 먹으니
같은 아시아 사람인 내가 찬밥을 주기
가장 좋은 상대였나 봅니다.
생전 처음 본 사람이 주는 찬밥을
한번에 선뜻 받기는 거시기 한데..
(안에 뭘 넣었을 줄 알고!!)
냄비가 넘치도록 담긴 찬밥을 보니
무작정 거절할 수도 없고!
살림을 해본 사람들은 알죠.
해놓은 음식을 버리는 건 아까우니
이왕이면 누군가가 내 음식을
먹어줬음 하는 그 마음!
일단은 버리더라도 내 앞에 들고
온 찬밥은 받아야 하는 상황.
그녀가 원하는 대로 빈통을
그녀의 밥 냄비 옆에 갖다 대니
후하게 냄비의 밥 중에 반을
나에게 퍼주는 그녀.
그녀가 가고 난 후
내 손에 담긴 찬밥을 보더니
남편이 짜증을 지대로 냅니다.
“왜 이런걸 받았어?”
나도 처음에는
사양을 하려고 했었는데,
그녀의 밥 냄비를 보니
내가 찬밥을 받아야 할거 같은
상황이라 넙죽 받았습니다.
밥 안에 뭔가를 넣어서
누군가를 죽일 여자는 아닌 거 같으니
받은 찬밥은 먹어야 하는 거죠.
처리해야 할 요리 재료가 생기면
바로 해버려야 하는 거죠.
그날 저녁 나는 필리피나 그녀가 준
찬밥을 볶음밥으로 만들어 놓으니..
볶음밥 만들기가 끝나기 무섭게
남편이 프라이팬의 볶음밥을
마구 퍼먹었습니다.
“처음 본 사람을 어떻게 믿고,
찬밥은 왜 받았냐?”며
궁시렁을 지나쳐 짜증을 지나치게
심하게 내던 남편이었는데,
자신이 불과 몇시간 전에
난리 친 것은 잊은 것인지..
남편이 앞뒤가 안 맞는
인간형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맨붕도 옵니다.
어디다 갖다 버릴 수도 없는
내 남편이라..ㅠㅠ
“인간아~그렇게 먹을거면서
찬밥을 왜 받았냐고
왜 그렇게 성질을 냈냐?”
이번 여행에서 밥을 해먹은 건
처음이었습니다.
밥을 안 좋아하는 남편과
여행을 하게 되면 밥을 해먹는 건
아예 엄두를 내지 않기 때문에
쌀을 사지도 않으니
밥 같은 건 우리의 메뉴에
아예 존재하지 않았거든요.
생각지도 못한 찬밥을 얻어서
가지고 있는 야채 다 때려놓고
이렇게 볶음밥을 만들어 놓으니
근사한 한끼로 탄생.
추운 날씨라 라면까지 끓여 놓으니
나도 남편도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난감한
선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것으로 우리부부가 한끼를
해결하고 보니 금액으로 따지자면
얼마 안되지만 참 감사한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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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뉴질랜드에 도착후
보낸 며칠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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