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당에서 직접 가꾼
유기농 양배추를 선물로 받았을 때
반응은 제각각이었습니다.
마눌은 양배추를 준 사람이
“전에 만들었던 양배추 김치”를 운운했으니
당연히 양배추 김치를 만들어서
“자기도 달라”는 걸로 이해를 했는데,
남편은 양배추를 보자마자
“코울슬로 샐러드”를 이야기 했죠.
남편은 김치에 들어가는
젓갈 냄새를 질색해서 집에서도
남편이 있을 때는 김치 만드는걸
피하고 있어, 남편과 24시간 함께 하는
여행중에 김치를 만들 계획은 전혀 없었는데,
양배추 김치 운운하며 양배추를
선물로 주니 생각지도 못한 양배추
김치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
물론 나에게 준 양배추로
뭘 만드는가는 내 맘이지만,
마당에서 정성껏 끼운 유기농 양배추이고,
나에게 양배추를 준 그녀의 사심을 알기에
모른척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코울슬로”운운하는
남편을 설득해야 했습니다.
“남편, 그녀가 “네가 전에 만들었던
양배추 김치”를 이야기 했었고,
“나도 만들어봤는데 실패했다”는
이야기도 했어.
나에게 다시 양배추 김치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이야기잖아.
그러니까, 코울슬로는 나중에
우리가 양배추 사서 만들자.”
나의 말에 남편은 토를 달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지금 거의 10년만에 우리의
지인이 하는 캠핑장을 방문중이거든요.^^
김치를 만들 양배추가 생겼으니
가장 중요한 재료만 사러 더니든에
간김에 한국식품점에 갔었죠.
김치를 만들 때 없어서는 안되는 양념인
고추가루와 젓갈만 한국식품점에서
구입을 하고 마늘은 현지 슈퍼마켓에서 구매.
양배추 김치 만들 준비를 한다고
그녀에게 연락을 하니 그녀가
양배추 2통을 더 가져옵니다.
얼떨결에 양배추 한 통이 아닌
3통을 김치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원래 손 큰 아낙이니 절대 당황하지 않죠.^^
그녀의 마당에서 자라는 파와
내가 가지고 있던 당근도 넣고,
여기저기에서 모은 양념으로
일단 김치 만들기는 성공했습니다.
그녀에게 양배추를 잘라서 소금물에
한 번 적신 후에, 다시 소금을
뿌려서 절이는 방법을 보여주고,
몇시간이 지난 후에 양배추를
씻는 것도 보여줬죠.
김치를 맛있게 만들려면
젓갈에 사과, 양파, 마늘, 생강을 넣고
믹서에 간 다음에 고추가루만 넣으면 되지만,
지금은 믹서가 없는 상태라
젓갈에 고추가루, 생강, 마늘에 설탕을 넣고,
추가로 들어가는 야채로는 당근, 파!
가능한 쉽게 만드는 방법을 보여줬습니다.
우리가 가고난후에도 그녀가
김치를 해 먹을 수 있게 말이죠.
https://jinny1970.tistory.com/99
마당에서 자라는 유기농 양배추가
아직 어린 녀석들이라 김치로 해놓으니
다행이 맛은 있을 거 같은 비주얼.
만든 김치는 통에 담아서 하루를 익혔습니다.
그리곤 냉장고에 넣을 때
그녀에게 김치를 보여주고 맛도 보여줬죠.
이때쯤 냉장고에 넣으면 된다고.
냉장고에서 이틀쯤 익힌 김치의
맛과 상태를 그녀에게 보여주고,
작은 통에 옮기면서 나에게 양배추를
선물한 그녀에게도 푸짐하게 한통 선사했습니다.
양배추 김치는 대충 3통이 나왔는데,
내가 한 통 챙기고, 그녀에게 한 통 주고,
나머지 한 통은 그녀의 집에서 있었던
파티(저녁식사 초대)에 가져갔죠.
모두들 내가 만든 양배추 김치를
맛있게 먹어줘서 엄청 흐믓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치를 먹으면서도
입가에 뻘건 김치 국물은 묻히지 않는데..
김치를 먹어서 입가가 온통 벌개진
외국인들을 보는 것이 신기한 저녁이었죠.
양배추 3통은 너무 많은 거 같아서
김치를 만들면서 양배추 약간을 남겨서
남편이 원하는 코울슬로도 만들었습니다.
마눌의 음식에는 좀처럼 감탄을
안하는 남편이 감탄하는 코울슬로의
맛이었는데, 내 입맛에는 짭짤했죠.
그렇게 양배추로 두 종류의 반찬(?)을
만들어놓고 보니 각자가 먹고 싶은 것
알아서 찾아 먹기.
남편은 코울슬로, 마눌은 김치!
서로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놓은
양배추 요리로 우리부부는 한동안
반찬 걱정없이 지냈습니다.^^
뜬금없는 양배추 선물이고,
“김치”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
조금 당황했었는데..
오히려 나에게 득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김치가 원래 어디에 내놔도 다 어울리는 반찬이죠.
맨입에 먹을 수 있고, 밥에도 괜찮고,
국수에도 어울리고,
토마토 소스가 들어가는
파스타에도 어울리지만,
치즈 토스트에도 꽤나 잘 어울렸습니다.
처음에는 누군가를 위해서 만드는
김치라 생각을 했었는데,
김치로 인해 행복한 사람은 나였으니
내가 선물의 가장 최혜자였습니다.
내가 만든 양배추김치는
그후로 한동안 나의 끼니를 풍성하게
만들어줬으니, 나에게 양배추를 선물해준
그녀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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