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여행을 하면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여행중에 나는 친해질
생각으로 말을 걸어보지만,
여행중에 만나는 현지인들은
내 생각대로 내 말을 받아주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인종차별적인
말을 들을 수도 있으니 섣불리
말을 거는 건 조심해야하죠.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먼저 말을 걸지 않습니다.
우리가 여러 번 왔던 이곳은
우리에게 추억이 많은 곳입니다.
https://jinny1970.tistory.com/1182
지금은 남편의 전용 미용사로
활동중인 마눌이 처음으로
남편의 머리를 잘랐던 곳이 바로
이 부루너 호숫가의 캠핑장이었죠.
캠핑장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은
대체로 남에게 무심한데,
내 바로 앞에 앉아서 식사를 하던
여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여행자 치고는 행색이 너무 초라했지만
키위(뉴질랜드 사람)들은 워낙
꾸미지 않으니 그녀가 키위라는 건
한 번에 알 수 있었죠.
마침 남편이 구워낸 케이크도
있고 해서 남편과 함께라는 그녀에게
케익 한 조각을 내밀었습니다.
나눠먹는건 한국인이 인심이고,
케익은 따뜻할 때 먹어야 맛이 있으니
남편이 만든 케익이지만
마눌이 선심을 썼죠.
솔직히 말하면 그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어서 케익을 내밀었었습니다.
우리 캠핑카 바로 뒤의 캐빈에서
머물던 커플은 낮에는 모터 보트를 타고
부루너 호수에 낚시를 다니니
혹시 “내 남편도 그들의 보트를
함께 타고 낚시를 갈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흑심이 있었죠.
보트는 4명이 탈수 있을 정도의
크기이니 케익 한 조각 얻어먹는
답례로 낚시꾼 남편을 그들이
낚시 갈 때 데리고 가면 우리는 땡큐.
낚시꾼 남편을 따라다니면서
알게된건 호수 낚시는 웬만하면
배를 타고 호수로 들어가야
뭔가를 잡을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는 것.
내가 원하는 건 그들의 보트에
남편을 살짝 태워주는 거였는데,
그들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제안을 해왔죠.
아벨타스만 국립공원 쪽으로
이동을 할거라고 하니
자신들의 집이 모투에카에 있으니
그쪽으로 오게 되면 “캠핑카 말고
편안한 자신의 집 침대에서
하룻밤 자고 가라”네요.
그들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
마눌은 걱정만 했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랑 무슨 말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나?”
오랫동안 집순이로 지내다 보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살짝 무섭기도 했지만,
“와서 자라”했다고 무턱대고
그들의 집을 방문하는건
또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그들이 집으로 향하면서 남편에게
몇번의 다짐을 받았습니다.
“방을 준다고 했지만, 우리는
그냥 우리 차에서 자겠다고 해.”
최소한 잠은 우리 차에서 자는 것이
그들에게 신세를 덜 지는 방법이죠.
우리 차에서 자겠다고 했는데도
“잠은 침대에서”를 외치는 그들에게
우리가 차선책으로 내놓은 방법은..
“그럼 침대보랑 이불, 벼개는
우리 것을 이용할께!”
그들의 침대 위에 우리 침대보를
씌우고, 우리가 덮고, 베고 자던 것들을
챙겨 가면 나중에 그들이 빨아야 할
세탁물이 생기지 않으니
조금 덜 미안할 수 있죠.^^
그 집에 도착하니 그들은 처음
꺼낸 이야기는“김치 만드는 법”
독일의 발효시킨 양배추인
“사우어크라우트”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그들은 ‘김치를 만드는 법’을
인터넷에서 검색도 했었다 했죠.
한번에 알았습니다.
그들이 오스트리아/한국인 커플을
초대한 이유는 한국인 아낙이
만드는 김치를 배우고
싶어서였다는걸!
김치는 그들의 텃밭에서
잘 자라고 있는 양배추를 따다가
절이는 것부터 시작을 했죠.
내가 한국인이라 김치를 만들 줄 알고,
그들이 김치 담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해도, 김치를 담을
고추가루나 젓갈이 없다면
엄두를 못냈을텐데..
마침 김치 한번 담을 정도의
고춧가루와 젓갈이 있어서
가능했던 김치만들기.
그들에게 1박 신세를 지는
대신에 나는 김치 만드는 법을 제공하니
공짜 숙박은 아니어서 다행.
그들이 우리에게 제공한 것은
숙박뿐 아니라 바다 낚시 투어.
나란히 ‘전문 체육지도자 (카약 포함)’로
활동했다는 부부는 생선이 필요하면
모터보트를 타고 직접 바다로
나가서 잡는다고 했죠.
우리를 초대한 부부는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육류는 소, 양, 말, 망아지,
닭 등을 마당에서 키워서
고기와 달걀을 해결하고,
야채나 과일도 마당에서 나는 걸로
해결하고, 생선 같은 경우는 바다에
보트를 띄워서 직접 잡는 거죠.
우리가 방문했던 그들의 집은
한마디로 농장.
https://jinny1970.tistory.com/3832
아! 야생 고기인 멧돼지나
노루 고기도 냉동고에 있는걸 봐서는
사냥도 직접 하시는 듯 하고!
부루노 호수에서 만났을 때
“우리 집에 오면 같이 바다로 낚시를 가자”고
하셨지만, 빈말 인줄 알았는데,
다음날 우리를 위해서
바다에 배를 띄우셨죠.
우리와 함께 보트 타고 바다 낚시를
가서는 짧은 시간에 스내퍼라 불리는
대구를 4마리나 잡았습니다.
그 중에 두 마리는 요리해서 먹고,
나머지는 우리가 그곳을 떠나올 때
먹으라고 다듬어서 주셨죠.
하룻밤 신세만 지려고 했었는데,
저녁도 얻어먹고, 아침도 얻어먹고,
보트까지 바다에 띄워서 바다낚시로
스내퍼도 잡게 해주시고!
브루너 호수에서의 아주 짧았던
만남이 우리에게 이렇게
큰 선물로 돌아왔습니다.
바다낚시를 끝내고는 자신들은
다음 날 떠날 카약 여행을
준비해야 한다며 우리와는
작별인사를 일찌감치 했고!
우리는 그 집을 떠나기 전에
“마음껏 따가라”는 마당의
과일나무 사이를 오락가락 하면서
여러 종류의 과일들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우리를 초대했던 커플이 다음날 간다는
“프렌치패스의 뒤르빌 아일랜드”는
카약으로 가기에는 위험한 지역인데,
둘 다 카약지도자로 일을 했던
부부라 일반인은 엄두를 못 내는
지역으로 1주일 여정의 캠핑
여행을 떠난다고 했죠.
일반인은 꿈꾸지 못하는 여행이라
남편은 그들과 함께 가고 싶어했지만,
(전문 카약 가이드 2명과 함께 하니
어디에도 없을 기회이기는 했죠.)
우리는 뉴질랜드를 떠날 날이
다가오니 그저 여행을 떠나는
그들에게 "안전한 여행을 하라”
인사를 하고 그곳을 떠나왔습니다.
여행자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건
여행자에게는 감사한 일이지만,
잠자리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많이 불편한 일입니다.
모르는 사람을 집에 들여야 하고,
또 그들이 떠난 다음에는
그들이 사용한 이불이며 여러가지를
세탁하고, 청소도 해야하니 말이죠.
타인인 우리를 초대해서
숙박, 식사에 바다낚시 투어까지
제공한 그들에게 나도 김치를
만들어줬으니 내가 100% 신세만
진 것은 아니라 생각하며
그곳을 떠나왔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그때는 다른 걸로
이 신세를 갚을 날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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