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현지인 남편에게
내가 겪은 상황이 정상인지
물어볼 때가 있습니다.
내 눈에는 아닌데,
“이곳의 문화에서는 괜찮은건가?”
하는 마음에 말이죠.
오늘도 그런 날이죠.
남편에게 그동안 생각만 했던
질문을 던졌습니다.
“남편, 사람의 성 뒤에
“Lein라인”을 붙여서 불러도 되나?”
“누가 그래?”
“우리 요양원 흑인도우미가 병동내
어르신의 성 뒤에 Lein를 붙여서 부르더라구!”
“미친거야?”
남편의 한마디에 정리가 됐습니다.
독일어에는 단어의 뒤에 붙어서
사용하는 축소형 어미가 있는데,
어떤 명사에 작거나 귀엽다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대표적으로 “-lein라인”과 “-chen헨”이 있죠.
‘Lein라인’ 같은 경우는
시어머니가 남편이 어릴 때
“theolein테오라인”이라 불렀다고
하셨는데 뜻은 “쪼맨한 테오”죠.
‘chen헨”의 대표적인 단어라고 한다면
“Brötchen 브뢰헨”.
Brot브롯(빵)뒤에 축소형을 붙여서
“쪼맨한 빵”이죠.
흑인도우미는 사람의 성 뒤에
Lein라인을 붙였는데,
내 성인 “신”뒤에 붙여서 나를 불렀다면
나는 “쪼맨한 신”이 되는 거죠.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해도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부르는 건
실례일 거 같은데,
그녀는 아무 거리낌없이 불러대죠.
나는 들을 때마다 신경이 쓰이던 일이라
오늘 남편에게 물어봤는데,
역시나 오스트리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나 봅니다.
M은 평소에도 90대 중반의 할매를
\“Pupilein푸피라인”이라고 부릅니다.
Puppy푸피는 강아지”에
Lein라인을 붙였으니
“쪼맨한 새끼강아지”가 되는 거죠.
자기가 낳은 아이나, 할머니가
손주를 부르는 애칭이라면 가능하지만,
20대 도우미가 90대 할머니를 부르는
애칭으로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단어죠.
나도 동료 중 누군가 나를
“Puppy푸피”라고 부른 적이 있었는데,
나보다 연상의 동료였음에도 갑자기
내가 “개새끼”가 된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그 동료는 동료나 병동의 어르신을
“푸피”라 부르는 습관이 있었지만,
그녀가 나를 부르는 것도, 어르신을
부르는 것도 나는 영 못마땅했죠.
독일어 딸리는 흑인도우미가 그
런 그녀를 보고 배운 모양입니다.
우리가 공경해야 할 고객인 병동의
어르신께 “쪼맨한 새끼 강아지”라뇨?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일본인과
성격이 비슷해서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어도 대놓고 이야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대신에 뒤에서 뒷담화 작렬이죠.
M은 동료들 사이에서도
뒷담화에 자주 오르는 직원입니다.
근무시간에 몸으로 하는 일보다는
입으로 까불락거리면서 병동의
어르신을 데리고 노는 수준이죠.
근무중 회의를 할 때나
현지인 동료들이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그녀가 낄 대화는 전혀 아니구먼,
남의 말을 끊으면서까지
그 대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죠.
자기가 이야기를 할 때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이지는 않는 것인지...
오늘도 M 때문에 병동사람들이
다 얼음이 됐습니다.
M이 낼 모래 백살을 바라보는
할매의 이름을 불렀던 거죠.
“엘리자베스, 이리와!”
20~30년 근무한 직원들도
다 그 어르신을 W부인이라고 부르는데,
W부인의 이름을 M이 불러서
모두가 당황했었습니다.
그녀가 “엘리자베스”라고 처음 불렀을 때
나는 뒤돌아보지 않은 상태라,
“엘리자베스”가 누구냐 물어보니
손가락으로 내 뒤에 서있는 W부인을
가리키면서 한마디 하는 M.
“너는 병동에 근무하면서
여기에 사는 사람들 이름을 몰라?”
“이름을 부를 일이 없으니 모르지.
그리고 병동내 아무도 엘리자베스라고
부르지 않아. W부인이라고 부르지.”
사람 많은데서는 이렇게 대화를 끝내고,
나중에 M과 둘이 있을 때 물었습니다.
“W부인이 너한테 이름을
불러도 된다고 했어?
그랬다면 네가 이름을 불러도 되지만,
그런 소리를 안했다면,
W부인이라고 불러야지.
다른 직원들과는 말을
튼 어르신이라고 해도 나에게
“너도 말놔”하지 않는 이상 나는 계속해서
“XX씨”라고 부르고 대화를 할 때도
“너”가 아닌 “당신”이라는 단어를 써.”
M이 W부인의 이름을 부를 때
벙찐 얼굴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던
현지인 직원들을 얼굴을 보고
M에게 주의를 줘야 할거 같아서
했던 말이죠.
같은 외국인이니 현지인들 사이에
뒷담화로 오르내리는 건
피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https://jinny1970.tistory.com/3453
내 말에 M은 “나는 너와는 달라”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러는 중에 현지인 동료들이 들어와서
얼떨결에 동료들 앞에서
M과 이야기를 하게 됐죠.
자기는 친해서 모든 사람들하고 이름을
부른다는 M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친구를
사귀려고 온 것이 아니라 돈을 벌려고
일하러 온 요양원 직원이고,
그들은 우리의 서비스를 받는 고객이야.
고객의 가족들이 면회를 왔는데,
새파랗게 어린 직원이 내 증조할머니한테
“너너”거리는 걸 들으면 기분이 좋겠니?
거기다가 W부인인 모든 직원에게
항상 “당신”이라고 존칭을 쓰시고,
뭘 부탁하실때도
극존칭으로 말씀을 하시는데,
너는 W부인이 이름을 막 부르고
“너”라고 하면 안되지.”
내 말에 현지인 동료 중
한사람이 맞장구를 쳤습니다.
“우리 병동의 책임자도
직원회의 할 때마다 그러잖아.
병동의 어르신들에게 “너”라고 하지 말고
“당신”이라고 하고, 이름 부르지 말고,
“XX부인”이나 “XX씨”라고 하라고 하잖아.”
사실 M을 면박 주려고
시작했던 대화는 아니었는데,
동료들이 들어왔고, 다른 동료들이
내 말에 편을 들어주니 여러 명이
M을 궁지에 모는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현지인 직원은 M에게 주의를 주는 대신에
뒤에서 뒷담화 꽃다발을 만들어될테니
앞으로 M이 조심했으면 하는 마음에
시작한 말이었는데, M과
토론 아닌 토론을 하게된거죠.
M의 주장은 자기는 병동내
어르신들이랑 친하니까 다 “너”라고 하고,
할매들을 “쪼맨한 새끼강아지”라고 부르고,
사람의 성 뒤에 축소형 어미를 써서
“쪼맨한 인간”으로 만들어버려도
괜찮다는 거죠.
오히려 나에게 “근무를 오래했음에도
왜 병동의 어르신이랑 친하지 않냐?고
묻습니다.
반말을 한다고 친한 건 아니고,
또 서비스를 주고받는 관계에서
친해질 이유도 없죠.
돈을 낸 만큼 서비스를 기대하고,
돈을 받은 만큼 서비스를 해줘야 하는 관계가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사시는 분의
관계입니다.
“XX부인”대신에 이름을 부르다 보면
어느 순간 만만해지고, 그렇게 되면
나에게 “월급을 주는 고객”이 아닌
“먹고 떵만 싸는 늙은이”가 되는 거죠.
너무 친해져 서로간의 지켜야할 선을
지키지 못하면 문제지만, 지금까지
내가 겪은 병동내 어르신들은
직원들과의 선을 지키고 계십니다.
우리 병동에서 내 이름을 대놓고
부르는 어르신은 아주 극소수.
급해서 내 이름을 불렀어도
나중에 내 이름 뒤에 꼭 “Schwester슈베스터
/간호사”라고 호칭을 붙이고,
나에게 요구한 일을 해드리면
“감사합니다”라고 정중하게 말씀하시죠.
요양원 근무 7년차인 나도 병동에서
“너”라고 부르는 어르신은 두서너분 뿐입니다.
나에게 “이름을 불러도 좋다.”내지는
“나한테 말을 놔라”한 경우에만
말을 놓고, 이름을 부르거든요.
상대방이 허락 하지도 않았는데,
자기 맘대로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고,
반말로 모두를 까부수려고 하는
흑인 도우미M은 싸가지가 심하게 없는 거죠.
겨우 2~3년 근무해 놓고
병동내 모든 어르신과 “야, 너”하면서 맞먹고,
상대방은 “당신”이라고 하면서
우리를 존중해주는데,
상대방이 허락하지 않은 이름을 불러대서
자기가 얼마나 병동내 사람들이랑
친한지 과시를 하고 싶은 것인지..
나와 M이 주고받는 대화를
현지인 직원들도 들었으니 조만간
뒷담화 천국인 병동내 쫙 퍼지지 싶습니다.
M은 동료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은 직원이라
그녀에 대해 말이 더 많아지겠지만,
그녀는 앞으로도 절대 모르지 싶습니다.
동료들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이죠.
조만간 그녀에게 “성 뒤에 Lein”을 붙여서
“쪼맨한 XX”라고 불리는
본인에게 한번 물어볼 생각입니다.
그렇게 불려도 본인은 괜찮은것인지..
그리고 다른 어르신께도
한번 물어볼 생각입니다.
오스트리아에서 남의 성뒤에
축소형 어미를 붙어서 이름을
부르는 것이 흔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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