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료, S는 내가 존경하는
직원 중에 한 명입니다.
실습생 시절에 그녀와 근무를 하면서
내가 느꼈던 것은..
”어르신들을 존중한다.”
그녀가 나를 싫어하건 말건 그녀는
분명히 좋은 직원이었습니다.
열두분의 어르신이 사시는 지층에서
하루의 근무를 끝내고 퇴근을 준비하면서
그녀는 각방의 다니면서 어르신들에게
“이제 퇴근한다. 잘 주무시라!”는
인사를 했죠.
직원 중 누구도 퇴근하면서
각 방에 있는 어르신께
작별인사를 하지 않는데..
어르신들 하나하나 챙기면서
인사를 하는 그녀가 조금은 달라 보였죠.
S도 실습생인 내가 친하게 지내고 싶은
직원 중에 하나였습니다.
직원마다 일을 하는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니 “친절”의 개념이 조금씩 다르지만
S도 내가 손꼽는 “친절한 직원”중 하나죠.
처음에는 몰랐었는데,
근무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S의 태도를 보고 알았습니다.
“S는 외국인을 싫어한다.”
눈치가 둔한 외국인 직원들은
모를 수도 있는 그녀의 태도인데,
나는 유난히 눈치 빠른 한국인이라
대놓고 묻지않아도 알 수 있었죠.
외국인이라 독일어가
서툰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일을 열심히 하면
동료로 인정 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근무 중에는
참 성실하게 눈치도 안 보고,
일이 있으면 솔선수범해서 하고 다녔죠.
그러면 나를 인정해줄 줄 알았었는데,
S는 생각보다 힘이 들었습니다.
그녀와 함께 근무를 하면 유난히
불편해지는 나는 외국인 직원.
대놓고 눈치를 주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 나를 곱지 않는 시선으로
쳐다보면 뒤통수에 꽂히는
따가움을 모를 수가 없죠.
다른 직원보다 나에게는
유난히 불편했던 S였지만,
피할 수 없는 근무이니 그녀와
근무가 걸려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일을 했었죠.
처음에는 마냥 불편했던
S와의 근무였는데,
이것도 시간이 흐르니
지금은 함께 근무를 해도
불편하지는 않지만,
그녀에게 대놓고 그녀의
개인적인 일은 묻지 않죠.
내가 S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
그녀에게는 장성한 아들이 둘이 있고,
주 40시간 일을 한다는 것!
그녀와 같이 근무를 해도 그녀가
외국인인 나를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
근무중 약간의 시간이 나도
나는 사무실 밖의 어르신들 옆에서
시간을 보내니 그녀와 대화할
시간도 기회도 없었죠.
S는 몇 년 전에 갑상선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었고,
한동안의 병가 후에
다시 근무를 들어왔는데,
그때 살이 엄청나게 많이 빠졌죠.
나와 친하지 않으니 대놓고
“갑상선 암이었냐?”
묻는 것도 그렇고 해서
그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었죠.
S는 이번에도 두어달간의
병가를 냈었습니다.
동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장 수술을 했다고 했었는데..
그것이 대장암인지, 장의 어느 부분인지는
일부러 묻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에 S가
직접 이야기하는 그녀를 알게 됐죠.
다들 중년이라 이제는 안경이 없으면
읽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요양원 직원이 가입하고 있는
건강보험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요양원 직원들은 연방정부 소속 직원이라
일반국민들이 이용하는 건강보험과는
조금 다른 보험을 사용하죠.
나도 3년 전에 안경을 맞춘 적이 있어서
이번에 또 맞출까 하고 있던 차라
동료들의 안경 가격 이야기에
귀를 쫑긋하고 듣고 있었죠.
http://jinny1970.tistory.com/3080
동료 중 한명이 자신이 끼고 있는
안경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죠.
“내 안경 800유로 주고 맞췄는데,
나는 400유로만 냈어.”
건강보험에서 환불 해 주는 안경 가격이
대충 400유로이니 그런가 부다 했었는데,
S는 다른 소리를 합니다.
“내 안경 800유로 주고 맞췄는데,
나는 낸 돈이 하나도 없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르니 동료 중 한 명이
얼른 S에게 물었습니다.
“왜 너는 낸 돈이 없어?”
이 말에 S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대답을 합니다.
“내 눈 중 하나는 안 보이거든.”
이 말에 모두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S를 쳐다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두 눈 다 정상으로 보이니
그녀의 한눈이 안 보인다는 사실을
전부 몰랐던 거죠.
“두 눈 중 어느 쪽이야?”
“어느 쪽 같아?”
“외관상으로는 모르겠는데?”
“오른쪽이 안보여.”
“언제부터?”
“6살 무렵에 홍역을 앓았는데,
그때는 백신이 없어서..”
나보다 두어 살이 더 많은 S인데,
S가 어릴 때 백신주사를 맞지 못했고,
그 부작용으로 한쪽 눈을 실명한 모양입니다.
6살 이후로 오로지 한눈으로만
세상을 살아왔다는 그녀를 보니
왜이리 마음이 짠한지.
두 눈 중 한 쪽이 안 보이면
눈의 초점을 맞추는 것도 힘들고,
일상생활을 하는 것도 많이 불편 할 텐데,
그런 눈으로 50년 넘게 살아 왔다니
그녀가 대단해 보이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짠 했습니다.
나에게 있는 상처를 남에게 보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텐데..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S는
그렇게 편했던 것인지..
며칠 후 S와 다시 하게 된 근무.
오후에 약간의 시간이 나서
함께 근무한 3명의 직원(S, 나, A)이
사무실에 잠시 앉았다가 S가 말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내가 대장 수술하느라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완전 난리였어.
위에는 링거에, 앞에는 소변줄에
대장에서 나온 줄이 있어서
한번 이동하려면 여러 개의 줄을
가지고 다니느라 얼마나 번거롭던지..”
S의 이야기를 종합 해 보면
대장 수술을 하는 동안은
대변 주머니를 차고 있다가
수술을 하면서 다시 안으로 넣은 모양입니다.
S가 장을 수술한 건 알았는데..
그것이 암인지, 위치는 대장인지 소장인지
아니면 다른 부분인지
나는 일부러 묻지 않았었죠.
그 당시 “병원에 입원한 S에게 꽃을 보낼건데
돈을 내고 싶은 사람은 내라.” 하길래
저도 10유로를 내고, 그녀에게 보낼 카드에
내 이름을 썼었죠.
“그래도 지금은 2주에 한번씩
주사만 맞으면 되니 완전 편하지.”
“주사는 무슨 주사를 얼마나 오래 맞아야 해?”
“장내 세균을 관리하는 주사인데
앞으로 평생 맞아야 해”
2주에 한번씩 허벅지나 배에
직접 주사를 놓는다는 S를 보니
더 짠해지는 마음.
셋이 잠시 앉아있는데
울리는 호출 벨!
S를 조금 더 앉아있게 할 마음에
내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내가 제일 어리니 내가 갈게,
앉아서 조금 더 쉬어.”
그렇게 S와 A를 사무실에 놔두고
호출한 방으로 갔었죠.
6살때부터 한눈으로 살아온 S가
2번의 암 수술을 해내고,
육체적으로 힘든 요양보호사로
주 40시간 일하는 걸 보니
왜이리 마음이 아픈 것인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주 20시간 근무를 하는디..)
요 며칠 S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자꾸 그녀에게 내 마음이 갑니다.
힘든 삶을 살아온 그녀가 대단하고,
남들보다 더 힘든 환경에서도 성실하게
일하는 그녀가 존경스럽고!
내가 그녀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지만,
그녀가 정년퇴직을 할 때까지
건강하게 함께 근무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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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송로버섯"으로 유명한
크로아티아 모토분의 아침 산책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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