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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내가 들은 불쾌한 칭찬

by 프라우지니 2022.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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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에게 내가 제일 많이 듣는 말은..

 

너가 정말 50대야?

30대인줄 알았어.”

 

왜 얼굴에 주름이 없어?”

 

연예인처럼 특별히 관리를 받지 않은

일반인이라 내 나이만큼의 주름이

이미 얼굴에 잡혀 있는데도,

여기 사람들은 시력이 안좋은 것인지

매번 같은 말을 합니다.

 

나는 50대 초반의 중년아낙.

 

한국의 거리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얼굴입니다.

 

얼굴에 나이만큼의 주름도 있고,

뱃살도 든든하죠.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 중에 하나는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서

나이가 어려 보인다?

 

사실 정말로 어려 보이는 건 아니고

서양인들의 동양인의 나이를 갸름하지

못하니 나오는 착각이지 싶습니다.

 

50대인 나도 이곳에서는

30대 후반으로 봐주니 말이죠.

 

 

 

엊그제 생일이 지났다고

오늘 근무하는 나를 찾아서 요양원 원장과

인사부장이 출동하셨습니다.

 

 소소한 2유로짜리 초코렛이지만,

생일을 맞은 직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전해주는 두 사람의 정성이 돋보이는

회사의 선물이죠.

 

생일축하 카드와 초콜릿을 주러 왔던

원장은 내 52살 생일이 엊그제 지났다고 하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정말이야?

네가 정말 52살이야?”

 

우리 요양원 원장은 내 또래입니다.

그래서 더 놀라웠나 봅니다.

 

원장과 내가 나란히 서면 확실히

심하게 나이 차이가 나 보이기는 합니다.

 

원장은 마른 몸매에 (선탠한) 갈색 얼굴,

나는 통통(이라고 쓰고 뚱뚱이라고 읽는다)

하고 두부 한모 얼굴.

 

이렇게 상상하시면 쉽겠네요.

 

못 먹어서 삐쩍 마르고

얼굴 꺼먼 못사는 집 아이와,

잘 먹어서 통통하고

얼굴 허연 잘사는 집 아이.

 

 

 

왜 얼굴에 주름이 없냐는

원장에 말에 한마디 했습니다.

 

내 얼굴이 전부 지방이잖아.

너도 많이 먹어.

그럼 주름이 다 펴질꺼야.”

ㅋㅋㅋㅋ

 

사실 얼굴에 지방보다는

수분이 더 많이 필요하지만,

농담처럼 지방으로 둘러 댔습니다.

 

그렇게 낄낄거리며 원장도

인사부장도 퇴장을 하고 나니

이번에는 오늘 나한테 딸려 있던

실습생이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한마디 합니다.

 

네가 정말 52살이야?

사기 치지 마!”

 

1970년생이거든?”

 

나는 네가 신분증을 보여줘도 못 믿겠어.”

 

일하러 갈 때는 지갑을 집에 놓고

다니니 보여줄 신분증도 없지만,

내가 오늘 처음 본 실습생에게

이런 일로 신분증을 까지도 않죠.

 

내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니 고마운 일인데,

이런 일로 사기를 운운하는 건

사실 그리 적당한 표현이 아닌디..

 

이 실습생은 나를 언제 봤다고

사기꾼을 만드시나?

 

나에게 사기꾼 운운하는 이 실습생은

도대체 몇살이길레 나에게 이러나?

싶어서 그녀의 나이를 물어보니

내 예상보다 그녀의 나이는

한참이나 어립니다.

 

나는 46살이야.”

 

 

 

순간 들었던 생각!

 

너 고생 많이 하고 살았구나!

을매나 고생을 했으면

얼굴이 그리 팍 삭았누?

 

선탠한 얼굴에 입술에는

뭔가를 투입해서 불룩하고,

나름 꾸민다고 화장도 진하게 한 상태라

족히 50대 중반은 넘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이라 아직 40대 후반이라는

그녀의 대답이 오히려 나를 당황하게 했죠.

 

내 얼굴에서 내 나이가 안 보이는 건

아무래도 내가 나이 값을 못하고

살고 있기도 하고, 가능한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살려고 노력하는

내 삶의 자세 일수도 있겠지만!

 

한국사람이 내 얼굴을 본다면

“50대 초반이구먼이라는 말이 나올만한

비주얼임을 다시 한번 강조 해 봅니다.

 

내 나이가 어려보인다는건 칭찬이라

참 감사한데, 칭찬도 도가 지나치면

사람의 기분이 상할 수도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내가 50대 라는 걸 절대 맏을수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어대는 동료의 표현이나

거짓말이지?”하는 정도는

그냥 웃으며 넘겨왔는데..

 

나이를 속이는 사기꾼이라는

표현도 처음이었고,

신분증을 까보라는 이야기도 처음이라

조금은 당황스러웠습니다.

 

 

 

충청도 양반 같은 오스트리아 사람들에게는

절대 나오지 않을 리액션이고,

지금까지 나도 꽤 많은 크로아티아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조금 무례하다 싶은

사람들은 없었는데..

 

과한 칭찬을 넘어서 무례하게 까지

느껴진 그녀의 행동은 그녀가 크로아티아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녀의 주책스러운 성격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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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타고 돌아보는 할슈타트 호수의 마지막 구간입니다.

 

https://youtu.be/pQdIJzcSJ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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