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어떤 직업군이 요양원에서
함께 근무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근무하는 오스트리아의 요양원,
우리 병동에는 4종류의 직업군이
함께 근무를 합니다.
우선 직업군의 가장 상위에 간호사가 있고,
그 아래 어르신의 몸을 만지며
간병을 하는 요양보호사,
그 밑으로 병동의 잡일을 하는 도우미가 있고,
병동을 청소하는 청소부가 있죠.
한국이라면 위의 직업군들이
나열된 순서대로 간호사가
자기 아래의 세 직업군
(요양보호사, 도우미, 청소부)에게
근무를 “지시” 하겠지만,
여기는 그렇지는 않습니다.
서로 다른 직업군이라 생각을 하죠.
간호사와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의 건강&몸에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근무중에 서로 호출을 하거나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지만,
도우미나 청소부에게 어떤 일을 하라고
지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사실 그들이 처리해야 할 일들이
눈에 띄어도 그들이 알아서 하기를 기다리지,
요양보호사가 “하라”고 하지는 않죠.
그래서 저는 근무중 도우미나
청소부랑 거의 대화를 하지 않습니다.
출, 퇴근시 “안녕”하는 정도의
안부 인사만 하는 정도죠.
우리 병동의 흑인 도우미 M에게
내딴에는 그녀를 위한 조언이라고
어르신의 이름을 막 불러대는 건
삼가하라고 했었고,
M에게 만만하게 찍힌 것인지
이상한 이름으로 불리는 바우어씨께도
“M에게 나를 그렇게 부르지 말라” 하시라 했었죠.
그러다 삼자 대면을 하는 상황까지 맞이했었죠.
https://jinny1970.tistory.com/3709
나에게 따지듯이 무섭게 덤비는
그녀가 조금 어이가 없으면서도
사실 가슴은 겁나게 뛰었습니다.
나는 걱정 같은 건 안하는
천하태평인 성격 인줄 알았는데,
역시나 소심한 A형이라,
M과 문제가 생기니 가슴이 벌렁거리고,
밤에도 잠이 안 올 정도로 심하게
불편한 정신 상태였죠.
내딴에는 다른 직원들한테
더 말이 퍼지기 전에 바우어씨(가명)가
M에게 당신이 원하는 사항을
이야기 해서 잘 해결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M의 행동은 “네가 왜 나서?”여서
역시나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닌가 싶었죠.
삼자 대면이 있었고, M은 1주일동안
출근을 하지 않았습니다.
병가를 냈다고 했었는데,
내가 보기 싫어서 병가를 낸 것인가?
하는 이상한 생각도 들었죠.
평소 그녀의 행동으로 보면
나 보기 싫어서 병가 꾀병을 내고
일부러 출근하지 않을만한 인간성이거든요.
근무중에 서로 대화할 일이 없는
직업군이라고 해도 근무중 복도를
오가면서 많이 보는데 M이 안면을 까면
어떡하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복도에서 만나
“안녕”하고 인사를 했는데,
인사하는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면
이보다 더 민망한 일은 없죠.
더구나 상대는 나보다 30살이나 어린데,
나이 먹어서 나이 어린 사람에게
무시를 당하면 어쩌지.. 싶었습니다.
그래도 조만간 6개월 장기 휴가를
떠나니 “그래도 견뎌보자” 싶은 것이
저의 마음이었죠.
그리고 며칠 후 병가를 냈던
M이 다시 출근을 했고,
그날 저도 근무가 있어서
복도에서 만났습니다.
M을 만난 것이 반가운 일이 아니지만,
일단 “안녕”하고 인사를 하니
그녀도 나의 인사를 받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었는데,
M이 아주 반가운 척을 했죠.
M이 내 예상 밖의 행동하니
심히 당황스러웠죠.
삼자 대면을 할 때만 해도
“네가 뭔데 끼여 들어서..”하며
눈으로 나를 때려죽일 것 같이
노려봤었는데..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날 하루 종일 M은
나에게 아주 친절했습니다.
나를 볼 때마다 생글거리며
웃어서 무섭기까지 했었죠.
그리고 달라진 것이 또 있었네요.
M이 바우어씨를 제대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쪼맨한 바우어”가 아닌 “바우어씨”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M은 그날 하루 종일
“바우어씨”라 불렀죠.
원래 뭔가 한번 입에 배면
그 호칭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은데,
M은 집에 있는 동안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은 것인지 바우어씨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뺀질거리고
누가 뭐라고 하면 말대답 꼬박꼬박 하는
“버릇없는 딸’같은 행동으로
일관하던 M이었는데,
그날은 바우어씨에게도 친절했고,
근무하는 태도도 긍정적으로
바뀌어 있었죠.
너무 갑자기 변해버린 M의 태도가
당황스러우면서도 너무 긍정적으로
변해버린 그녀를 보니 기분은 좋습니다.
“쪼맨한 바우어”라고 부를 때는
어르신을 동네 꼬맹이를 부르는 듯
상대방을 만만하게 보는듯한 태도였는데,
‘바우어씨’라 부르니 동네 아저씨를
대하는듯 조금 공손한 태도로 바뀌어 있었죠.
일단은 문제를 인식하고
그것을 빨리 고친 M의 행동을
칭찬해주고 싶지만,
더 이상 그런 행동은 안하기로 했습니다.
내딴에는 상대방을 생각해서
해준 조언이었는데,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이 다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걸 이번에 알았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에 참견했다가
가슴 벌렁거리고 잠 못 드는 나날을
겪은 것은 한번으로 족하니 말이죠. ㅠㅠ
하지만 M의 바뀐 태도를 보니
흐뭇하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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