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의 어르신들은 가끔 직원들에게
개인적인 부탁을 하십니다.
당신이 하실 수 있는 일을
부탁하는 얄미운 경우도 있고,
당신이 하실 수 없는 일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이 고수하고 있는
태도는 “나 몰라라~”
근무 시간인 경우에 어르신을 모시고
밖에 나가는 건 근무중이니 가능하지만,
근무를 하지 않는 개인시간에 어르신의
심부름을 해주는 직원은 드물죠.
어르신의 가족이 하나도 없는 경우에는
필요한 물건을 위해 직원이 자신의 쇼핑을 할 때
물건을 사오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외는 어르신의 가족이나
어르신의 법정대리인에게
이야기를 하는 정도죠.
가족이 없는 경우도 법적으로
대리인이 있어서 어르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만 하면 사다 줍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모의 돈만
탐내는 친자식보다 오히려 법정대리인이
훨씬 더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최소한 법정대리인은 요양원에서 "부탁한 물건
”은 제대로 사다 주니 말이죠.
저도 근무중에 어르신들의 부탁으로,
아니 우리 병동의 책임자의 부탁으로
어르신들의 옷을 사러 밖에 나간 적이 있었죠.
남자 어르신의 경우는 거의
옷이 없는 상태로 오시는 경우가 많아,
한 두개 있는 바지를 다 세탁 공장에
보내 버리면 당장 입을 옷이 없죠..
근무 중에는 물건이 필요하신
어르신을 모시고 사러 가기도 하지만,
근무가 아닌 시간에
뭔가를 사러 간 적은 없는데,
우리 병동의 한 할배가
신문을 부탁해 오셨습니다.
신문 구독을 하시는 분들은
매일 아침식사에 신문도 받으시는데,
그외 어르신들은 무료 신문을 읽으시죠.
무료 신문이 안 나오는 일요일에
발행하는 신문을 읽고 싶으시다고
퇴근하는 나에게 다음날 아침에 출근할 때
신문을 사오라고 부탁하시는 할배.
요양원 바로 앞에 있는 무인가판대에
돈을 넣고 신문을 들고 오면 되니
흔쾌히 그러겠다며, 신문값 1,50유로도
챙겨서 퇴근을 했었는데..
다음 날 이른 아침에 출근하면서 보니
요양원 앞, 가로등에 항상 걸려있던
신문 무인가판대가 없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거리에서도
신문 구매가 가능합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540
항상 요양원 앞에 무인가판대가 있는걸 봐서
그날도 당연히 있을거라 생각을 했었는데,
하필 그날은 없습니다.
남편은 요양원 앞에 나를 내려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는데,
요양원 앞에서 내린 마눌은 출근하다 말고
방향을 틀어서 시내방향으로 나갔습니다.
사다 드리겠다고 이야기를 했으니
신문은 사서 가야 하는 거죠.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
“시간보다 집에서 일찍 나와서 다행이다.”
거리를 돌아다니니 다른
신문들의 가판대들은 있었지만,
어르신이 꼭 집어서 사오라는
“Kronen 크로넨 신문” 가판대는 찾지 못해
결국 사지 못했습니다.
신문값으로 들고 왔던 1,50유로를
어르신께 돌려드리면서 한마디.
“20분을 헤매도 돌아다녔는데
결국 찾지 못했어요.”
요양원 코앞에 있는 가판대에 돈을 넣고,
신문 한 부를 들고 오기만 하면 되는데,
20분을 헤매고 다녔다는
내 이야기를 할배가 믿으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긴, 휠체어에 앉아서 한 발과
한 손을 이용해서 충분히 이동이 가능하셨던
어르신이 한가한 낮 시간에
당신이 직접 요양원 문 앞까지 가셔서
살 수도 있는 신문이었는데,
편하게 신문을 읽고 싶으셔서
나에게 부탁을 하셨었네요.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 근무중에
동료와 이야기를 하다가 어르신이
사다 달라는 신문의 가판대가 사라져서
이른 아침에 출근하다 말고 시내로 나가
20분을 헤매다 거의 정시에
출근 도장을 찍었었다고 하니
나를 딱하게 쳐다보던 동료가 하는 말.
“왜 그랬어? 나는 그런 부탁 안 들어주잖아.
근무시간에 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거든.”
하루 종일 요양원 근무하면서
어르신들의 요구, 부탁 등을
들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동료는
근무시간을 떠나서는 어떠한 부탁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내 동료들이 전부가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떤 동료는 요양원에 사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자기의 개인시간을 내서
캔맥주를 박스 채 사다가 어르신의
방까지 배달해주기도 합니다.
근무 외 부탁이라고 무조건 “싫어요”하는
직원만 있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죠.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에게는 힘든 일이지만,
내가 하면 작은 일이니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나는 해 드리려고 하는데,
신문 심부름은 해드리려고 했지만
하지 못한 심부름이 되었습니다.
다음에도 누군가가 나에게
부탁을 해오면 내가 해 드릴 수 있는
선에서 나는 해드리지 싶습니다.
내가 하는 약간의 수고가
그분들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된다는걸 알고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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