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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타인에게서 보는 내 모습

by 프라우지니 2022.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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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다 보면 타인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합니다.

 

그것이 드문 경우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는 꽤 자주 있는 일이죠.

 

내가 처음으로 그걸 보게 된 건 필리핀.

 

식당을 하는 지인을 방문했을 때,

그곳 주방에서 설거지 일을 하는

아낙에게서 내 모습을 봤었죠.

 

집이 가난해서 아직도 나무로

불을 때서 밥을 해먹고 산다던 아낙은

처음에는 손님이 몰리는 주말에만

알바로 설거지를 하러 오고는 했었는데,

집이 어렵다고 일을 더했음 한다는 말에

지인이 직원으로 들였다고 했었죠.

 

주방에서 가장 허드렛일인

설거지를 하는 아낙인데

얼마나 밝게 웃으면서 일을 하는지,

보고만 있어도 사람이 기분이

좋아지는 인간형이었습니다.

 

그 아낙을 보면서 내가 독일어로 맨땅에

헤딩하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268

 

독일어 반벙어리 취업하기!

오늘은 내가 처음으로 취직했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스토리가 쪼매 길어졌는데, 너무 길게 써서 쪼매 죄송합니다.^^;; 2007년 7월에 혼인신고를 하고, 2달이 지나니 내 비자가 나왔습니다. 비

jinny1970.tistory.com

 

 

, 그때 날 보는 사람들이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독일어도 못하는 동양인 아낙이

청소를 하겠다고 이른 새벽부터

레스토랑을 누비고 다닐 때,

 

그때 날 예뻐 해줬던

직원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타국에서 새벽에 하는

청소 일이라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때는 새벽 운동삼아서 다닌다는

생각에 즐겁게 일을 했었죠.

 

청소를 하다가 직원들이 출근을 하면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청소하는 중에도 얼굴을 마주치면 웃고,

청소를 끝내고 퇴근하면서도 웃고!

 

나는 참 많이 웃었고, 또 항상 밝았고,

즐겁게 일을 했었죠.

 

그때의 내 모습을 몇 년이 지난 후,

필리핀 식당의 주방에서 웃으며

일하는 아낙의 얼굴에서 봤습니다.

 

지금은 정직원이 되어서 일하고 있는

요양원에 새로 외국인 실습생이 들어올 때마다

그들이 모습에서 나를 발견하곤 하죠.

 

독일어 발음 어눌하고,

사투리 못 알아들어서 어리버리하고

사오정 같은 그들의 모습에서

내가 그랬었다는 걸 알고,

또 지금도 그렇다는 걸 알죠.

 

 

https://pixabay.com

 

실습 2년에 근무 5년차에 들어가지만

나의 독일어 실력은 여전합니다.

 

난 여전히 그들의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하고,

현지인 직원들과도 거리가 있죠.

 

사실을 말하자면 난

현지인 직원들 사이에 들어가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습니다.

 

노력을 한다고 해도 거리가 좁혀질 수

없다는 걸 그동안 경험으로 알죠.

 

신입으로 들어온 외국인 직원 같은 경우는

현지인 동료와 친하게 지내보려고

일부러 그들에게 말을 더 붙이고,

근무 중에도 그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물어보며 친하게

지내보려는 노력을 하던데....

 

나는 여우 같은 성격도 아니고,

근무를 왔으면 돈 받은 만큼

일을 하다가 가야지싶어서

 

동료들과 서서 수다를 떨기 보다는

그 시간에 혼자 계신 어르신의 방을

노크하거나, 산책을 하고 싶으시다는

어르신의 휠체어를 끌죠.

 

처음에는 외국인인 나를 껄끄럽게 생각하고,

같이 근무가 걸리면 싫은 티를

심하게 내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함께 근무하면서 성실하게 일하는

내 모습을 보고는 그들의 태도도

조금씩 변했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내 자랑은 아니고-사실은 자랑임)

 

말귀 잘 못 알아듣는 외국인이기는 하지만,

몸 사리지 않고 일이 생기면

다른 직원이 나설 때까지 기다리니 않고

먼저 일어나는 직원이니

뺀질거리며 어떡하면 일을 조금 덜할까

고민하는 현지인 직원과 일하는 것 보다는

훨씬 더 편하거든요.”

 

정직원 동료들과 불편하지 않은 사이로

함께 근무를 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꽤 길었지만 지금은 최소한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과는 불편함은 없는 상태죠.

 

요새 나를 불편하게 하는 건

정직원 동료들이 아닌 현지인 실습생들.

 

실습을 하러 와서 며칠 지나면

자기 본분이 직원들의 관찰이나

평가를 받는 실습생이라는 걸

망각하는 것인지..

 

호구 조사 나온 사람처럼

정직원들의 가족관계나

개인적인 일을 질문하는 일들이 많죠.

 

현지인 실습생이

나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넌 여기서 일 한지 얼마나 됐어?”

 

그들에 눈에 외국인은 정직원이나

실습생이나 같은 부류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https://pixabay.com

 

나는 정직원 유니폼을 일하는 직원이지만

그들의 눈에는 독일어 버벅이는

외국인으로 보일 뿐이죠.

 

비주얼도 외국인이고,

발음도 외국인인데 정직원 유니폼을 입고

일을 하고 있으니 일단 무시하고

들어오려고 이런 질문을 하는 거죠.

 

근무 7년차(실습2년포함)하면

그때서야 꼬리를 아주 약간 내리죠.

 

자기네는 이제 시작하는 직업 교육인데,

그 빡 센 직업교육을 마치고,

정직원으로 근무를 하는 내가

그들이 만만하게 볼만한 상대가

아님을 파악했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그들에게는 만만한 외국인이죠.

 

병동을 다니면서 안되는 발음의

독일어로 어르신들에게 말을 걸고,

또 그들이 요청한 것을 해주려고

노력을 하는 실습생의 모습에서 나를 봅니다.

 

나도 현지인들의 눈에는

여전히 독일어 발음 잘 안되고,

사투리도 못 알아듣는 사오정으로 보이겠지.”

 

내 모습이 어떻게 비춰지는지 알고,

그 모습이 현지인들의 눈에는

조금은 한심해 보인다는 것도 알지만,

나는 지금의 내 모습에 만족합니다.

 

내딴에는 나의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하루이고,

또 근무이니 말이죠.

 

 

 

남이 나를 보는 시선 따위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지만,

 

타인의 모습에서 내 모습이 보일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한 것처럼 놀랍고,

그 모습이 긍정적이라면

나 혼자 감동도 합니다.

 

날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랬겠구나.”하는

뒤늦은 깨달음을 얻기도 하죠.

 

나는 지금도 열심히 살고있는

내가 기특하고, 자랑스럽다고

내 자신을 칭찬합니다.

 

누군가가 나를 인정해주고,

칭찬해주는 것도 기분좋은 일이겠지만,

 

내 스스로가 나를 인정하고,

자랑스러워하고 또 사랑해주는 것이

내 삶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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