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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잘한 일 일까?

by 프라우지니 2021.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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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말하지 말걸 그랬어.”

 

나는 좋은 의도에서 이야기를 해준 것이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나의 의도를

잘못 받아들 일수도 있는 문제이고!

 

내가 입을 다물었으면

아무도 불편하지 않았을 텐데..

 

내가 입을 열어서 본의 아니게 내가

누군가의 뒷담화를 하게 되기도 하니 말이죠.

 

여자들이 많은 내 일터!

말도 겁나게 많고, 뒷담화 천국인 곳이죠.

 

만나면 반갑다고 신나게

아는 체 하는 직원들도 있고,

 

나도 그들을 내가 좋아하는 동료라고

표현을 하지만,

 

인간적으로 그들이 좋다는 뜻은 아니고..

같이 근무하면 편한 동료라는 이야기죠.

 

근무하는 동안 서로 일을 찾아다니며 하니,

땡땡이 치는 누구 때문에 하루 종일

뺑이 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이고,

 

그 때문에 그들도 나를 함께 근무하면

편한 동료라고 생각하는 거죠.

 

함께 일하는 동료라고 친한 척 하고,

좋아하는 척 해도 좁힐 수 없는

거리가 있습니다.

 

나는 그들의 말을

100% 알아 듣지 못하는 외국인!

 

우리 병동에는 사오정 같은 외국인이

나 말고도 몇 더 있죠.

 

오전 근무중에 있는 15분간의 간식 시간!

 

우리 병동의 책임자인 C

외국인 동료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도우미 M있잖아.

내가 3병동에 가서 AufstehhilfeKran 크란

있는지 물어보고 오라고 하니까

날 빤히 쳐다보더니만 그게 뭐야? 하더라.”

 

 

                 크레인     /    일어날때 도우미   

 

Kran 크란 = 크레인, 기중기

 

Aufstehhilfe 아우프슈테에힐페

= 일어날때 필요한 도우미

 

M은 처음 들어본 단어이거나,

전에 들은 적이 있는데,

 

자기가 사용하는 것들이 아니니

낯설어서 까먹었을 수도 있는 것들인데,

 

아무래도 독일어가 서툰 외국인 이고,

또 도우미가 사용 하는 것이 아니니

그 단어들을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은 못한 듯 합니다.

 

C가 말한 의도는 M이 두 기계가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더라는 말이죠.

 

맞습니다.

지금 병동의 책임자인 50대 중반의 아낙, C

아프리카에서 온 20대 중반의

도우미 뒷담화를 한 겁니다.

 

도우미 M의 이야기는 아래에서..

 

2020.12.22 -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 우리 요양원 흑인직원 인종차별 이야기

 

우리 요양원 흑인직원 인종차별 이야기

우리 요양원에는 다양한 외국인 직원들이 근무를 합니다. 피부색으로 따져보자면.. 황인종인 한국인과 라오스 출신의 직원이 있고! 같은 백인이지만 동유럽과 러시아에서 온 직원도 있고! 남미

jinny1970.tistory.com

 

 

그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동료들과 함께 웃는데,

나는 함께 웃지 못했습니다.

 

나도 M과 같은 외국인 입니다.

 

나도 시시때때로 내가 모르는 단어들을 접하기도 하고,

동료들이 사투리로 이야기하면

내가 이해 못하는 저 세상 이야기처럼 들리죠.

 

그러니 나도 언제든지 M처럼

뒷담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

 

C는 평소에도 병동내 어르신들의 흉내를

조금 우스꽝스럽게 해서

직원들을 웃게 만들기는 했지만,

 

그때는 그러려니 했었는데,

오늘은 C가 솔직히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병동의 책임자라고 하면

모든 직원들을 보듬어 줘야 하고,

 

또 외국인 직원 같은 경우는 모를 수도

있는 일이니 가르쳐 주면 좋았을 텐데,

 

단어 하나 못 알아들었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개인적으로 나는 C와 사이가 꽤 좋은 편입니다.

 

농담이지만 아이가 없는 C

내가 엄마라고 부르기도 하고,

C또한 나를 이라 부르기도 하죠.

 

가끔 근무자가 갑작스럽게 빠졌을 경우에

C가 종종 근무를 할 수 있냐 물어오는데,

그때마다 나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줬죠.

 

나는 C가 곤경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 직원이고,

 

나름 일도 성실하게 하니

C로서는 내가 예쁜 직원 중에 하나이고,

 

나는 C가 상사이니 잘 지내면 좋은 것이죠.

 

그날 오후!

혼자서 지층(한국의 1)근무를 하는 날이라

오락가락 하고 있는데,

 

흑인 도우미M이 지층에 모아둔

식기를 가지러 왔습니다.

 

오전에 CM에 대해서 이야기 했던 것이

생각이 나서 M에게 손짓을 했습니다.

 

내 가까이에 온 M을 데리고

기계 쪽으로 갔죠.

 

 

아우프슈테에힐페                           크란

 

 

이게 Aufstehhilfe(아우프슈테에힐페)

이게 Kran(크란)이야.”

? 알아!”

아까 C가 이야기를..”

 

얼른 말을 얼버무렸습니다.

 

얼떨결에 “C가 네 이야기를 하더라가 되버린거죠.

 

어떻게 수습은 해야할 거 같아서

한마디 했습니다.

 

나도 너와 같은 외국인 직원이잖아.”

 

이 말에 M은 더 이상 “C

내 이야기를 하더냐?”고 하지 않았습니다.

 

C가 자기 이야기를 했다고 한들,

자신이 이해 못했던 것은 사실이니

 

3자 대면을 해 봤자,

직원들 사이에 말만 무성해지겠죠.

 

M도 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한 듯 했습니다.

 

나는 Kran(크란/기중기)

공사장에서 쓰는 그거로 생각해서

요양원에서 Kran 크란을 찾으니

이해를 못했던 거야.”

 

그랬구나, 병동에서 사용하는 기계도 같은 이름을 써.”

 

이렇게 M과의 대화를 마무리 했습니다.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Kran  크란 ( 크레인/기중기 )

 

같은 외국인 직원이라고 해도

나는 M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같이 근무를 해도 딱 안부 인사만 하는 정도죠.

 

그런 M이지만 그래도 그녀가 이해 못 한 기계가

어느 것인지는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마침 내가 근무하는 지층에는 기계가 나란히 있었거든요.

 

모르면 모여서 (모른다고)

뒷담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있는 곳으로 가서 실제로 보여주면

제대로 된 교육이 되는 것인데..

 

나는 병동 책임자도 아니고,

M이랑 친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들려도 안 들리는 척) 귀 막고

(말하고 싶어도 꾹 참고) 입 막는 대신에

입을 열어서 M에게 알려줬습니다.

 

M이 내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도 너와 같은 외국인이잖아.”

 

나도 언제든 M과 같은 꼴이 될 수 있음을 알기에

내가 한 행동이었으니,

 

M도 내 진심을 알았다면

 

진이 그러던데, 내 이야기를 했다며?하면서

병동의 책임자인 C에게 달려가는 일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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