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별의별 인간들이 다 있듯이
요양원도 그렇습니다.
두 손 멀쩡해서 느리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있음에도
요양보호사를 몸종 부리듯이
부리는 어르신들이 태반이죠.
먹는 건 “드시라” 소리 안 해도
눈 앞에 보이는 건 다 입으로
가져가는 거구의 I부인.
아래 이야기에 나오는
감자칩 할매가 바로 I부인이시죠.
http://jinny1970.tistory.com/3544
I부인께 화장실에 가시자고 하면
변기 앞에 가만히 서서는 두 손으로
자켓을 위로 올린 상태로 요양보호사가
바지를 내릴 때까지 기다리십니다.
다른 요양보호사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바지를 내려 드리는 대신에
한마디만 하고 기다립니다.
“I부인, 바지 내리셔야죠.”
나는 I부인이 직접 바지를
내리실때까지 기다렸다가 당신이
직접 바지를 내리시면 아주
약간 거들어 주는 정도만 하고,
새 기저귀를 바지 안에 넣어드린 후에는
저는 그냥 나옵니다.
도와주는 직원이 없다는 걸 확인하시면
I부인은 직접 바지를 올리시고는 나오시죠.
나는 문 앞에 기다리고 있다가 I부인이
제대로 옷을 입으셨는지 확인만 하죠.
물론 I부인이 직접 바지를 내리고
올리는 과정이 직원이 하는 것보다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니
성질 급한 직원은 직접 해 버리는 거죠.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은 이번 생에서의
마지막까지 계셔야 하는데..
나중에 정말로 당신이
직접 하실수 없는 날이 올 텐데..
당신이 직접 할 수 있는 시기에는
직접 하시는 것이 당신에게도 좋은 일이죠.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 중에는
할 일을 찾아서 하시는 분들보다,
할 수 있는 일임에도 안하겠다고
뒷짐지는 분들이 태반이죠.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의 옷이나
침구류는 세탁 회사에 보내지만,
요양원에서 아침 간병에 사용하는 수건류는
요양원의 세탁실에서 세탁을 합니다.
삶은 빨래 코스로 세탁을 한 후에
건조기를 거친 수건들이 바로 병동으로
올라오면, 수건을 개는 일은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에게
해주십사 부탁을 합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는 것이
어르신들에게는 운동이 되니
하루 종일 앉아 계신 분들께 부탁을 하지만
대부분의 어르신들을 거절을 하십니다.
“난 평생 일해서 이제는 안하고 싶어.”
사실 수건을 개는 것이 어르신들이
하실 수 있는 팔 운동인데,
이걸 거절하십니다.
솔직히 어르신들이 “평생 일했다” 하시지만,
80대 중반이신 분들은 퇴직하고
20년 넘게 놀고 먹고 계시죠.
수건 개기를 “안 한다”하시는 분들이
태반이라, 수건을 개어 주시는 분들에게는
내 나름대로 감사함을 표시합니다.
세탁실에서 갖다 놓은 바구니에 있는
다양한 종류의 세탁물을 이렇게
예쁘게 개어서 다시 바구니에 넣어 놓으시면
보상의 시간이 따라옵니다.
디저트로 주고 남은 과일이 있으면
그걸 드리고, 냉장고에 요거트가
있으면 그걸 드리고, 디저트로 주고
남은 맛있는 케익이 있으면
여쭤보고 그걸로 드리죠.
다양한 종류의 먹을거리를 갖다
드리면서 내가 하는 말.
“이건 수건을 개어 주신 것에
대한 보답이에요.”
참 소소한 먹거리지만, 받으시는 분들은
아주 좋아하십니다.
내가 근무를 하는 날에는
수건을 개어 주시면 소소한
먹을거리를 챙겨드리지만,
내가 없는 날에는 아무런 보상을
못 받으실 테니 조금 섭섭하실 것도 같아
동료들에게도 이야기를 했습니다.
“세탁실에서 온 수건을 개어 주시는
분들에게는 요거트나, 과일 등
남는 것이 있으면 꼭 챙겨드려.
아주 소소한 것이지만 받는 분들이
당신들이 한 일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면
일을 하는 재미도 있고, 또 다음에
하시고 싶은 마음도 드실 테니..”
남들은 “일하기 싫다”,
“내가 왜 그 일을 하냐”면서
병동에 올라온 세탁물 바구니를
옆으로 밀어 버리시는데,
매번 그 일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가능한 몸을 많이 움직이신다.”
날씨가 좋으면 요양원 앞 공원에
산책을 나가시고, 날씨가 안 좋은 날에는
요양원 복도의 끝에서 끝까지 걸으시면서
당신의 운동을 하십니다.
이런 분들은 요양원에 사셔도
아주 건강한 생활을 하십니다.
밖으로 산책을 나가시고,
슈퍼에서 장도 보시고, 자식들 집에
식사 초대도 받아서 다니시죠.
요양원에 사시면서 직원들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당신들이 하실 수 있는 일은
스스로 처리하시는 아주 건강하고
현명한 생활을 하고 계시죠.
손하나 까닥하는 것이 싫어서
“내가 요양원에 와서도 왜 일을 해야하냐?”는
식으로 따지는 어르신이 계신데,
남들 다 허공을 쳐다보며 시간을 보낼 때,
눈에 보이는 일이 있으면
“해 주세요”
하지 않아도 얼른 와서
일손을 거드시는 분들을
내가 챙겨드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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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은 관광지라는 할슈타트 호숫가의 마을.
할슈타트 호수를 자전거타고 한바퀴 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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