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2층(한국에서는 3층)에
근무를 들어갔습니다.
9시 출근을 한 상태라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간병이 다 끝난 상태이고,
시간이 많이 필요한 어르신만 남아있는 상태.
동료는 그 중에 R 부인이
아직 씻지 않으신 상태라고 하니
그 방으로 갔습니다.
R부인은 전에 K부인과
한방을 쓰셨던 분이십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3553
처음에는 두 어르신이 말씀도
곧잘 하시고 잘 지내시는 듯 했는데..
하루 종일 K부인의 불평을 듣는 것도,
또 자신이 다 들리게 질투를 하시는
K할매에게 지치셨는지 R부인은
1인실 방으로 이사를 하셨죠.
R부인은 와상 환자 (낮 동안은
휠체어에 앉아서 생활)이십니다.
정신을 멀쩡하신 편인데,
그외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죠.
왼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
휴지를 끼워드리면 그걸로
당신의 입을 닦는 정도의
움직임만 가능하시죠.
직원들의 사소한 도움에도
“감사”를 입에 달고 시시는
아주 덩치가 작으신 분이십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다니면서 할매들의 정신을
개조하는 교육을 자주 합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2733
R부인이 제게 자주 하는 말씀 중에 하나도..
“이런 말을 해주는 직원은 당신뿐이에요.”
뭐 대단한 것을 알려드린 것은 아니고
나름 “요양원의 생존 팁”이죠.
제가 어르신께 자주 말씀 드리는 건
“요구하시라”입니다.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해 주질 않죠.
알아서 해주는 직원이 있기는 하지만
열에 하나 정도?
뭘 원하는지 알면서도 자기가 귀찮으니
안 해주는 경우도 있을테고,
아예 뭘 원하는지 감도 못 잡아서
못해주는 경우도 있겠죠.
오전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아침 간병을 하러 방에 들어가는데
온 방에 풍기는 심상치 않은 냄새.
R부인이 큰일을 보셨나보다..
하고 이불을 거둬냈는데..
상태를 보니 큰일을 보신 시간이
꽤 오래 전입니다.
어제 저녁인 것도 같고,
이른 새벽인 것도 같고..
철야 근무하는 직원도 있었고,
7시부터 근무를 시작한 직원들도 있었는데..
도대체 얼마나 오래 떵밭에
누워 계셨던 것인지..
답답해서 R부인께 여쭤봤습니다.
사실은 살짝 짜증이 냈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감각이 없으세요?
냄새는 못 맡으세요?”
큰일을 보는 것도
감각이 없어서 몰랐다고 쳐도,
냄새는 맡으실 수 있으실텐데
도대체 뭘 기다리셨던 것인지..
아이를 키우셨던 분들은
아실 수도 있겠지만,
신체 건강한 정상인들은
알 길이 없는 것이 바로
“살과 떵과의 관계”
맨살에 오랫동안 떵이 붙어있게 되면
피부가 짓무르고 아픈데,
욕창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그 통증이 더할 수밖에 없죠.
R부인을 씻겨드리면서
왕십리 쪽을 보니 약하게 욕창이
있던 곳에 오랫동안 떵이 뭉개지니
당연히 피부가 벗겨진 상태로
보기만 해도 아픈 상태.
그냥 연고만 바를 상태가 아니라
바로 간호사를 호출했습니다.
간호사는 표피가 손상된 부위를 소독하고
두툼한 스폰지가 있는 반창고를 붙여서
더러운 이물질과 접촉이 불가능하게
차단을 한 후에야 방을 나갔고!
R부인께 "피부가 이 정도가 될 때까지
왜 가만히 계셨냐”고 여쭤보니
R부인도 당신이 하실 수 있는 행동은
다 하셨던 모양입니다.
“3일동안 당신을 간병하러 온 직원에게
왕십리 쪽이 아프다”고 이야기 했지만,
직원들은 “별거 아니다”하면서
다시 기저귀를 채우기만 하더라는..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교육을 시켜드렸습니다.
욕창 있는 피부가 세균 많은
떵이랑 닿는 걸 피해야 하니..
“혹시 변의를 느끼시면 직원을
호출해서 옆으로 눕혀 달라고 하세요.”
"이번처럼 어딘가가 아프시다면
요양보호사한테 말씀만 하시지 마시고,
“간호사 호출”을 부탁해서
간호사에게 아픈 부위를
봐달라고 하세요.”
요양보호사는 상처를 봐도
할 수 있는 조치는 연고 바르는 정도이니
간호사”한테 직접 보여줘야
의사 왕진을 부르던 아니면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죠.
어르신들을 간병하는 건 요양보호사,
어르신의 몸에 상처를 보는 건 간호사.
제각기 하는 일이 다르죠.
피부의 상처가 가볍다면 요양보호사가
어떤 연고를 바를지
판단할 수는 있겠지만,
이미 손상된 피부 같으면
일단 소독이 들어가고,
어떤 종류의 연고와 반창고를 바를지
전문적인 판단이 따라야 하죠.
R부인은 나에게
항상 “배운다”는 표현을 쓰십니다.
뭘 대단한 것을 알려드리는 것도 아닌데,
당신은 내게 듣는 것이 요양원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하셨죠.
서비스 계통에서는
“손님은 왕이다”라고 하지만,
요양원은 소비자가 돈 낸 만큼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곳입니다.
어르신들은 요양보호사에게
하소연을 하시고, 부탁을 하시고,
심적인 의지를 하시지만,
그건 잘못된 행동이죠.
요양보호사는 그들의 가족이 아니고,
하소연을 하셔도 들어드릴 시간이 없고,
부탁을 하셔도 들어드릴 능력이 안되고,
심적인 의지 또한 쉽게 하시면
안되는 상대입니다.
내가 어르신들께
매번 드리는 말씀도 그거죠.
“직원들은 돈을 받은 만큼
일을 하는 직원이니 하소연하지 마시고,
당신이 원하는걸 요구하세요.”
어르신의 하소연이 반복이 되면
직원은 “저 양반은 맨날 저러신다” 판단을 하고
더 이상 어르신의 하시는 말씀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죠.
어르신의 “하소연”속에
아픈 부위와 불편한 곳이 있지만,
어르신의 하소연을 제대로
하나에서 열까지 신경써서
듣는 직원은 없으니..
뭘 원하시던가 어디가 아프시면
두리뭉실 말씀하시기보다는
당신이 원하는걸 정확하게
말씀을 하셔야 원하시는 걸
얻을 수 있죠.
나는 “요구하시라” 말씀드려도
이걸 못하시는 분들이 계시고,
요구를 부탁하듯이 하소연하듯이
말씀하셔서 직원에게 아무것도
얻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그런 분들을 보면서 소비자인
어르신들의 “요구”도 단계에 따라서,
상대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져야함을
저도 배웁니다.
요양원에 사시는 어르신들이
조금 더 편안한 생활을 하실 때까지
저의 잔소리형 세뇌 교육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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