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요양원 병동의 전 직원들이
8시간짜리 교육을 받았습니다.
교육을 받기 전에 내가 알고 있던 것은..
“직장내 동료들과의 갈등 해결”
대놓고 왕따를 당하지도 않고,
근무하면서도 눈치껏 부지런히 움직여서
가능한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말자”자세로
일하고 있는 나와는 상관이 없는 주제지만
내가 이 교육을 신청했던 이유가 있었죠.
1. 오스트리아의 요양보호사는 5년 사이에
40시간(인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는
아직까지 받아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고,
일단 아무 교육이나 받아서 시간을
채워 놓으면 되지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고!
2. 교육받는 시간이 근무로 처리가 되니
앉아서 강의 들으면서 돈도 벌어
보자는 마음도 있었죠.^^
처음에는 교육을 원하는 직원들만
신청을 받았었는데..
어느 순간 요양원내 전 직원이
들어야 한다는 원장의 지침이 내려왔죠.
요양원 내의 동료들 사이에 얼마나 문제가 많길래
전직원들에게 이 교육을 받으라고 하는 걸까?
했었는데, 교육을 들어가서 알았습니다.
애초에 하겠다고 했던 교육이 아니었다는 걸!
은근슬쩍 바뀐 교육의 주제는
“Gewalt in der Pfleger
게발트 인 데어 플레게”
한국에는 없는 단어인데,
직역을 해보자면..
“간병에서의 폭력”
즉 “난폭 혹은 폭력적인 간병”이 주제였던 거죠.
요양원에서 사건이 일어나면 가해자는 간병인이고,
피해자는 대부분 어르신들이죠.
물론 반대의 사건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밖으로 알려지는 것은 간병인에게
두드려 맞은 어르신들이죠.
“폭력적인 간병”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때리고, 맞는” 신체적인 것만 생각하시지만
“폭력”이 신체만 해당하는 건 아니죠.
기본적으로는 신체 폭력에, 언어 폭력,
금품 갈취, 강요, 따돌림, 성폭력,
사이버 폭력까지 꽤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 요양원에서 일어날수 있는 건
신체 폭력, 언어 폭력에 강요, 성폭력도 있겠네요.
성폭력이라고 해서 “(성)폭행”까지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성적으로 모멸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고, 성적인 말과
행동도 포함이 되죠.
요양원에서 많이 일어나는 폭력은
사실 신체적보다는 강요입니다.
식사를 안 하시겠다고 하는데 입을 벌리게 해서
음식을 꾸역꾸역 넣는 것도 때리는 폭력보다
더 나을 것은 없는 폭력의 종류죠.
우리는 8시간동안 요양원내에서
간병 중 일어나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또 들었습니다.
자 여러분께 질문을 드립니다.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일까요?
P부인이 씻는 것도 싫고, 먹는 것도 싫으니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게
자신은 그냥 두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직원은 P부인을 일으켜서 씻기고
, 옷을 입히고, 휠체어에 앉힌 후에
음식까지 먹였죠.
이 경우는 간병인이 가해자입니다.
나이가 들고 하늘나라 가실 때가 다되어
가시는 분들은 식사를 거의 안하십니다.
먹어봐야 한두 입 정도.
그리곤 물이나 음료로 당신의 생을 지탱하시죠.
이제는 삶을 마감하는 시간이라
그냥 편안하게 누워만 입고 싶은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타인의 손에 의해서
씻겨지고, 옷이 입혀지고, 먹여지는 상황인 거죠.
당신이 원하실 경우는 그냥 두는 것이 정답이지만,
요양원에서도 두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직원들은 어쩔 수 없는 가해자가 되고 맙니다.
두번째는 이런 상황입니다.
P부인의 따님이 간만에 요양원을 방문해서는
왜 자신의 엄마를 침대에 눕혀놓고
방치만 하냐면서 엄마랑 산책 할 수 있게
빨리 준비를 해 달라고 합니다.
직원이 누누히 며칠 새 병약해진
P부인의 상태를 설명했지만,
요양원을 불신하는 따님은 직원의 말 따위는
무시하고 빨리 준비를 해 달라고 하죠.
이런 경우는 따님이 가해자이고,
직원은 피해자가 됩니다.
P부인의 상태를 봐가면서 하루에 한시간 정도
P부인을 침대에서 분리(?)를 시켜 혹시나
생길지 모를 욕창 방지도 하고 신경을 쓰는데,
약해질 대로 약해진 P부인을 모시고
산책을 가겠다고 준비를 해달라고 하면
안 해줄 수 도 없는 것이 직원의 위치죠.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요양원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면서
간만에 방문을 했는데,
울 엄마가 눈에 나비모양의 가면을 쓴 것같은
퍼런 멍을 달고 있거나, 팔, 다리에 멍이 있으면
내 부모가 학대를 당했다고 생각을 하죠.
엄마가 복도를 걸으면 직원이 바싹
붙어서 부축을 해야 낙상을 방지하는데,
울 엄마 혼자 다니게 두어서 낙상 후
멍이 생겼으니 이것도 다 직원 탓이 됩니다.
이런 생각까지 미치면 사실
요양원을 신뢰한다는 것이 힘들죠.
내가 요양원에 갖다 바치는 돈이 얼마인데,
왜 울 엄마는 볼 때마다 약해지고,
볼 때마다 온몸에 멍을 달고 있냐고???
성질 같아서는 엄마를 모시고 나가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질 못하니 더 속이 타고,
간만에 엄마가 만날 때마다 자꾸만 작아지는
엄마를 보니 도끼눈으로 직원들을 쳐다보죠.
워크샵을 하는 중에 강사는 몇몇의 보호자들이
직원들을 이렇게 생각을 한다고 했죠.
“너 네가 못 배워서 남의 똥꼬나
닦는 이런 일을 하는 거지.”
내 부모를 돌봐주는 고마운 직원이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못 배워서 선택할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 요양원에서 일한다고
생각 한다니 저는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이 말이 조금 웃겼습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고졸 포함)
대학 진학률이 20~30% 정도입니다.
대부분은 14살에 중학교를 졸업하면
견습생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사회에 나오며
최종 학력은 “중졸”이죠.
이런 사람들이 “못 배웠다”는 표현을 한다니..
그리고 요양보호사 직업 교육도
법적으로 중졸 이상의 학력이 되어야
받을 수 있는 직업군입니다.
누가 누구를 보고 “못 배워서
간병인이나 한다”고 하는 것인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방 끈이 길거나
짧은 학력을 떠나서 누군가는 요양원에서
자신의 부모를 돌보는 일을 해야하는 거죠.
자기네가 생각하는 그 “못 배운 사람들”이 없다면
누가 요양원에서 자신의 부모를 돌보게 될까요?
강의중 들었던 재미있는 법규.
상대방을 모욕하는 단어, 욕을 하면
내야하는 벌금들이 꽤 셉니다.
우리는 어르신들에게 거의 매일,
엄청 자주 듣는 욕들인디..ㅠㅠ
자! 어떤 욕에 얼마의 벌금을 내는지 알아볼까요?
경찰한테 반말을 하면
벌금 600유로.
그외 “멍청이”라고 하면
벌금 1500유로,
“비열한 인간/ 늙은 돼지라고 하면
벌금 2500유로,
혀를 내밀면(메롱?)
벌금 150~300유로,
“돌았냐?”라는 제스처는
벌금 750유로
가운데 손가락 (엿 먹어라?)욕은
벌금 600~4000유로.
하루 종일 진행되는 교육이라
준비가 되어있던 간식들.
샌드위치에 과일, 음료까지 하루 종일 배가
고플 새가 없이 쉬는 시간마다 푸짐한
먹을거리가 있어서 더 만족스러웠던 교육.
매일 반복되는 일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이 폭력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행해질 때가 있는데,
이런 교육을 받음으로서 다시 한번 내 직업을,
내가 하는 일을, 생각하게 됩니다.
나의 부드러운 손길 한 번이,
나의 다정한 눈빛 한 번이 내 손길을,
내 눈빛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그날 하루를 감사하게 살수 있는
이유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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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방에 단둘이 있을때의 요양보호사와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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