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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타인에게 감동을 받다.

by 프라우지니 2022.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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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다가

눈물을 찔끔 흘렸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람의 행동에

감동을 해서 말이죠.

 

사람의 말 한마디가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냥 감사가 아니라 감동까지 했죠.

 

눈물이 핑 돌면서 울고 싶어지는데,

장보다가 우는 건 아닌 거 같아서

눈을 질끈 감고는 나오는 눈물을 참았죠.

 

내가 왜 눈물이 나게 감동을 했는지

궁금하신분은 계속 읽어 주시라~~^^

 

근무를 끝내고 퇴근을 하는 길에

슈퍼에 잠시 들리기로 했습니다.

 

퇴근길 슈퍼 장보기를 위해서

아침에 차로 데려다 준다던

남편의 제안도 거절을 했죠.

 

남편이 출근을 시켜주는 날은

퇴근도 남편과 함께 해야하거든요.

 

3일 출근, 2일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이

출근을 하면 점심이랑 간식을 싸가야 하는데,

마눌도 일을 하러 가야하니

챙겨주지는 못하고!

 

간식으로 가져 갈만한 과일이 있는지

퇴근하는 길에 들러볼 생각이었죠.

 

이건 남편을 위하는 척하는

마눌의 과장된 변명이고,

사실은 퇴근하는 길에

슈퍼 들리는 걸 좋아해서 갔습니다.

 

살 것이 없는 날에도 퇴근길에

슈퍼를 두리번거리면서

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에게는

“힐링의 시간”이라 자주 하는 짓이죠.

 

 

내가 걸려서 넘어진 곳이 바로 oops!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가 차가

안 오는걸 확인하고 차도로 들어갔고,

 

슈퍼로 들어가려고 오른손을 들어서

우측으로 가겠다는 걸 수신호 한 후에

커브를 틀어서 우회전을 했는데..

 

우회전을 조금 크게 했어야 했는데,

작게 돌았더니만,

순간 내 앞에 나타난 작은 둔턱.

 

자전거를 타고 몇 백 번을 다닌 길인데,

오늘은 왜 커브가 짧아서리..

 

자전거의 속도도 있는데,

자전거 바퀴가 둔턱에 비스듬하게

들어가면서 미끄러졌습니다.

 

제가 넘어졌다는 이야기죠.

그것도 전차가 다니는 철로 위에서!

 

넘어지자마자 후닥닥 일어났는데,

내 뒤에서 누군가 소리를 질러서 보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아저씨가

내 걱정을 해주시는 소리였습니다.

 

하필 슈퍼 앞에서 슈퍼에서

장보던 사람들도 다 봤을 텐데,

넘어지고 일어나는 순간에도

저는 하나도 쪽팔리지 않았습니다.

 

정말 쪽 팔리지 않았는지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넘어지는 순간에는

이런 생각을 했었네요.

 

큰일났네,

도로에 살을 다 갈아서 어쩌누?”

 

 

 

슬라이딩 후 벌떡 일어나면서

내 몸을 살펴보니 생각보다

멀쩡해서 나도 놀랐죠.

 

오른쪽으로 넘어졌는데,

오른팔 뒤꿈치가 멀쩡했고,

오른쪽 무릎이 조금 화끈거린다는

외에는 나름 멀쩡했죠.

 

넘어졌다 일어나는

그 짧은 순간에 들었던 생각.

 

다행이다, 전차가 안 오고 있어서..”

 

물론 전차가 지나갈 때는

빨간 불이 들어와서

우회전이 불가능하지만,

내가 넘어지는 순간에 전차가

오고 있었을 수도 있는데,

전차가 오지 않는 것이 그 순간 감사했죠.

 

그렇게 자전거를 다시 세워서 타고는

장보러 슈퍼 안에 들어갔는데..

 

야채를 고르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가 말을 겁니다.

 

안 다쳤어요?”

 

고개를 돌려보니 7~8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날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봅니다.

 

그 아이에게 웃으면서 괜찮다고 하니,

이번에는 그 아이 옆에 있던 그 아이의

아빠가 나에게 다시 묻습니다.

 

정말 안 다친 거 맞아요?”

 

괜찮다”,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했음에도

내가 정말로 괜찮은지 재차 묻고는

사라지는 그 부자를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내가 넘어지는 현장을 목격했다고

해도 절대 묻지도 않고,

아는 체도 안했을 상황인데,

그 외국인 부자는 나의

안녕을 물어온 것이었죠.

 

그들의 말이, 날 정말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봐준 그 부자의 말과 행동에

감동을 해서 나는 잠시 먹먹했었습니다.

 

그렇게 슈퍼에서 오이 2개를 사 들고

집에 오는 길에 잠시 갈등을 했습니다.

 

내가 넘어진 것을 나는 남편에게

“말할까 말까?”

 

말하지 않으면

남편이 모를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아픈데도 있으니

남편에게 자수하기.

 

남편은 마눌이 다쳤다고 하면

말을 절대 곱게 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밖에서 다치고 왔는데,

조심 안 했다고 혼내는

아빠 같은 행동을 하죠.

 

 

넘어진 장소에 비해서 야주 약한 내 상처.^^

 

집에 와서야 알았습니다.

 

내 팔꿈치가 멀쩡했었던 건

내가 메고있던 메낭 덕이었고,

무릎이 그나마 아주 살짝 까진 건

이날 내가 무릎을 덮는

바지를 입고 있어서였죠.

 

배낭도 없고, 바지도 짧았다면

상태가 더 심각했을 텐데,

그나마 요만큼만 까진 건 감사할 일이고,

넘어지면서 충격이 있었는지

기침을 하거나, 웃으면 가슴 쪽이

조금 아프다고 하니, 남편은

멍이 금방 올라 올거라는 겁을 주고 있죠.

 

자전거를 타고 슬라이딩 한 정도이니

어디가 부러진 거 같지는 않고..

 

그저 흉부 쪽에 약간 충격을

받은 정도라 멍이 올라온다고 해도

금방 가라앉지 싶습니다.^^

 

넘어진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던

타인의 말과 눈빛에서는

감동을 받아 눈물까지 났었는데,

 

나를 사랑하는 남편은 다친 마눌에게

잔소리 폭탄만 던집니다.ㅠㅠ

 

당신 얼마 전에는 슬리퍼 신고

계단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 찧어서

궁디에 멍을 달고 다녔었지?”

 

정말로 한동안 궁디에

몽고반점 형태의 멍이 있었죠. ㅠㅠ

 

 

빨/흰/빨 세줄짜리 오스트리아 국기라는 내 상처와 출근하는 마눌 팔뚝 봉해준 남편의 조치.

 

과자 굽는다고 설치다가

오븐에 팔뚝 데어서 오스트리아 국기

단지 얼마나 됐다고 이번에는 또 무릎이야?

다음에는 또 어디를 다쳐서 올래?”

 

마눌을 걱정해서 한다는 소리인 걸 알지만,

남편의 말에 뿔이 나서

내일도 또 다쳐서 오라고 악담을 해라~”

했지만 남편의 마음은 알고있습니다.

 

남편은 마눌이 자전거 타고 넘어졌다면

자전거는 멀쩡하냐?”묻는 인간형이지만..

 

손목에 화상 입은 마눌이 출근 한다니

다친 곳이 일하는 동안 덧날까봐

아침에 출근하는 마눌을 앉혀놓고

붕대랑 테이프로 고정해주는

자상한 마음을 알고있어 입으로 뱉는

차가운 말은 무시를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남편의 행동이 아닌

말로 감동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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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남부 와이너리 지역 자전거 투어 영상입니다.^^

 

https://youtu.be/DcR8muoLLV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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