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우리 병동 직원들의 입에
제일 많이 오르는 사람은 실습생,F.
자신이 아직은 배우고 있는
실습생이라는 걸 망각한것인지
초보 정직원들에게 잔소리를 하기도하고,
또 안해도 되는 말을 하고 다녀
구설수에 휘말려 있죠.
많고 많은 소문 중에 가장
현실적인 것은 그녀의 “독일어 실력”
외국인이라 발음이 새는 건
어쩔수 없다쳐도 어휘력도 딸리니
자연히 그녀가 할수 있는
대화도 짧을 수밖에 없고,
그녀의 발음을 못 알아듣는
어르신도 많지만, 그녀가 말할 때마다
“뭐라고?”하는 동료들도 있죠.
본인은 이제 직업교육이 끝나는
시점이라 당연히 정직원으로 계속해서
일을 할거라 기대를 하고 있지만,
그녀를 동료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동료들이 꽤 많죠.
저녁 8시까지 하는 늦은 근무라
같이 근무하던 동료들은 다 퇴근하고
나 혼자 병동에 있는 시간에,
윗층에서 근무하던 F가
내가 있는 층에 있는 사무실에
근무표를 보러 잠시 왔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 수업이
자꾸 바뀌니 없던 수업이 생기고,
있던 수업이 취소가 되어
요양원에 잡혀있는 그녀의
실습 날짜도 변경을 해야했죠.
병동 담당자에게 내일 오전에
전화를 하겠다는 그녀의 말에
얼른 다른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그녀가 전화를 해도 그녀의
독일어 발음 때문에 병동 책임자가
못 알아 듣는다는 걸
그녀를 뺀 병동의 전직원이
알고 있으니 그녀가 전화하는 걸
말려볼 생각으로 말이죠.
“바쁜 아침에 전화를 하는 것 보다는
그냥 이메일을 보내.
그러면 병동 책임자가 너한테 새로
근무를 배정 한 후에 연락해줄거야.”
이렇게 시작한 그녀와의 대화.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녀는 자존감이 흘러 넘치는
인간형입니다.
“자신의 독일어는 완벽해서
어르신들과의 대화도 문제가 없고,
동료들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그녀.
듣는 내가 다 황당한 말입니다.
그녀의 말에 내가 진심을 담아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F, 나는 여기서 일한지 7년차야.
여기서 7년을 일해도 나는 여전히
내 독일어가 부족한 걸 아는데,
이제 2년차인 너는 네 독일어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거야?”
동료들이 F의 독일어 실력을
이야기를 할 때, 나는 나 자신을
돌아봤었습니다.
그래서 동료에게 내가 처음 정직원으로
들어올 때도 동료들이 내 독일어
실력을 많이 이야기 했었는지,
내가 정직원으로 입사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는지 심각하게
물어본 적도 있었죠.
http://jinny1970.tistory.com/3567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거나
아주 어릴 때 오지 않은 이상
외국인의 독일어 발음은 현지인과는
차이가 날수밖에 없고,
이미 나이를 먹을 만큼 먹는 후에
온 사람 같은 경우는 발음과 더불어
어휘력도 딸릴수 밖에 없죠.
7년차 직원도 자신의 독일어 발음과
어휘력이 부족하다는걸
본인이 잘 인지하고 있는데,
2년차 실습생이 자신의 독일어는
완벽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듣는 내가 다 기가 찰 노릇입니다.
자신이 독일어로 말을 할 때
어르신들도 고개를 갸웃뚱하고,
동료들도 얼굴에 인상을 쓰고
“뭐라고?”를 반복하는데
그녀는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것인지..
상대방의 반응는 보지않고,
자신은 어르신들과도 아무런 문제없이
소통을 하고, 동료들과도 문제없이
소통하는 독일어 실력이라는 것인지..
어떻게 자신의 주제를
이렇게 모를수가 있는 것인지…
그녀에게 현실을 일깨워줘야 할거 같아
조금 길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가 독일어로 말을 하면 천천히
정확하게 발음하지 않는 이상
어르신들은 내 말을 잘 못 알아 들으셔.
뭘 물어보니 그냥 “응”이라 하시는거야.”
정말로 알아들어서 대답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르신들은 당신이
알아듣지 못하셔도 일단 대답을 하시니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알아들었다고
생각을 할수도 있겠죠.
“너보다 더 오래 근무한 나도
동료들이나 어르신들이 사투리를
사용하면 전혀 못 알아듣는데,
너는 그걸 다 알아듣는다고?”
“아니, 나도 그건 잘 못 알아들어.”
“그럼 네가 여기서 일하면서
독일어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생각 하는건 아니지.”
“……”
“너와 일하는 동료들은 다
너와 의사소통을 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너만 문제가 없다는건
조금 아이러니 한데?”
그녀는 자기가 매일 직면하는
문제를 전혀 모르는 것인지,
아는데 아니라고 우기면서
그 문제를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는 것인지,
아님 진실은 절대 말하지 않는
오스트리아 사람의 특성을 모르고
그들이 말하는걸 그냥
그대로 믿는 것인지..
자존감이 너무 높은데다가
동료들이 다 “문제없다”하니
그냥 그걸 믿는 것도 같고!
오스트리아에 오래 살았다고 해도
내가 “외국인”인건 변하지않고,
내가 외국인이여서,
내 독일어가 조금은 다르다는걸
내 스스로 알고 있어야
어떤 상황에서도 내자신을 제대로
볼수있는 안목이 생기는거죠.
F와는 잠깐 대화를 해봤지만,
그녀는 자신의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기 보다는
내가 하는 말에 열심히 변명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외국인이고 발음도 정확하지
않아서 우리가 말을 길게 하면
어르신들이 못 알아들으셔..
그러니 가능한 짧은 문장을 말하고,
말을 천천히 해야 어르신들이
말을 알아들으시고 반응을 하시니
가능한 짧게, 천천히!”
마지막으로 내가 취하는 방법을
그녀에게 알려주는 것으로
나의 염려는 접기로 했습니다.
자존감이 넘치는 그녀에게는
귀를 닫아 내 말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거 같아서 말이죠.
나도 자존감은 꽤 높은 편이지만,
독일어를 사용하는 현지인 사이에서
일을 하는 동안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한국인으로서의 자존감을
잠시 내려놓습니다.
내가 잠시 자존감을 내려놓는다고 해도,
내 스스로 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현지인들 사이에서
일을 하는 동안은 그들과 조금은 다른
내 위치를 인식하는 시간이죠.
나도 스스로 자존감이 넘치는
인간형이라 자부하지만,
F의 넘치는 자존감은 조금은
위험해 보여 걱정스럽습니다.
그녀가 정직원이 되어서 함께 일한다?
이건 사실 나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한 팀에 외국인인 한 명정도 끼어있다면,
일하는 도중에 잘 모르는 단어 같은 건
현지인 직원의 도움을 받을수도 있지만,
전원이 다 외국인이면 아무래도
어르신들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죠.
자존감이 없는 사람들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상황에 치이고,
사람들에 치여서 힘이 들겠지만,
자존감이 넘치는 사람은
자신의 위치와 상황을 자각하지 못하니
주변 사람들에게 치여
힘이 들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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