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한동안 이런 물음을
머리 속에 넣고 다녔습니다.
우연히 듣게 된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가 아마 그 시초였는지도 모르겠네요.
이제 환갑을 코앞에 둔 여성들을
인터뷰한 라디오 방송에서 여성들은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하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남편과 한평생 참 잘 살았는데,
늙으막에 남편이 바람이 나서 이혼을 했다.
남편과 살 때는 경제적으로도 여유롭고
편안한 삶이었는데, 남편과 이혼하고 나니 막막했다.
젊어서 간호사로 일을 하기는 했었지만,
그건 오래전 이야기이고,
이제 다시 취업을 하려니 다 컴퓨터로
일을 해야해서나 같은 구세대가
다시 간호사로 일하는 건 너무 벅찬 일이었고,
겨우 취업한 곳이 동네 식료품점이다.
거기서 점원으로 일하면서
월급을 받아서 생활하고 있는데,
이제 은퇴가 코앞인데 최저 연금을 받게 되면
다행이고 요즘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
오스트리아의 최저 연금은
대략 800유로정도라고 알고 있는데,
이걸로 월세를 내면서 생활하려면
딱 먹고 사는 정도만 가능하다는 이야기죠.
다른 여성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젊어서 일을 했지만, 아이를 몇 낳았고,
그때마다 아이를 보살핀다는 명목으로
몇 년씩 일을 쉬어야만 했다.
풀타임이 아닌 시간제로만 근무를 해서
연금을 받는다고 해도
최저 생계만 가능한 정도가 될 거 같다.”
경제적으로 풍족함을 채워주던 남편없이
혼자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토로하는 여성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는
우리나라에서만 아니 더 나아가서는
아시아권에서만 해당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사는 서양 여성들도
우리 속담이 딱 들어맞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면 여자의 삶이 편해지죠.
굳이 밖에 나가서 일을 할 필요도 없이
집에서 아이들만 돌보거나,
본인이 원하면 시간제로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자신이 원할 경우이고,
남편들이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라고
밀어내지만 않는다면 집에서
살림하면서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아이를 낳은 엄마에게는 더 행복한 삶이겠지요.
결혼하기 전, 혹은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일을 했지만,
출산이 다가올 무렵에는 2달의 출산 휴가를 갖고,
아이를 낳고 난 후에는 1년~3년까지
본인이 선택한 기간 동안,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육아 휴직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1년~3년간의 육아 휴직을 갖은 후에
다시 직장에 복귀를 하면..
이미 많은 것이 변해있는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힘든 건 여자의 몫!
또 아이를 유치원/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는 일은 다 엄마가 해야하니
근무는 시간제로만 가능합니다.
누군가 아이를 봐준다면 풀타임도 가능하겠지만,
자립 정신이 강한 서양 여성은 이 모든걸
직접 해야하니 시간제로 일하기!
남자들은 육아에서
이 한마디로 열외를 할 수 있죠.
“나는 풀타임으로 일해서 돈을 벌어야지!”
아이를 돌보고, 살림도 해야하고,
요리까지 해야하니
엄마들은 시간제 일만 가능합니다.
주 20시간 일하고 집안에서는
그보다 더 긴 시간을 일을 하지만,
월급이 나오는 일이 아니니
남편에게 무시당하기 일쑤!
“나도 돈 벌어 오잖아”하면!
“당신이 벌어오는 돈이 얼마나 된다고?”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도대체 집에서 아이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집안이 조금 지저분하면!
“당신은 집에서 하는 일이 뭐야?”
집안일이나 아이들에 관련된 것을 도와달라고 하면!
“나는 밖에서 풀타임으로 일해서 피곤한데
집에서 좀 쉬게 두면 안되나?”
여자는 여자 대로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는데,
그 삶을 잘 들여다보면,
오로지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닌
아이들과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태어난 삶 같죠.
젊었을 때는 “직업적으로 성공”을 꿈꿨던 여자가
결혼/동거를 해서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면
“직업적 성공”을 붙잡고 있을 수만은 없는 문제.
누군가 아이를 돌 봐줘서
풀타임으로 일을 한다고 해도,
아이가 아프거나, 학교에서 상담을 오라고 하면
이건 엄마가 나서서 처리해야 하니
직장에서도 정신집중해서 일할 수 없고,
처리해야 하는 급한 일을 잠시 미뤄두고
아이 문제부터 정리를 해야하죠.
애초에 “엄마의 인생”을 꿈꾼 건 아니었는데..
“나는 우리 엄마처럼 아이들만, 남편만
바라보고는 살지 말아야지..”했었는데..
살다 보니 나는 내가 봐왔던 항상 안타까웠던
우리 엄마의 “그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여자가 자기의 삶을 쪼개서
부지런히 사는 동안 남자는
그저 “풀타임”으로 일을 합니다.
“경제적인 건 내가 책임지니
당신은 집안일/육아 등의 일만 책임져”해서
그렇게 2인 3각 게임 같은
결혼 생활을 잘 해내나 싶었는데..
그렇게 아이들이 장성하고 나니
남편은 이혼을 요구합니다.
여자는 시간제 근무+ 오랜 기간의 육아 휴직 등의 이유로
나이가 들어서 연금을 탄다고 해도 최저 연금.
하지만 남자는 평생 풀타임으로 일을 했으니
은퇴 후 매달 받게 될 연금은
(여자가 받게 될) 최저 연금의 2배 혹은 그 이상.
여자의 최저 연금 (대략 800유로) 에
남자의 연금 (대충 2배인 1600유로로 잡고)이 합쳐져야
둘다 은퇴를 해도 여유 있는 삶이 유지되는데...
남편과 이혼하고 나면 여자는
혼자 살아가는 것이 힘들어집니다.
젊었을 때는 남편이 돈 잘 버니
나름 수준 있는 생활을 유지했었는데,
갑자기 남편이 사라지니
여자에게 남은 건 남편/아이를 위해서 사느라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고 남은 쇠약한 몸뚱이뿐!
제 직장동료를 봐도 남편이 돈을 벌고,
집에 아이들이 있는 직원들은
대부분 시간제로 근무를 하지만,
이혼을 해서 혼자 가정을 꾸려나가야 하는
직원들은 풀타임으로 일을 합니다.
50대 중반의 여성이 요양보호사로
풀타임(주39시간) 일을 한다는 것이
육체적으로 얼마나 힘든지 아는 사람만 알죠.
젊은 시절에는 남편과 살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시간제 근무를 했었지만,
남편과 이혼하고 나니 은퇴 후 받게 될
최저 연금이 걱정이 되고!
그렇게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은행융자를 끼고 작은 아파트라도 하나 사 놔야
연금을 받아서 월세 내는 생활은 면할 수가 있다며
“앞으로 몇 년만 더 참으면 돼”하는 내 동료들.
나도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서
편하게 살고있는 1인입니다.
주 20시간 일해서 월급을 받지만,
생활은 다 남편이 책임지고 있으니
작은 금액의 월급은 매달 통장에 쌓이고 있고!
주말이면 가까운 근교로,
휴가 때면 먼 나라로 남편이 다 책임지고 운전을 하고,
비행기를 예약하고, 숙소를 예약하죠.
하지만!
저도 남편의 테두리를 벗어나게 되면
이런 모든 혜택(?)들은 다 사라지게 될테고,
내가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이
“풀타임”으로 일하는 것이겠지요.
드물기는 하지만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여자가 능력이 있어서 밖에서 돈 벌고,
남자가 집에서 살림하는 경우!
하지만 이것 극소수의 이야기죠.
이런 경우는 남자가 불안함 마음을 갖고
살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 마눌 덕에 내가 주변에 떵떵거리고
윤택하게 살고있는데,
어느 날 마눌이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이혼하자고 한다면?
하루 아침에 그냥 길거리로
나 앉게 되는 꼴이 되는 거죠.
그렇다고 아내/남편의 비위를 맞추면서
꼬리를 내리고는
“말 잘 듣는 아내/남편”이 될 필요는 없지만,
내 모든걸 희생해서 가꿔놓은 가정이었는데..
어느 날 내가 가꿔 놨던
가정에서 맨몸으로 버려진다면..
남의 이야기를 들어도,
주변에 사는 사람들을 봐도
그들의 상황들을 보면 항상 마음이 답답합니다.
남녀가 만나서 서로의 반쪽을 채우며 살다가
어느 순간 헤어지게 된다고 해도
여전히 반쪽으로 남아있어야 하는데..
나중에 남겨진 여자는 왜 온전한
반쪽조차 되지 못하는 것인지..
나도 여자이기에 안타까운 그들의 인생을 보며,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여자들이 이야기를 들으며,
내내 마음이 심란합니다.
여자는 과연 무엇으로 살며, 누구를 위해서,
또 무엇을 위해서 한평생을 사는 것인지!
마지막으로 죄송한 말씀드립니다.
글을 쓰는 나도 “내가 지금 뭘 말하고자 하는 겨?”
싶은 아주 난해한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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