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스트리아의 요양원에서 일을 합니다.
나는 오스트리아에서 직업 교육을 받은 후에
이곳에서 근무를 하는 요양보호사죠.
요양원으로 사시는 분들은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걸 알고 계시나요?
“내 자식이 나를 버렸다.”
이건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입니다.
돌봐줄 사람없이 혼자 사시는 부모를
자식들은 자신들의 집으로 모시는 대신에
요양원을 알아보고 그쪽으로 부모의 거처를 정하죠.
의지할 곳 없는 자신을 품어주는 대신에
요양원으로 보내버린 자식을 미워하고,
또 자주 오지 않으니 그리워하고,
이런저런 감정의 골을 겪다가
우울증에 걸리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한국은 오스트리아보다 자식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어르신들이 훨씬 더 많겠죠.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가르치고,
또 결혼을 시킬 때까지의 긴 여정.
그 길고 긴 과정에서 아이에게 들인
사랑과 정성 그리고 돈까지.
물론 자식에게 보상을 받으려고 낳아서,
키우고 가르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미래보다는 아이들의 미래에 투자를 했으니
자식들에게 보상을 바라는 것도
사실 무리한 요구는 아니죠.
하지만 그런 부모의 모든 것을 다 받고 자란 자식들이라고 해도
부모를 끝까지 책임지는 건 불가능합니다.
날 위해 평생 희생하신 부모를
모시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 않죠.
얼마 전에 한 블로그에서 읽었던 글입니다.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집에서 모셨는데,
엄청난 거구의 어머니를 모시면서
자신의 아내는 허리가 망가졌고,
아내를 대신해서 자신이 직접 했었는데,
모시는 세월이 길어지면서
자신도 허리와 이곳 저곳 몸이 망가져서
집에서 모시는 건 힘들어 요양원으로 모실 결정을 하고는
그날 저녁에 대성 통곡을 했다는..
그 글을 읽으면서 현직 요양보호사인 내가 느꼈던 생각은..
“몇 년 동안 거구의 어르신을 집에서 모셨다니 대단하시다.”
“어머니 모시느라 허리가 망가진 부부의
앞으로 남은 생을 건강해야 할텐데..”
“왜 진작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지 않았지?”
이런 생각들이 차례로 들었습니다.
요양원은 이런저런 편리한 (이동)기구들도 있어서
어르신들을 모시기가 집보다는 훨씬 더 나은 환경입니다.
물론 내 자식의 도움이 없다는 가장 큰 단점이 있지만,
자식과 한 집에서 살면서 자식들의 삶과 건강이
황폐해지는 건 사실 부모도 바라지 않겠죠.
내가 생각하는 방법이 한국의 환경과 다를 수 있어서
이것이 정답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내가 이곳에서 본 가장 좋은 방법은 이거였습니다.
요양원에 사시는 부모를 매일 방문하기.
우리 요양원에 매일 찾아오는 사람들이 몇 있습니다.
뇌졸중으로 반신불수가 된 엄마를
찾아오는 50대 중반의 아들.
엄마랑 둘이 살다가 엄마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더 이상 집에서 돌보지 못하니 요양원으로 모셨고,
매일 오후, 퇴근 길에 엄마를 찾아와서는
1층 카페에서 한 두시간 시간을 보내다가 집을 간다는 미혼의 아들.
와상환자인 90대 엄마를 찾아오는 50대 후반의 딸.
도움이 없이는 드시지도 못하는 엄마를 위해
매일 오후 이런저런 간식들을 챙겨 오는 딸.
늦은 오후에 와서는 엄마의 저녁까지
먹여드려서 직원의 일손을 덜어주죠.
자신이 못 오는 날에는 그녀의 동거남이 혼자 와서
할매의 딸이 하듯이 간식과 저녁까지 먹여드리고는 갑니다.
딸도 하기 힘든 일을 사위도 아니고
딸의 동거남이 매일 찾아오는 건 대단한 일이죠.
자기 부모를 매일 찾아가기도 힘든데
동거녀의 엄마를 매일 찾아오는 남자를 보면서
“저것이 사랑의 힘인가?”하는 생각도 했었죠.
80대 치매 엄마를 찾아오는 60대 딸.
자신도 손녀가 있는 할머니인데도
매일 저녁 엄마를 찾아와서 두어 시간을 보내죠.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860
내가 만난 오스트리아의 “효녀”
한국의 요양원은 이곳과 달라서 자식들이
매일 자신의 부모를 방문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요양원은 대부분의 방이 1인실, 2인실이고,
복도에도 앉을 수 있는 의자들이 많아서,
어르신의 가족들이 부담없이 매일 찾아올 수도 있죠.
우리나라의 병원과 비슷한 구조라고
생각하시면 맞을 거 같아요.
우리나라 병원은 아무때나 방문할 수 있죠.
(물론 코로나 시대인 지금은 아니지만 말이죠.)
집에서 부모님을 모시는 것도 좋겠지만,
그러면서 자신의 건강까지 해치기 보다는
가까운 요양원에 모신 후에 오전이나 오후,
매일 시간이 나는 대로 찾아가는 방법이 최상의 방법인데..
가까운 근처에 사는 자식의 방문을 매일 받는다면
요양원에 사셔도 “내 자식에게 버림 받았다”는
느낌은 안 받으시겠죠.
찾아보면 그런 곳이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일반 요양원보다는
조금 더 고급스러운 곳이어야 가능할 것도 같네요.
제가 한국에서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을 때
실습을 나갔던 요양원 같은 경우는
좌식에 한 방에 꽤 많은 어르신들이 함께 사셔서
가족들이 방문을 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였거든요.
일단 공간 대비 어르신들이 너무 많아서
집이 좁아 방문객이 올 수도,
와도 자신의 부모와 어디가서
조용하게 이야기 할만한 공간도 없었죠.
내 자식도 먹고 살아야 하니 일을 해야 하는데,
자식이 집에 없을 때 혼자 있는 것보다야
옆에 사람이 있는 것이 좋고,
또 혼자 집에 있다가 사고를 당해도
주변에 아무도 없어 발견하는 시간이 늦어지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죠.
부모를 모시고 살고 싶고,
또 자식 곁에서 삶을 마감하고 싶은
각자의 생각이 현실로 이뤄지기는
무리가 있는 것이 현대의 가족.
부모님을 모시면서 가족의 건강을 망치고,
가족관계까지 망치는 것보다
집과 가까운 요양원에 모시고
가족들이 시간이 나는 대로 찾아 뵙는 것이
집에 모시면서 서로 싫은 소리 해서
관계를 망가뜨리는 것보다는 더 건강한 가족의 모습이겠죠.
이런 구조의 요양원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한국의 요양원도 하루 중 아무 때나 혹은 하루 종일
자신의 부모를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곳이 생겨나겠죠.
집에서 모시기 힘든 부모를 근처의 요양원에 모시고,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갈 수 있는 이런 곳이 있다면
요양원에 부모를 모시는 자식들은 부모에게 덜 미안하고,
그곳에 사시는 어르신도 매일 찾아오는 자식이 있어
조금 덜 외로우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런 곳이 한국에도 생기겠지요?
아니, 이런 곳이 이미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자식들은 덜 미안하고,
부모들은 덜 외로운 그런 곳이!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해는 코로나가 우리 곁에서 멀리 떠나길 바라고,
제 집을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들 댁네에 평안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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