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유럽국가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오스트리아는 생일 전에는 “생일축하”를 하지 않습니다.
생일 전에 선물이나 “생일축하”이야기를 하면
불운이 따른다나요?
그래서 생일 축하는 당일이나
생일이 지난 다음에 하는 것이 보통이죠.
생일 전날 등산을 함께 하자고 만났던 남편의 친구,
A에게서 생일선물을 받았습니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잘 안하는 행동인데,
그 친구가 다니는 한국인 회사에서 물어봤던 것인지,
아님 우리는 자주 만나지 않으니
그냥 만난 김에 주려고 들고 나왔던 것인지..
이유야 모르지만,
한국사람인 나는 생일 전에 축하를 받아도,
선물을 받아도 “불운”이 온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니 OK.
축하나 선물은 아무 때나 받아도 행복합니다.^^
만나서 등산을 하자고 전 날 저녁에
A와 남편이 하는 통화를 했었지요.
“낼 모래는 안돼,
그 다음날 근무가 있어서 내 마눌이 안 가겠다고 해.”
하루 10시간을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 하는 근무라
50대 아낙에게는 조금 피곤한데,
전날 등산까지 한 다음이면 그 피곤이 2배가 되죠.^^;
지난 달에 등산을 하고 바로 이틀 연속 근무를 하니
쪼매 피곤해서 남편에게
근무 전날은 등산을 안 가겠다고 했었더니만,
A에게 그걸 설명하는듯 했습니다.
다음날 어느 산으로 갈지 이야기를 하는가 했더니
뜬금없던 남편의 한마디.
“낼 모래가 내 마눌 생일이야.”
왜 낼 모래는 등산이 불가능한지
추가 설명을 하는 중인가?
뜬금없는 “마눌 생일”에 그렇게 생각을 했죠.
“내 마눌 생일”이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상대방이 선물 같은 걸 챙겨오리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전에도 내 생일이라고 집으로 불러서
밥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은 빈손으로 오는 인간형들이죠. ㅠㅠ
여기 사람들은 생일이라고 해도
그냥 축하 인사 한마디 정도이지,
선물 같은 걸 남편의 주변인에게서 받아본 적이
거의 없어서리 아예 기대를 하지 않죠.
내 생일이라고 선물을 챙겨준
남편의 친구가 한 명 있기는 했었네요.
이태리 친구가 내 생일이라고
제법 고가의 발사믹 식초를 선물 해 준 적이 있었죠.
저렴한 발사믹 식초만 사먹던 남편은
이 친구가 선물한 고가의 발사믹 식초 맛을 보면서
저렴이 발사믹 식초를 탈출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태리 친구는 평소에도 넉넉한 인심(?)이라
선물을 해온 것이지만,
그외 다른 친구들은 무슨 때라고
선물 같은 걸 주지는 않았었는데..
등산을 하기로 했던 곳의 주차장에서 만난 A가
나에게 내미는 건 선물!
깜짝 놀랐습니다.
A와 알고 지낸 지 14년인데 처음 받아보는 선물입니다.
나는 시시때때로 수제 초콜릿이나
작은 소품도 선물로 줘봤고,
자전거 탈 때 입는 셔츠도 남편 것 사면서
한 개 더 사서 준 적도 있었지만,
이 친구는 받을 줄은 알았지,
줄 줄은 모르는 줄 알았었는데..
14년만에 선물이라고 받아보니
오히려 “왠욜?” 했습니다.
아무튼 선물은 받아서 즐거운 것이니 땡큐.
그라츠 시내의 아파트에서 살다가 시외의 농가를 사서
몇 년에 거쳐서 개조를 하느라 바빴던 A는
최근에 농가로 이사를 했다고 합니다.
마당에 여러 종류의 나무들도 심었고,
최근에는 닭 두 마리가 매일 알을 낳는다고 했었는데..
내 생일선물로 챙겨온 것은 A네 마당에서 노는 닭이 낳은 알.
하루 2개씩 낳는다고 했었는데,
나에게 주려고 5일을 모았나 봅니다.^^
A에게 선물 받은 달걀은
시중에서 파는 달걀보다는 조금 더 작은 유기농.
유기농 달걀이라고 해서 가격이 비싼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마음이 감사합니다.
달걀과 함께 챙겨온 초콜릿은 뜬금없는
Merci 메르시(사랑)이라,
누구한테 받은 걸 가지고 왔나? 했습니다.
보통 생일 선물로 초코렛을 샀다면..
밀카에서 나온 “ Alles Gute 알레스 굿테
(다 잘 되기를=생일 축하해)”일 텐데,
위에서 설명한 초콜릿이 궁금하신 분은 검색 창에
“milka alles gute”을 치시면 실물을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
뜬금없는 “사랑해”라
내 생일 선물로 주려고 산 것이 아니라
자기가 받은 것 중에 하나를 들고 온 모양이구나 했죠.
만약 이 친구가 날 위해 사랑해 초콜릿을 산 거라면..
다음에 만나면 볼키스에 찐한 포옹도 해줘야 할거 같네요.
(나중에 코로나가 지나간 다음에 말이죠.)
나는 맨날 말로만 농담처럼 “사랑해, 나랑 결혼할래?” 했었는데..
A는 나를 정말 사랑하는 모양입니다. ㅋㅋㅋ
생일 전에 받은 생일 선물이라 특별하고!
알고 지낸 지 14년만에 받은 선물이라 더 특별하고!
생일선물로 유기농제품을 받는 것도 처음이라
완전 특별한 선물입니다.
아! “메르시/사랑해” 초콜릿은 남편에게도 받아본 적이 없는..
(정말 없는지 잠시 기억을 더듬는 중!)
선물이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 같습니다.
남편이 A와 전화 할 때마다 안부 인사랍시고
“A 사랑해! 보고싶어~” 했었는데,
앞으로 더 자주 사랑한다는 말을 해줘야 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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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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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업어오는 영상입니다.
4명 중에 오늘 이야기에 등장하는 A가 있죠.^^
최근에도 A와 산행을 3번이나 갔었는데,
아직 편집중이라 예전 영상을 업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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