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찾아오는 나의 생일은
올해도 변함없이 왔다가 갔습니다.^^
작년에도 그러더니만
올해도 같은 행동을 하는 시누이.
재작년까지만 해도 쪼맨한 초콜릿에 20유로짜리 상품권을
내 생일 선물로 주던 시누이가,
작년부터는 올케 생일에 안면을 깝니다.
선물이야 워낙 소소해서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이지만,
올케 생일에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문자로
보내주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인지..
올케 생일을 어떻게 알고 축하를 해 주겠냐구요?
시누이는 내 페이스북 친구입니다.
스마트폰에 있는 페이스북 앱에서는
친절하게 다가오는 친구들의 생일까지 알려주니
굳이 기억할 필요도 없이 알림이 오면
그 사람을 찾아가서 “축하해!”
아니면 생일축하 스티커 한 장 보낼 수 있죠.
나랑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에게서도,
몇 년 만에 한번씩 만나는 사람들에게서도,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페이스북으로 인연이 된 사람들에게서도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는데!
나의 14년차 시누이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ㅠㅠ
바쁘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대인에게 필수인 핸드폰을 열기만 하면
튀어나오는 각종 앱들의 알림을
그냥 지나치는 것은 쉽지 않죠.
저는 이것이 “관심 부족”에서 오는
행동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외국인 올케라고 해도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는 구성원인데
그 사람의 생일에 문자 하나 보내는 것이
그리 어려운 걸까요?
섭섭한 마음에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시누이는 작년 생일에도 축하 한다는 문자도
안 보내더니만 올해도 그냥 생 까셨네.”
자기 동생 이야기를 하니 남편도 듣기 싫은지
마눌의 말에 맞받아칩니다.
“당신도 올해는 내 동생 생일에
축하한다는 문자 안 보냈잖아.”
“당신이 시누이한테 생일 축하 한다고 전화할 때,
나도 옆에서 축하한다고 했잖아.”
“그건 당신이 한 것이 아니잖아.”
“시누이 생일에 부부가 같이 축하 해 주면 되지,
내가 따로 또 문자를 보내야 하남?”
마눌 말에 더 이상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남편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자기 동생이야기를 하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이야기죠.
재작년 시누이 생일까지도 저는 신경 써서
축하 문자를 보냈었습니다.
내가 시누이 욕을 한 것도 아니고,
올케 생일이 지나가도록 축하한다는
문자 하나 안 보내서 섭섭하다고 표현을 한 것이었는데,
그것도 말아야 하는 것인지!
평소에는 연락이 전혀 없던 시누이가
재작년에 뜬금없이 문자를 하나 보내왔었죠.
“오늘 엄마 생일이야!”
재작년 시어머니 생신 날은
내가 착각을 해서 며칠 뒤인줄 알았었거든요.
시어머니 생신인데 며느리에게서 소식이 없으니
시어머니가 시누이에게 말씀을 하셨었나 봅니다.
그러니 오후에 시누이가 올케에게 문자를 보내왔던거겠지요.
시누이를 대하는 올케의 마음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시누이의 문자에는 아무런 이모티콘없이
딱 그 말만 쓰여 있었습니다.
전 이 문자를 이렇게 이해했죠.
“넌 며느리가 되어서 네 시엄마 생일을 기억도 못하니?”
내가 시부모님께 잘하는 며느리로 만들려면
남편이나 시누이가 날 챙겨줘야 하는데..
남편은 옆에서 “당신이 잘한다”고 궁디 톡톡을 해줘야 하고!
멀리 사는 시누이는 올케를 볼 때마다
“네가 옆에서 엄마, 아빠를 챙겨주니 고맙다”고 해 주고,
올케 생일에 “생일축하” 문자를 때 맞춰 보내서
“나는 네 생일도 기억하고 있다.”고
팍팍 티를 내야하는데..
새해를 시작하면 나는 새 일기장에
가족들의 생일을 적어 넣습니다.
1월에는 내 생일, 3월에는 시어머니 생신,
4월에는 남편 생일과 큰언니 생일,
5월에는 내 남동생 생일,
8월에는 시아버지 생신
11월에는 시누이 생일
12월에는 조카와 작은언니 생일.
멀리 살아서 생일이라고 해도
선물을 보내는 요란함을 떨지는 않지만,
그래도 날짜 맞춰서 생일축하 한다고
문자 날려주는 것으로
“나는 아직도 너를 생각하고, 기억하고 있다,
너는 나에게 소중한 가족이니까!”를 알리는 것인데..
몇 년전까지만 해도 시누이는
내 생일 선물을 자기 방에 놔두곤 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고
1월초에 다시 자신의 집으로 가면서
며칠 뒤 생일인 올케의 선물이라고 미리 놔두고는
나중에 문자로 “네 생일 선물은 내 방에 있다.”는 문자도 날리더니만.
그때는 소소하나마 선물이라도 있으니
생일 당일에 문자를 안 보내도 그리 섭섭하지는 않았었는데..
이제는 생일 선물도 없고,
제 날짜에 축하 문자 하나도 보내지 않는 시누이가
겁나게 섭섭합니다.
남편은 그래도 동생이라 두둔하는 것인지..
”일 하느라 바빠서 그런가 부지!”
“일 하느라 바빠?
그 놈의 일은 주말에도 하나?
코로나라 재택 근무에 주말에도 외출 못하고
집에서 하루 종일 있는데 뭐가 바빠?”
바쁜 것이 아니라 마음에 없으니
그 쉬운 문자 하나를 못 보내는 거죠.
친구같이 사이 좋은 시누이와 올케 사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나면 서로 얼굴 붉히고
싸우는 그런 사이도 아닌데..
나는 시누이가 올 때마다
뭐라고 챙겨주려고 애쓰는데,
나의 노력에 비해 너무 성의 없는
시누이의 행동에 속이 상합니다.
그리 큰 기대를 한 것도 아니었는데,
저는 이번에도 실망을 합니다.
도대체 얼마나 더 실망을 해야
더 이상 이런 감정이 안 들런지..
그냥 “싸가지 없는 시누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비워야 하는 걸까요?
시누이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저는 또 이렇게
여러분께 풀어놓으면서 털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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