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야기

예상치 못한 시어머니의 선물, 요리책

by 프라우지니 2021. 1. 6.
반응형



나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직접 하는 것보다는 누가 해 준 것이나 

사 먹는 것을 더 선호하지만..


누가 해 주거나 사 먹을 수 없는 상황이라 

직접 하는 것이니 


나의 요리는 생존 요리입니다.


내가 요리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내 블로그를 찾아오시는 분들도 잘 아시지만,


제 시부모님도 잘 아시죠.


그래도 네가 한 음식들은 맛있더라.”


이것이 요리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며느리의 음식에 대한 시아버지의 평가이십니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며느리지만 


그래도 음식을 하면 맛이나 보시라고 

시부모님께 갖다 드리지만 



워낙 칭찬에 인색한 가족이라 

음식 맛에 대한 피드백은 

그동안 받지 못하고 살았는데..


안하고 모아 두었던 내 음식에 대한 피드백을 

그래도 네 음식 맛있다고 

통 크게 한방으로 해결하신 시아버지.


칭찬을 해주셨다고 안 하던 요리들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내가 먹고 싶은 걸  했는데

손 큰 아낙이라 보통 10인분 제작이니 


시부모님께도 부담없이 퍼 다 

드릴 수 있는 조건인 거죠.


내가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나도 알고

남편도 알고, 시부모님도 알고


내 블로그 가족들도 뻔히 아는 사실인데..

 



지난 크리스마스 선물로 나에게 주신 것에 

하나는 바로 요리책


처음 포장을 열고는 조금 당황했었습니다.


아이고, 이걸 어째?”


요리를 해도, 먹고 싶은 생존 요리이고

대부분 한식을 위주로 하는데


나에게 주어진 요리 책은 

오스트리아 전통 요리


묵직한 선물 포장을 열어 이것이 

요리책 인걸 확인하자마자 남편에게 한 말.


이건, 내 선물이 아니라 당신 것 같아.”


내가 잘 모르는 요리를 하게 되면 

조리법을 찾기는 하지만..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지 

두툼한 요리책을 일부러 펴보지는 않는데..


며느리가 당신의 아들한테 오스트리아 전통 요리를 

안 해 줄 까봐 불안하셨던 것인지..


한국인 며느리는 한국 요리를

오스트리아 아들은 오스트리아 요리를 

하는 것이 이치에도 맞는데


한국인 며느리가 아들에게 

오스트리아 요리를 해 주시길 바라셨던 것인지..




나에게 선물로 주어진 오스트리아 요리책은 

새것이 아니라 시어머니 사용하시던 헌 책입니다.


요리를 하실 때마다 때 타지 않게 잘 보시고 

다시 넣어두시면서 사용하신 책이라 


겉포장은 조금 낡았지만

안에 있는 책은 거의 새 책.


시어머니는 당신의 요리책을 

며느리에게 물려주시고 싶으셨나 봅니다.


보통 며느리에게는 시어머니의 귀금속을 물려주시던데..


제 시어머니는 저에게 

오스트리아 전통 요리책을 주셨습니다.


제가 시어머니께 물려받는 물건 1호는 

바로 이 요리책이네요.


요리책 안에는 오스트리아의 가정에서 

해 먹는 요리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2권이나 되니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요리들이 가능하겠죠.




오스트리아 전통 요리법이 적힌 책 답게 안에는 


비너(비엔나) 슈니츨 

요리법도 나와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돈가스와 

거의 흡사한 것이 오스트리아 슈니츨.


조금 다른 것을 손꼽아 보라면..


돈가스는 돼지고기를 이용하고 

슈니츨은 송아지 고기를 이용한다는 것이 다르고


슈니츨은 돈가스보다 튀김 옷 안에 있는 고기가 훨씬 더 얇고,


슈니츨에 사용하는 빵 가루가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것과 달라서

 비주얼이 조금 다르다는 것이 있겠네요.


! 돈가스는 소스와 함께 나오지만 

슈니츨은 소스없이 먹는 요리입니다


소스에 익숙한 한국 사람이 처음 슈니츨을 먹을 때는 

목이 메일수도 있으니 조심!



원래는 송아지 고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현대의 슈니츨은 돼지고기, 칠면조 고기

닭고기등 모든 종류의 고기로도 가능합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비싼 송아지 고기 대신에 

저렴한 재료를 사용하면서 단가를 낮춘 거죠.


유럽에서 슈니츨을 드시는데 20유로가 넘는다면 

송아지 고기를 이용한 정통 비너 슈니츨일수도 있지만


10유로 내외의 저렴한 가격이라면 

돼지고기/칠면조 일수도 있으니 

주문하실 때 알아두면 좋겠죠?


슈니츨은 저도 남편에게 한 두 번 만들어준 것이 있습니다


세일하는 돼지고기를 만나서 

그날 메뉴는 얼떨결에 돼지고기 슈니츨이 됐었죠.


요리를 대충하는 아낙답게 

까잇거~ 돼지고기 두드리고

소금/후추 치면 밑간 끝.


저는 요리를 할 때 눈에 보이는 재료를 다 때려 넣는 타입이라 

고기 밑 간할 때 생강 가루와 강황가루가 

눈에 보이길레 살짝 뿌려줬습니다



잡내 나지 말라고!


하지만 정통 오스트리아 슈니츨은 

밑 간에 딱 소금과 후추만 사용합니다


그래도 고기 잡내가 나지 않는 이유는 

신선한 생고기를 사용해서이지 싶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슈퍼마켓에서는 생고기만 판매를 하거든요.


밑간한 고기에 밀가루, 달걀 물, 빵 가루 묻혀서 

튀기면 ~


만들기 쉬운 요리부터 정성이 들어간 요리까지 

엄청 다양한 요리들이 2권에 걸쳐서 나와있는데..


선물로 받기는 했지만 그냥 책장에 

모셔 놓는 용도로 사용하지 싶습니다.


선물을 받자마자 남편에게 네꺼라고 밀어줬으니 

더 이상 내가 신경써야 할 것은 아니라 안심이 되지만..


요리 좋아하지 않는 며느리임을 알면서도

 당신이 사용하시던 요리책을 선물로 주신 이유가 



당황스럽지만 요리책을 주신 

시어머니의 마음을 알듯도 합니다.


내 아들에게 오스트리아 음식 많이 해주어라~”


며느리가 외국인이라 

오스트리아 음식이 소울푸드는 될 수 없죠.


14년동안 남편을 관찰 해 본 결과


감기가 걸렸다가 나을 무렵에는 

꼭 볼로네제 스파게티를 해 먹는 걸 봐서 


남편의 소울푸드는 나도 만들 수 있는 

스파게티가 아닌가 싶기는 하지만..


나보다 요리하는 걸 즐기는 남편이라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이 

생기면 직접 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아들이 아닌 며느리에게 

요리책을 주신 이유가 있으시겠지요.


살다 보면 절대 안 볼 거 같은 

오스트리아 요리책을 들춰보는 일이 생기겠지요


사람 일은 한치 앞도 모르니 말이죠.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 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

오늘 업어온 영상은 시어머니가 하시는 "슈니츨"입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영상퍼오기가 안되는 영상이라 

아래 링크만 가능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ncy_-lCrfs&feature=youtu.be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