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엄청 게으른 나날을 살고 있습니다.
웬만한 일은 다 내일로 미루기.
“급한 것도 아닌데 내일 하면 되지!”
이런 해이한 정신으로 살고 있죠.
게으름을 떨면서 살고 있지만 미룰 수 없는 일도 있죠.
이런 일들은 미루지 않고 빨리 해치웁니다.
예를 들면 “출근, 장보기”정도?
일은 해야 하니 근무가 있는 날은 시간 전에 출근을 하고!
매주 월, 목요일에는 야채/과일이
새로 나오니 이것도 빼 먹지 않고!
그외 대부분의 일은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되지, 뭐!”
코로나 때문에 가능한 집에 있는 것이
안전한 시기인 것도 있지만,
남편은 마눌이 끼니를 안 차려주면 궁시렁 거리면서도..
자기 입맛에 맞는 걸 찾아서 혹은 해서 먹으니
가끔 끼니 때가 되어도 모른 척 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대충, 게으름을 떨면서
오늘 할 일도 다 내일로 미뤄버리고
아무것도 안 하면서 사는 나날이었던 요즘.
미룰 수 없는 일이 간만에 있었습니다.
미루고 싶어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니 빨리 해치워야 하는 거죠.
그래서 후딱 해치웠습니다. 내가 꼭 해야만 했던 일을!
이 녀석을 보면 어떤 건지 예상이 가능 하실는지?
녹두를 물에 불려서 키우기 시작했었습니다.
숙주나물을 사려고 하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린츠에 있는 아시아 식품점까지 숙주 나물 하나를 사러 가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집에서 키웠습니다.
뭐든지 그렇지만 처음이 어렵지 한 번 해 보면 쉽죠.
석수병 잘라서 거기에 녹두를 24시간 정도 불리면
녹두에서 스물스물 싹이 납니다.
싹이 난 후에는 물이 빠질 수 있는 용기에
넣은 후에 물만 자주 주면 되죠.
있는 것 보다 없는 것이 더 많은 살림이라,
녹두를 24시간 불린 “석수병”을 이번에는
아래에 구멍을 뚫어서 여기에 녹두를 키웠습니다.
석수병 아래에 구멍을 내는 방법은
바늘이나 뾰족한 것의 끝을 라이터로 지진 후에
뜨거운 상태로 구멍을 내면 끝.
구멍 뚫린 석수병에 녹두를 잘 담아서
하루에도 몇 번 씩 생각 날 때마다 물을 줬습니다.
석수병 아래는 우리 부부가 사용하는 전용500ml짜리 컵.
우리 집에 달랑 3개밖에 컵인데,
그 중에 하나로 숙주나물을 키우다 보니
하루 종일 차를 마시는 우리 부부는
매번 자신이 마신 컵을 씻어서 다시 차를 마시곤 했습니다.
녹두에 싹이 나고 크는 동안은 보통 어두워야 하죠.
그래서 검정색 스포츠 목토시를 씌워 놓으니 숙주나물 용으로 딱!
그렇게 3박 4일 물만 주는데도
숙주나물은 무럭무럭 너무 잘 자랐습니다.
일단 만두를 하려고 녹두를 키우기는 했는데,
석수병밖으로 삐져나온 숙주 나물의 길이가
있다 보니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생각지도 않는 날에 만두를 하게 됐죠.
냉동고에 불고기 양념해서 넣어 놨던 간고기는 해동 시키고!
너무 시어 꼬부라져서 살짝 볶아 놨던 양배추 김치도 넣고!
숙주 나물도 데쳐서 넣고, 당면도 살짝 삶았고,
거기에 색을 위해서 파프리카와 호박까지.
일단 색의 조화는 완벽합니다.
두부가 없는 대신에 양념에는 감자 전분을 넣었습니다.
너무 질퍽하지 않게 하려고 말이죠.
색의 조화는 좋았었는디..
푸드프로세서로 너무 다졌는지, 너무 잘게 다져진 속 재료들!
덕분에 씹는 맛은 조금 없어졌지만 그래도 맛은 괜찮은 편.
이 날은 하루 종일 만두를 만드는 일에
내 몸을 바쳤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밀가루 반죽부터 시작해서
모든 재료를 하나하나 준비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
만두를 해서 점심을 먹겠다는 계획은
처음부터 무리였던 거죠.^^;
만두를 빗다 말고 구워서 점심을 먹어야 하나? 했었는데..
이날 점심은 엄마가 제공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점심은 엄마가 해 주신 걸 얻어 먹었고,
대신에 조금 이른 저녁으로 부모님께 만두를 구워 다 드렸죠.
만두피까지 직접 하다 보니 제 만두는 크기 면에서 점보.
사진상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3개 정도면 성인의 한끼가 가능한 크기죠.
맛보기로 만들어서 먹어봤는데,
내 입맛에는 괜찮았고!
남편도 남편도 맛있다고 하고!
그래서 시부모님께 조금 이른 저녁으로 드시라고
만두를 구워서 두 분께 배달 완료.
항상 푸짐하게 음식을 갖다 드리는 며느리에게 두 분이 매번 하시는 말씀.
“너무 많다. 우리는 늙어서 많이 못 먹는다.”
“음식은 모자라는 것보다는 남는 것이 더 좋다.”고 매번 말씀드리지만,
(그걸 잊으시는 것인지) 음식을 가져갈 때마다 말씀하시죠.
그래서 3개가 1인분이라
조금 부족한 듯하게 드시라고 2개씩만 드렸죠.
마음 같아서는 만두를 만든 기념으로 더 갖다 드리고 싶었지만..
(푸짐하면 많다고 타박 하시니)
음식을 갖다 드리면서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거든요.
부모님께 조금 덜 갖다 드리고 남은 만두는
다 냉동고에 잘 넣어뒀습니다.
숙주나물 때문에 미룰 수 없어서 해치운 만두 만들기!
만들어 놓으니 든든한 것이 김장을 끝내 놓은 아낙의 마음입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 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
오늘 업어온 영상은 지난 가을 여행가서 해 먹은 인스턴트 스프.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매년 만드는 수제 초코렛 (6) | 2020.12.30 |
---|---|
우리부부의 요즘 코로나 일상 (5) | 2020.12.28 |
취미인줄 몰랐던 나의 취미들 (11) | 2020.12.25 |
너무 커져버린 나의 공사 (18) | 2020.12.20 |
나는 내 남편이 좋다 (16) | 2020.12.18 |
요즘 내가 자주 하는 것들 (9) | 2020.12.14 |
조금 이른 선물을 대하는 우리 부부의 자세 (10) | 2020.12.12 |
내가 남편을 속이는 이유, (13) | 2020.12.09 |
내가 준비한 올 크리스마스 선물, 버켄스탁 (4) | 2020.12.07 |
잘 해 놓은 남편 교육 (4) | 2020.12.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