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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잘 해 놓은 남편 교육

by 프라우지니 2020.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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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4년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 부부.

맏이인 남자와 막내 같은 셋째딸인 여자의 조합이죠.


남편은 맏이답게 믿음직스럽고

뭐든지 앞장서서 계획하고 실행하는 타입이고


마눌은 막내 같은 셋째 딸 답게 계획하고는 

거리가 상당이 멀면서 자유분망하고 천방지축 이죠.


맏이인 남편은 부모님의 기대에 맞게 든든한 버팀목이지만


막내 같은 셋째딸은 부모님이 애초에 기대를 별로 

안 했기에 별로 든든한 성격은 아닙니다


나이가 먹었는데도 여전히 철도 안 들고 

(남편한테까불거리며 살고 있죠.


이 둘의 성격을 한마디로 줄이자면..



남편은 나폴레옹 스타일(일명 나를 따르라~) 

이걸 더 쉽게 말하자면 독재자.


자기는 손 하나 움직이지 않고 입으로 사람을 부리려고 하고


막내같이 언니들의 보살핌을 받았던 마눌은 

남편이 하라는 걸 곧잘 하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언제나 남편의 말을 따르는 

그런 현모양처는 절대 아니지만 말이죠. ^^


남편은 보기도 아까운 첫째 아들이고 

또 이곳의 문화가 아이에게 심부름을 시키지 않으니 


엄마가 해주는 밥 잘 먹고

자기가 해야 할 일(공부?)만 하면 되는 어린 시절이었지 싶습니다.


처음에는 마눌된 도리로 남편의 밥을 챙기고

청소하고살림하고이런 저런 소소한 집안 일을 했었는데..


이것이 시간이 지나니 이것이 

내가 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신세대 남자들은 마눌을 도와서 요리도 하고

청소도 하고빨래도 하고 다 한다고 하지만


남편이 어릴 때 봐온 부모님은 

우리네 부모님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나 부모님" 이란?

아빠는 밖에서 돈 번다고 집에 와서는 아무것도 안 하면서 

말 한마디로 필요한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습니다.

 배 고파 하면 밥상이 준비되고

목 말라 하면 물 잔이 바로 앞에 대령이요~~


엄마는 집에서 살림하면서 요리하는 사람

결론적으로 모든 집안 일은 여자가 하는 일인거죠.


참고적으로 70대 초반이신 제 시아버지는 요리를 못하십니다

평생 시어머니가 해 주시는 요리만 먹고 사신 분이시죠


당신이 할 줄 아는 요리라고 꼽는 것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햄 에그”.


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햄 넣고

그 옆에 달걀 깨서 올리면 되는 간단한 달걀 프라이


이것이 시아버지가 하실 줄 안다는 유일한 요리입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는 타 도시의 대학을 진학했고

졸업을 하고는 내내 그 도시에서 살아온 남편은 다행히 요리를 합니다.


혼자 살아야 하니 당근 뭔가를 해서 먹어야 하는 현실이라 

자연스럽게 하게 된 요리들을 손꼽아 보자면 



여러가지 야채로 하는 크림 스프.


남편이 잘하는 야채 크림 스프의 종류를 꼽아보자면.. 

호박애호박컬리플라워브로컬리 종류의 야채 크림 스프.


굴라쉬도 남편이 잘하는 요리 중에 하나네요


소고기와 다진 양파를 동량으로 넣고

맵지 않는 파프리카 가루를 넣어서는 


오래 졸이는 슬로우 푸드의 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유럽 요리입니다.


감자와 소시지를 넣은 굴라쉬도 있네요


보통 소고기로 하는 굴라쉬만 보다가 

이건 뭐야?” 했던 요리인데


이건 더 저렴하게 요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개발한 요리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여기서 잠깐!

우리는 굴라쉬가 헝가리 요리라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가정에서 해 먹는 요리 중에 하나가 바로 이 굴라쉬죠

그래서 헝가리 요리지만 실제로는 

유럽의 다양한 국가의 식당에서 주문할 수도 있는 요리입니다.


오늘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는 너무 멀리 왔어요~^^;



결혼하고 처음에는 마눌의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집안 일을 했었고


그 다음은 하루 종일 일하고 온 남편이 

안스러워서 군말없이 했었고!


나중에는 그래나 같이 착한(?) 여자 만난 네 복이다.”

라는 생각에 궁시렁거리면서도 집안 일을 했는데..


하다 보니 마눌이 해야 하는 일로 정착 해 버린 상황.

그래서 약간의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당신은 나가서 일하면 그 시간 온전히 돈을 벌지만

내가 집안일 하는 건 무료 봉사잖아


나가서 주 20시간 일하는 건 돈을 버는데

집에서 일하는 건 누가 돈 주남?”


물론 같이 사니 남편보다 시간이 

더 많은 마눌이 집안 일을 할 수도 있지만


이걸 당연하게 여기고 나중에는 안 했다고 

잔소리까지 늘어놓은 남편.


가뜩이나 집안일=여자가 하는 일보고 자라온 남편이니 

집에 오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도 잔소리만 늘어놓으면 안되죠.






그래서 남편에게 최소한의 심부름을 부탁했습니다.


플라스틱 재활용이랑종이 재활용

그리고 버려야 하는 쓰레기 정도는 당신이 매주 한 번씩 비워줄 수 있잖아.”


사실 이것도 청소할 때 후딱 갖다 버릴 수 있지만

남편에게 넘겼습니다.


결혼하고 10년 넘게 마눌이 해 오던 일이니 

남편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는 일.


처음에는 안 하겠다고 했었고

그 다음은 잔소리에 못 이겨서 하더니만..


이것이 시간이 지나니 이제 주말이 되면 남편이 알아서 

방과 주방을 오가면서 정리해야 할 재활용들을 챙깁니다.


종이야 밖의 재활용 박스에 넣으면 되고

 플라스틱 재활용 비닐 봉투에 넣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알이지만 


자신이 해야 하는 일도 인식을 하고,

 이제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재활용 정리를 하는 남편을 보면서 



남편 교육

 정말 잘 시킨 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남편이 이 일을 규칙적으로 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도 필요했었고

재활용이 쌓여있는데도 정리하지 않는 주말도 있었죠.


성질 급한 마눌이 재활용을 정리 하고 픈 마음이 들 때도 많았지만 

참아야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내가 자꾸 정리를 해 버리면 

또 다시 마눌이 하는 일로 정착이 되어버릴 거 같아서 

쌓여있는 걸 보면 천불이 나지만 참았습니다.


느긋한 성격의 남편은 쌓여있는 재활용을 보면서도 

오늘 못 버리면 내일 버리면 되지 뭐!” 


이렇게 생각을 하는 타입이라 

남편이 주말마다 재활용 정리를 해야 하는 일로 인식하기 까지 시간이 걸렸었죠.


그렇게 약간의 서로간의 불편한 시간이 흐르고 나니 

이제는 남편이 주말마다 재활용을 챙겨서 밖에 내놓습니다.



밖에 가지고 가서는 제각기 버려야 하는 통에 

넣으면 되는 간단한 일이지만


그래도 남편이 주말마다 마눌이 이야기 하기 전에 

알아서 정리를 하니 감사하죠.


주방에 와서는 정리해야 할 재활용이랑 

쓰레기를 챙기는 남편을 보면 


내가 잘 해 놓은 남편 교육인 거 같아서 괜히 혼자 뿌듯합니다.


물론 남편도 마눌이 해주는 일 중에 

내가 잘 시켜놓은 마눌교육도 있겠지요?


부부는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자기에게 맞게 교육하면서 

혹은 상대에게 맞추느라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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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우중충한 가을 날, 

남편따라 나선 린츠 시내 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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