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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이제는 하늘에서 편안 하신 거죠?

by 프라우지니 2020.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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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가는 길목에 있는 요양원.

 

사망이 많기는 하지만 그것이 다 요양원에서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은 상태가 너무 안 좋으셔서 병원에 실려 가셨다가 그곳에서 바로 하늘로 가시죠.

 

요양원에서 하늘로 가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식물인간 상태로 계시다가 가시는 경우도 있고, 주무시다가 가시는데 이 경우도 이미 기운은 없으시죠.

 

하늘 가시는 분들은 대부분 기운은 없으신 상태로 계시다가 하늘로 가셨는데.. 하늘 가시는 내내 우신 분이 이번에 계셨습니다.

 

1주일이 넘도록 밤낮으로 우셨던 할배.

 

이 분은 연상연하 커플인 어르신부부시죠.

5살 연상의 할매는 98살이시고, 그분의 5살 연하 93살 할배.

 

평생 젠틀맨처럼 친절하셨고, 연세가 드신 지금도 참 멋있으셨던 할배.

 

 

https://pixabay.com/

이 분들의 이야기는 아래를 참고하시길~

http://jinny1970.tistory.com/2041

내가 따로 챙겨드린 물품, 물휴지

 

http://jinny1970.tistory.com/2733

내가 시키는 세뇌교육,

 

http://jinny1970.tistory.com/2890

내가 해결 해 준 노부부 사이의 문제

 

치매가 심해지면서 매일 집에 간다고 짐을 싸시기도 하셨지만 뭐든지 손수 하셨죠.

 

씻으시고, 드시는 것까지 직원들의 도움은 받지 않으셨는데..

기력이 약해지니 이제는 직원의 도움이 없이는 일어나시지 못할 정도가 되셨죠.

 

그렇게 쇠약해지시면서 할배가 매일 우셨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못 하겠어~”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더 편하겠다는 말씀이시죠.

 

여기저기 아픈 곳도 있고, 약을 먹어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으시니 그러시는 것일 수도 있고,

더 이상 삶에 미련이 없어서 그러실 수도 있고!

 

재밌는 것은 우시는데 왜 우시냐고 여쭤보면 당신도 이유를 모르십니다.

 

“어르신 어디 아프세요?”

“아니”

“그런데 왜 우세요?”

“몰라”

 

 

 

https://pixabay.com/

 

누군가 말을 걸면 우시는 걸 멈추시고 대답을 하시지만..

 

 혼자 계시면 하도 우셔서 TV앞에 나란히 앉아서 TV에서 나오는 것들을 같이 보며 설명을 해드리면 또 그때는 조용히 TV를 보십니다.

 

누군가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주면 좋겠지만 직원들도 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 할배가 우셔도 그냥 방에 방치하는 시간은 아주 많았습니다.

 

특히나 철야 근무는 직원 한명이 60여분의 방들을 다 확인하고 또 호출 벨이 울리면 방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니 밤에 우신다고 해도 그 방을 들여다볼 시간은 없습니다.

 

그렇게 어르신이 밤낮으로 1주일 넘게 우시니 한 방에 사시는 할매가 아주 힘들어하셨습니다. 어떤 때는 우시는 할배를 피해서 방을 나와 복도에 있는 의자에 앉아 계시는 경우도 종종 있었죠.

 

아무리 남편이라고 해도 잠도 못 자게 밤낮으로 울어대니 당신도 지치신거죠.

 

직원들이 보기에도 매일 우시는 할배는 참 특이한 경우였습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정말 식음을 전폐하시고 말씀도 안 하시고 누워 계시다가 하늘로 가십니다.

 

기운이 없으니 우시는 일도 없이 조용히 계시다가 하늘로 가시는데..

이 할배는 기운은 없으신 거 같은데 매일 우시는 에너지는 있으셨죠.

 

오죽했으면 직원들끼리 그런 이야기도 했었습니다.

 

“저분은 아직 가실 때가 되지 않은 거야. 아직 저렇게 에너지가 많으신데..”

 

아직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던 할배가 드디어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그렇게 밤낮으로 이제는 그만살고 싶다고 우시더니 드디어 하늘을 가셨습니다.

 

 

https://pixabay.com/

 

며칠 만에 출근해서 알게 된 할배의 사망소식.

할배는 바로 전날 새벽에 돌아가셔서 아직도 방에 계신 상태.

 

돌아가신 할배께 ‘편안히 가시라, 고생하셨다“ 말씀드리고 할매를 돌아보니 할매는 내내 우시고만 계십니다.

 

망자의 가족들이 울면 대처하는 방법이 직원마다 조금씩 다른데..

 

직원은 계속 우시게 어깨를 빌려드리는 정도만 하지만 저는 우시지 말라고 말씀드리죠.

 

“할배가 이제는 더 이상 고통 없이 편안한 곳으로 가신 것이니 우시지 마세요."

"흑흑흑“

“할배가 이제는 그만 하고 싶으시다고 며칠 동안 계속 우셨잖아요.”

“흑흑흑”

“금방 또 다시 만나실꺼에요. (할매 연세도 98세이시니)”

 

계속 우시던 할매가 한 말씀 하십니다.

 

“영감이 며칠내내 밤낮으로 울어서 내가 3일내내 저녁에 잠을 제대로 못 잤거든, 그러다가 내가 어제는 깊은 잠이 들었는데 그때 영감이 간 거야.”
“아프셨으면 우셔서 할매를 깨우셨을 텐데, 편안히 가시느라 조용하셨던 거 같아요.”

“그럴까?”

“네, 편안하게 가시느라 작별을 못하신 거 같아요.”

“.....”

 

 

 

https://pixabay.com/

 

할배가 가시고 할매는 이제 혼자 방을 쓰십니다.

할배가 돌아가시고 그 다음날은 참 편안하게 잘 잤다고 하신 할매.

 

할배를 떠나보내신 슬픔은 더 이상 표현하시지 않으십니다.

할배가 먼저 가셨지만, 당신도 머지않아 그 뒤를 따라가실 것을 아시기 때문이겠지요.

 

눈도 잘 안 보이고, 귀도 어두우셔서 바로 앞에 서있는 사람도 잘 못 알아보시고, 대화를 할 때도 조금 톤을 높게 해야 알아들으시는 할매.

 

아픈데 많으셔서 드셔야 하는 약도 많고, 발라야 하는 연고들도 많죠.

 

어떻게 보면 힘들게 살아가는 하루하루지만 할매는 꿋꿋하게 버티고 계십니다.

할매가 하늘 가시는 그 순간까지 건강하게, 덜 외롭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미 하늘에 가신 할배는 그곳에 잘 도착하셨겠지요?

 

항상 점잖으셨던 분이 하늘 가시기 전에 내내 우신 건 그만한 이유가 있으셨겠지요?

이제는 더 이상 아픈데 없고, 슬픔 없이 할매가 오실 때까지 잘 계시길 바랍니다.

 

당신을 만나서 근무하는 동안 저도 좋았습니다.

당신은 제 추억에 또 하나의 별이 되셨습니다.

 

그곳에서는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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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금 우울한 내용이라 어떤 영상을 업어올지 고민을 하다가..

잘츠캄머굿 지역에 있는 볼프강 호수 풍경을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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