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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환자의 비밀을 보호 받을 권리와 직원들의 엑스레이

by 프라우지니 2020.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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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집에 오는 우편물들은 3일 이상 뒀다가 열어야 한다는 남편.

하지만 제 앞으로 오는 우편물을 저는 바로 뜯습니다.

 

우편물 뜯어보고 손 씻는 것이 3일씩이나 기다리는 것보다는 속이 편하죠.

 

남편의 성격이 그렇게 느긋한 편도 아닌데 FM을 따르는 남편은 3일을 기다리고,

3일씩이나 기다리다가 속터질 거 같은 마눌은 그냥 손을 씻는 방법을 취하죠.

 

내 앞으로 온 우편물은 나에게는 조금은 생소한 곳에서 왔습니다.

 

“린츠 시청에서 나에게 뭘 보냈는 공?”

 

린츠 시내 교통권 안에 살기는 하지만 행정적으로는 시외에 살고 있어서 나는 린츠 시민도 아니어서 내가 린츠시청에서 우편물을 받을 일은 없는디..

 

궁금한 마음에 우편물을 열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아하! 이거 구나!”

 

결핵 검사를 위한 엑스레이를 정해진 날짜에 린츠 시청 와서 찍으라는 내용입니다.

 

작년 8월에도 뉴질랜드 워킹비자 때문에 비엔나까지 가서 120유로 주고 찍었었는데..

올 4월에 또 찍네요. 참 자주 찍게 되는 엑스레이입니다.

 

 

 

(뜬금없이 린츠 시청으로 엑스레이를 찍으러 오라는 안내를 받은 이유는)

이미 한두 달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요양원은 하늘가는 길목에 위치한 집입니다.

요양원이 위치하고 있는 특성상 죽음도 항상 함께 하는 곳이죠.

 

한 동안 조용할 때도 있지만 한 주에 두어 분이 한꺼번에 돌아가시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하루에 두 분이 오전, 오후의 시간을 두고 가시기도 하죠.

 

얼마 전에 병원에서 돌아가신 P부인.

한 방에 사시는 분도 같은 시기에 가셔서 이 두 분에 대한 글을 포스팅 한 적이 있었죠.

 

궁금하신 분은 읽어보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3179

참 이상한 동행

 

병원으로 이송되셨던 P부인 병원에서 운명을 달리 하셨다는 소식과 함께 들었던 이야기는.. “P부인이 결핵으로 돌아가셨다네..”

 

결핵? 그거 옮는 병인데???

P부인이 결핵으로 돌아가셨다면 가깝게 접촉했던 직원들도 위험은 있다는 이야기죠.

 

요양원의 특성상 직원들은 어르신들과 신체적인 접촉을 피할 수 없습니다.

 

P부인은 직원들이 도움 없이 대부분 혼자 해결하시던 분이었지만..

 

건강하신 분들도 가끔씩 전혀 기운을 쓰지 못하실 때도 있고,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돌아오시면 대부분의 어르신은 팔뚝에 퍼런 멍자국(주사바늘)을 달고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오시죠.

 

이런 시기에는 직원의 도움 없이는 일상이 불가능합니다.

씻겨드리고, 아픈 곳에는 연고도 발라드리고 등등등.

 

그러니 내가 P부인과 전혀 접촉이 없었다고 100% 장담은 못하죠.

 

 

 

http://www.samsunghospital.com/home/healthInfo/content/contenView.do?CONT_SRC_ID=33868&CONT_SRC=HOMEPAGE&CONT_ID=6680&CONT_CLS_CD=001027

 

사실 나는 결핵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어렴풋이 내가 알고 있는 결핵은 “먹고 살기 힘들 때” 많이 걸렸던 질병?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주변에서 “결핵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고, 내 주변의 누군가가 “결핵”을 앓고 있거나, 앓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죠.

 

우리나라가 가난하고 힘들 때 많이 걸렸던 병인데,

잘 살게 된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후진국병?

 

이런 줄 알았던 “결핵”이었는데.. 뉴질랜드 워킹비자를 준비하면서 “한국인들은 결핵 확인을 위한 엑스레이 항목”를 알게 되면서 왠일? 했었었죠.

 

한국에는 “결핵 환자”가 더 이상 없는 줄 알았는데, 외국에서는 아직도 “한국인 결핵 환자”의 위험성이 있으니 이런 조치가 취해진 것이었겠죠.

 

이번에 결핵에 대해서 검색을 해 보니 결핵은 정말 “누구나, 어디에서나” 걸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질병이었습니다.

 

결핵환자의 기침이나 재치기에 이런 균들이 방출되니 말이죠.

 

돌아가신 P부인이 결핵 환자였다면 그분 주위는 안전하지 않았었다는 이야기인데..

 

위험인자가 있는 어르신 같은 경우는 어딘가에 기록을 해놔서 직원들을 조심시켰어야 했는데...

 

P부인이 결핵 환자라는 걸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 인지!

 

 

 

인터넷에서 캡처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이곳도 환자들은 권리와 의무를 갖죠.

 

그중에 위험하다면 위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비밀을 보호 받을 권리”

 

환자가 어떤 위험한 질병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발설하면 안 되죠.

 

이런 규정이 있었다고 해도 P부인의 기록에 “결핵”에 관한 사항은 있어야 했는데..

P부인의 의료 서류에서 “결핵”을 봤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직원들이 더 당황했던 거죠.

“우리 요양원에 3년 이상 머문 어르신이 결핵인줄 아무도 몰랐다.”

 

전에 이런 일이 있었네요.

 

우리 요양원에 오신지 얼만 안 된 크로아티아 출신의 어르신 부부.

 

두어 가지 암을 가지고 계셨던 할배는 몇 달 안가서 돌아가셨고, 혼자 남으신 M 할매.

할매의 기록을 보니 할매는 A, B형 간염을 다 가지고 계신 분이였습니다.

 

간염 같은 경우는 대변, 혈액, 주삿바늘 등으로 전염이 되죠.

요양원이 이런 병을 옮기 딱 좋은 곳입니다.

 

왕십리(궁디)쪽의 단속이 어려워서 대부분은 기저귀를 차고 계시지만..

설사라고 하는 날은 바닥에 노란 길을 만들기도 하는 요양원.

 

아무리 소독을 한다고 해도 절대 안심할 수 없는 곳이죠.

 

각방의 손잡이들도, 벽의 손잡이들도 100% 깨끗하다고는 못하죠.

떵으로 벽화를 그리신 어르신들이 그 손 만지는 곳이고 병균 철갑인 곳.

 


 


 

https://blog.samsungfire.com/4203 캡처

 

꽤 오래전에 도우미 실습생이 한동안 우리 요양원에서 근무를 했었는데..

그녀가 유난히 M할매 옆에 딱 붙어있는 거 같아서 지나가는 말처럼 한마디 했었습니다.

 

“M할매는 A, B 간염 보유자이니 네가 여기 실습하는 동안은 조금 조심하고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을 거 같아.”

 

이 한 마디 했다가 난리 났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는 바로 병동 책임자한테 달려간 그녀.

 

“나는 집에 아이도 셋이나 있고, 건강해야 하는데, 간염 환자한테 가서 전염이 되면 어떻하냐는중..”하면서 난리를 떨었다고 합니다.

 

그 할매 옆에 가서 필요 이상으로 붙어있던 건 그 실습생이었는데..

뜬금없이 병동이 훌러덩 뒤집어 버렸죠.

 

난 그저 조심하라고 넌지시 해준 말이었는데..

너무 심한 발작 같은 그 실습생 반응 때문에 내가 다 당황했었습니다.

 

내가 M할매의 간염을 알고 있었던 거는..

 

할매의 입소 초기에 그분의 의료기록을 읽어봐서 알았던 거고, 그 당시 컴퓨터상에는 할매의 간염사실이 전혀 기록이 되어있지 않는 상태였죠.

 

병동 책임자는 “도우미 학교에서 간염예방주사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느냐? 그랬다면 이번 기회에 간염예방주사를 맞아라.”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는데 그녀의 반응을 보고는 제가 다 뜨악했었습니다.

 

“그냥 말해주지 말걸 그랬나?”

 

이런 생각을 아주 곰곰이, 오래 했었습니다.

 

“나는 조금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을 거 같아서 해준 이야기였는데..”

 

좋은 뜻으로 조심하라는 뜻이었는데, 그녀에게는 푼돈 벌러 왔다가 내 가족 건강을 위험으로 몰고 갈 뻔 한 천하에 다시없을 위험한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www.oe24.at

 

 

이번 P부인의 결핵 때문에 우리 병동에 있는 직원들은 다 시청으로 엑스레이를 찍으러가야 합니다.

 

일단 안내장이 날아왔으니 가서 확인을 해야 하는 거죠.

 

엑스레이를 받으러 오라는 안내장을 받은 날 심심해서 찾아봤던 오스트리아의 결핵.

 

좋은 물건 저렴하게 파는 “호퍼 슈퍼마켓”

 

청소직원 한명이 ‘결핵 판정“을 받으면서 함께 근무하는 200여명의 직원이 다 검사를 받게 되었다는 뉴스를 찾았습니다.

 

결핵이 이렇게 위험한 것이었나?

여기는 확진이 나자마자 빠른 조치로 직원들의 건강을 걱정하는데...

 

우리 요양원에서 P부인이 사시는 3년 동안 조용했었고, P부인이 “결핵”으로 돌아가시고 두 달이 다되어가는 시점에 ‘결핵 검사 차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으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우리 요양원에서는 아무도 몰랐던 P부인의 결핵!

 

P부인이 원래 결핵을 가지고 계셨었는지 아님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동안 누군가에게 결핵이 전염된 것인지 지금은 확인이 불가능 합니다.

 

돌아가시는 시점에 그분의 모든 서류는 다 소각이 됐을 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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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계속 이어지는 슬로베니아 여행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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