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크리스마스가 지나갔습니다.
다른 해보다 올해 내가 더 많이 받았던 질문은 바로
“한국의 크리스마스는 어때?”
“한국의 크리스마스 행사는 교회에서 대부분 이루어졌고, 큰 크리스마스 트리도 쇼핑몰이나 도심지 혹은 교회에 가야 볼 수 있었고, 선물도 아이들만 받았어.
세월이 흘러서 이제는 가정에도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하지만, 특별히 먹는 음식은 없고 제과점에서 케이크를 사다가 집에서 나눠먹는 정도였어. 내가 어릴 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모르지!”
오스트리아에서는 크리스마스 즈음에 전통적으로 먹는 음식들이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에 앞서서 오스트리아의 음식을 살짝 소개 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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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먹는 크리스마스 음식들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온가족이 Bratwurst (브랏부어스트-구운 소시지)를 먹고,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칠면조나 오리/거위등 조류구이를 먹습니다.
올해 내가 들은 이야기는 “원래는 조류구이를 해서 먹는데, 게으른 사람들은 구운 소시지를 먹는다”고 하던데...
우리 집에서 구운 소시지도 먹고, 구운 조류도 먹으니 게을러서 소시지를 먹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위의 두 요리에 다 사이드로 나오는 것은 Sauerkraut 사우어크라우트(절인 양배추).
“그것이 뭐여?”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준비한 정보입니다.
다음 백과사전에서 캡처했습니다.
슈퍼에서 파는 것을 사다가 양념해서 볶으면 정말 맛없는디..
우리 집은 시아버지가 직접 담으신 것을 사용하는지라 아주 맛있습니다.^^
사우어크라우트 만드는 법이 궁금하시면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408
사우어크라우트 김장하시는 시아버지
인터넷에서 캡처
우리 요양원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먹었던 메뉴는 구운 돼지고기 요리.
양념한 돼지고기에 반죽을 말아서 구운 요리로 이런 요리도 크리스마스에 애용하는 요리라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한 번도 안 먹어본 요리여서 처음 먹어본 음식입니다.
크리스마스 연휴동안 요양원 어르신들은 구운 소시지, 구운 조류 요리도 나왔었는데..
어르신가족들이 초대된 크리스마스파티에는 비주얼 신경 쓴 요리가 나왔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 이야기와는 상관없는 오스트리아에서 크리스마스 음식이야기었습니다.^^;
자! 이제 오늘 이야기로 들어갑니다.^^
올해 우리 요양원 어르신들은 선물세트를 하나씩 받으셨습니다.
“작년에는 안 줬는데 올해는 웬 선물?”
나의 뜬금없는 질문에 날아온 답.
“작년에도 어르신들 선물 드렸어.”
“뭐?”
“가방”
“그 어디선가에서 사은품으로 나온 허접한 가방?”
“....”
어르신들 병원에 입원하실 때 가져가기에는 너무 작고, 어디에 들고 다니기에도 너무 허접한 가방들이 어르신들 방에 굴러다니는 거 봤었는데 그것이 작년 선물이었나 봅니다.^^;
올해는 작년보다는 조금 더 알찬 먹거리 선물세트.
혼자 걷기도 힘든 어르신들이 들기에는 무거운 상자여서
조금 한가한 오후에는 각방을 다니면서 박스 해체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나를 유난히 좋아하시는 연상연하((96살 할매,91살 할배) 커플 어르신. 방에 들어가서 선물상자를 찾는데 안 보입니다.
어디 두셨는지 찾아보니 할매의 옷장 안에 숨어있는 선물상자 2개.
뜬금없는 장소에서 왜 이것이 숨어있는지 여쭤보니 할매가 하시는 말씀.
“영감이 무조건 다 내 옷장에다 집어 넣는다니깐!”
내 남편도 자기 물건임에도 자기가 안 쓰면 다 내 옷장에 넣던데.. 이건 남자들이 특징인 것인지!^^;
선물상자를 꺼내서 두 분이 식사하시는 테이블에 올리고 있는데..
할매가 나를 손짓으로 부르시더니만 뜬금없는 말씀을 하십니다.
“저거 말고 시장이 준 목욕용품 세트 있는데, 영감이 다 자기가 챙기고 나를 안줘!”
어르신들이 받으신것과 동일한 브랜드 목욕용품
그러고 보니 할배의 침대 옆에 목욕세트가 2개 있습니다.
얼른 하나의 포장을 풀어서 목욕탕에 갖다 두고 할매께 말씀드렸습니다.
“목욕탕에 갖다놨으니 앞으로 씻으실 때 사용하시면 돼요.”
그리고 돌아 나오려는데 내가 선물세트 해체작업하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과자 중에 할배가 하나를 꺼내서 드시고 계십니다.
할매는 안 주고 혼자만 드십니다.
할매는 거동이 힘들어서 대부분 침대에서 보내시는데..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은 다 할배가 드실 거 같은 불안함에 얼른 테이블 위에 있는 과자들을 할매 것과 할배 것을 반 갈라서 양쪽에 나둬두고 방을 나오면서 할매께 말씀드렸죠.
“테이블위에 과자 구분해서 올려놨으니까 어르신 것 챙겨 드시구요.”
할매는 목용용품도, 먹을 것도, 당신 것을 챙겨드리니 기분이 좋으신 모양입니다.
“고마워, 당신은 천사야!”
그 방을 나오면서 평생 부부로 산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왜 내 것을 챙겼어? 내 것은 나 줘야지!“ 하며 대놓고 이야기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할매는 섭섭함을 내내 가슴에 담아두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부부로 살아온 70년 한평생인데도 할배는 여전히 할매보다는 당신을 먼저 챙기는 이기적인 남편이고, 남편이 당신 몫까지 다 챙겨 섭섭하게 생각하는 할매.
부부는 둘 사이의 소소한 문제를 풀어줄 해결사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90대 노부부에게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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