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가 될 뻔한 나의 사정은 아시는 분들만 아시죠?
내가 빠질 자리는 직업교육이 끝나가고 있는 실습생이 이미 들어오기로 했었죠.
아직 모르시는 분은 아래를 클릭하셔야 할듯..
http://jinny1970.tistory.com/3287
나 다시 일하게 해주세요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태이니 그냥 실업자로 있는 것보다는 다시 일하는 것이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
언제쯤 백신이 나올지도 모르는 상태이니 앞날이 더 흐릿한 요즘이죠.
남편 말대로 6개월이면 다시 출국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 기간이 더 길어진다고 해도 요즘 상황으로 보자면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죠.
요양원에는 계속 일하고 싶다고 나의 희망을 밝혔지만, 내가 원한다고 근무를 계속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동료들은 “당근 너는 계속해서 일할 수 있을꺼야!”라고 했었지만, 그건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이야기이고, 결정은 본사에서 하죠.
어쩌면 내가 일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마눌이 성실하게 일 잘한다고 믿고 있는 남편은 마눌의 생각에 태클을 걸었지만 말이죠.
“당신처럼 일 잘하고, 착실하고, 정성으로 어른들을 모시는 직원을 놓치는 건 회사 측에서도 손해야!”
“나는 다시 근무를 한다고 해도 길어야 6개월이라는 걸 본사에서 알고 있으니 회사에서는 불안할 거야.”
“그래도 놓치면 손해잖아.”
“나같이 조만간 그만둘 직원을 붙잡는 것보다는 이제 직업교육을 마친 직원을 구하는 것이 회사 측에서는 장기적으로 봐도 좋은 선택이지.”
우리 병동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이름을 달고 있는 병아리들
내 동료들을 봐도 짧게는 10년 이상 길게는 30년 넘게 일을 하고 있는 직원들입니다.
나도 3년이 넘어가는 연차지만 이들에 비하면 완전 “뜨내기”인거죠.
다시 근무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는 했지만 그것이 가능할지는 반신반의했었는데..
간병관리자 S가 저에게 전화를 해왔습니다.
“나가도 내년쯤에 나가게 될 테니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6개월이야.
그 이후는 모르겠어.”
“그걸로 될지 모르겠는데, 일단 본사랑 이야기 해 봐야지.”
혹시나 남편과 통화를 하면 도움이 될까하는 마음에 전화를 넘겨줬지만.
남편도 확답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
남편은 S에게 내 마눌이 얼마나 요양원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는지 알리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 근무가 없는 날에도 전화 한통이면 5분 대기조처럼 달려가서 일하는 직원
~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걸 참 좋아하는 직원
솔직히 말하면 일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죠.
특히나 요양원은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도 힘들거든요.
“그런 요양원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는 직원이라..“ 남편의 말을 S가 믿어줄까? 싶었지만, 요양원을 오가면서 근무하는 내모습을 봐온 S는 남편이 말하려고 하는 의도를 알지 싶었습니다.
저는 가능한 즐겁게 일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씻겨드리는) 아침 간병을 위해 방에 들어설 때는 일부러 콧노래 같은 것을 부릅니다.
“당신을 씻겨 드리러 내가 기분 좋게 들어왔습니다."
이런 것을 은연중에 알리는 거죠.
저녁 8시까지 근무하는 날, 철야근무 직원이 올때까지 기다리는 중~
아침에 내 궁디를 닦으러 온 직원이 우거지상을 하고 들어와서는 “또 떵 쌌어?” 하면서 짜증을 내면 마음 편할 사람이 없죠.
어차피 해야 할 일인데 나도 짜증나고, 상대방도 불편한건 피해야죠.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고 들어가서는 씻겨드리고, 옷을 갈아입혀 드리고, 혹시 큰일을 보셨다면 깨끗하게 닦아드리면 나도 기분 좋고, 그 서비스를 받은 사람도 기분 좋고!
뭐 그런 마음에 콧노래를 부르죠.
솔직히 나의 이런 마음은 나와 서비스를 받는 당사자만 알 수 있는 일입니다.
누군가 내가 일하는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는 알기 힘든 소소한 근무태도죠.
되면 고맙고 안 되도 할 수 없는 나의 근무.
마눌이 실업자가 되면 “시간이 많아서 더 좋잖아!”하는 남편이고, 다시 출국할 상황만 된다면 6개월이 아니라 한 달 후라고 떠날 수 있으니 남편에게는 더 좋은 기회.
“앞으로 6개월은 계속 근무가 가능하지만 그 이후로는 확답이 불가능하다.”
내가 내놓을 수 있는 답변은 이것뿐이었는데..
감사하게도 나는 계속 근무를 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S가 나에게 했던 말.
“본사에서는 자꾸 확실하게 언제까지 근무가 가능한지 날짜를 말하라고 했는데, 일단 내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고만 했어. 그러니 너도 그렇게 알고 있어.”
“그런 가부다..“했었는데 S가 나에게 내민 종이 한 장.
“내가 본사에 보냈던 이메일 내용이거든. 너도 알고 있으라고!”
S는 나와 관련된 내용으로 본사에 보고를 했었던 모양입니다.
“프라우 신(접니다)과 그녀의 남편과 통화를 해본 결과 2021년에는 외국으로 나갈 계획이 없고, 프라우 신은 계속해서 근무하기를 희망하고, 여러 가지 불편함을 초래한 것을 사과했습니다.”
작년에도 한번 사직서를 냈다가 시아버지의 병환 때문에 떠날 수가 없어서 주저앉았던 것을 본사에서도 알고 있죠. 그때는 본사에 내가 사직서를 철회한다는 이메일을 보냈었거든요.
이번에도 이메일을 보내야 할 줄 알았는데, S가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자기 손에서 다 수습을 했다고 말이죠.
그런데 S가 본사에 보낸 이메일은 사실과 약간 다릅니다.
1. 난 요양원 원장과 S에게 미안하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나 계속 근무하면 안 될까?” 만 했었죠.
여러 사람 귀찮게 하는 거 같아서 미안한 마음은 있었지만 그걸 말 한 적은 없죠.
2. 내가 확답한 것은 “앞으로 6개월은 근무를 할꺼다.“
6개월이면 내년 2월까지죠. 그 이후에는 다시 떠날지도 모른다는 걸 S도 알죠.
그래서 본사에서 확실하게 기간을 확답 받으라고 할 때도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확답을 하겠느냐?”고 둘러댄 것이겠죠.
내가 계속 근무하게 된 데는 S의 숨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남편에게 S가 준 이메일을 보여주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S가 아니었으면 실업자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호박씨 오일 한 병으로 나의 감사한 마음을 전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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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우리동네에서 찾은 "산티아고 순례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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