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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만만치 않는 필리피나 실습생

by 프라우지니 2020.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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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요양원에서는 정직원 말고도 여러 종류의 직원이 있습니다.

 

군대 대신에 공익으로 (8개월)근무를 하는 직원도 있고,

교육을 받으면서 “실습생”이라는 이름으로 일을 하는 저렴한 인력도 있죠.

 

“실습생 제도”요양원측에서는 직업교육을 받는 2년 동안 저렴하게 직원을 쓸 수 있어서 좋고, 또 일 잘하는 교육생은 2년 동안 잘 지켜봤다가 바로 직원으로 스카웃 할 수 있어서 좋죠.

 

그래서 실습생을 보고, 대하는 직원들은 조금 까다롭습니다.

나중에 나랑 같이 근무하게 될 미래의 동료 직원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니 말이죠.

 

나도 2년의 실습생 생활을 거치고 정직원으로 거듭났습니다.

 

지정 요양원에서 실습을 했다고 다 정직원으로 취업이 되는 것은 아닌데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실제로 저보다 6개월 먼저 직업교육을 마친 실습생은..

우리 요양원에 자리가 없어서 다른 지점으로 가야했죠.

 

이건 저의 단순한 생각인데.. 그 실습생을 고용하지 않은 건 그녀의 몸에 문신이 너무 많아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팔뚝이랑 목에 화려한 색의 문신을 하고 있는 것을 80~90대 어르신들의 눈에는 좋아 보일리도 없고, 어찌 보면 불편할 수도 있는 문제죠.

 

몸에 문신이 있는 것이 어떠냐? 하실 수도 있지만..

 

이 실습생 같은 경우는 꽃무늬 옷을 입은 것 같이 온 몸에 빡빡하게 문신을 한 상태였습니다.

 

단순하게 꽃 하나를 문신한 그런 종류가 아닌 완전 하드코어에 가까웠죠.

 

오스트리아의 사람들이 원래 뭐든지 대놓고 솔직하게 말하기 보다는 뒤에 대고 이야기 하는 인간들이라, 그 실습생에게는 다른 이유를 들어서 “고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겠지요.

 

 

https://pixabay.com/

 

요양원에 실습생으로 첫발을 들여놓았던 나!

시간이 흘러 나도 3년을 지나 4년차에 들어선 정직원입니다.

 

실습생 시절까지 합하면 5년이 넘는 시간을 요양원에서 보냈네요.

 

나도 실습생으로 요양원에 발을 들여놔서인지 실습생들을 보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실습생이라는 신분이 모든 것을 조심해야 하는 시기이고, 또 “일 잘하는 학생”으로 분류가 되어야 나중에 요양원에서 스카웃 제의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주죠.

 

요양원에는 외국인 직원도 있지만 외국인 실습생들도 있습니다.

나도 외국인이라 외국인 실습생에게 더 관심을 갖죠.

 

이곳에서 태어났거나 아주 어릴 때 오지 않았다면 발음부터 튀는 외국인의 독일어.

“외국인이어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해도 새겨들을 놈만 새겨듣죠.

 

실습생들은 보통 2명의 멘토를 갖고 있고,

또 근무 중에는 항상 정직원 한명와 함께 근무를 합니다.

 

나도 실습생 시절을 겪어봐서 알지만..

실습생이 붙은 정직원은 근무가 피곤합니다.

 

일의 모든 과정을 설명해야 하고, 실습생이 외국인인 경우는 자신이 한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확인 또 확인해야 하죠.

 

외국인 실습생이 못 알아 들어 놓고도 대답은 잘하니 말이죠.

 

 

https://pixabay.com/

 

나는 누군가의 멘토도 아니고 또 현지인도 아닌 그저 3년차 직원!

 

실습생의 멘토가 되려면 일단 “멘토 가 되는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나는 일단 경력도 안 되고, 독일어가 내 모국어도 아니라 멘토가 될 생각도 없습니다.

 

그저 정해진 근무 시간에 일만 열심히 하고 퇴근 하는 걸 선호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다니면서 같은 설명을 하고 또 하고 하면서 스트레스 받기도 싫고, 또 내 뒤에서 감시하듯이 내가 하는 일을 관찰하는 실습생을 달고 다니는 것도 부담스럽죠.

 

실습생은 배우는 처지라 정직원인 내가 말하는 걸 잘 따라주면 좋겠지만,

현지인 실습생들은 대놓고 외국인 정직원을 무시하기도 합니다.

 

현지인인 자기들도 버거워하는 교육과정을 마친 존경스러운 선배가 아니라.. 발음 어눌하게 말하고, 독일어(사투리)도 잘 못 알아 듣는 팔푼이 직원으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이런 느낌은 누군가 말해줘서 아는 것이 아니죠.

 

일을 하다 보면 자기네끼리 눈빛을 교환하면서 외국인 직원 무시하고,

어느 순간 정직원처럼 행동하는 실습생이 있습니다.

 

그런 실습생을 만나도 저는 그러려니 합니다.

 

“넌 네가 이곳의 정직원이 될거라 믿지? 두고 봐라! 정말 될 수 있는지..”

 

정직원같이 행동하는 실습생이라고 해도 직업교육이 마치고 정말 직원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죠.

 

 

 

실습생이랑은 상관없는 나에게도 가끔 실습생이 붙습니다.

 

정말 두 팔 벌리고 온몸으로 거부를 해 보지만 실습생을 달아주는 측에서도 이유는 있습니다.

 

“실습생이 다양한 직원들의 근무를 보고 배우도록 하겠다.”라는 이유죠.

 

나 같은 외국인 직원은 말은 약간 어눌하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어르신을 대하는 태도가 있을 테고, 또 간병하는 방법도 다른 직원과 다를 수 있으니 실습생들은 일단 많이 보는 것이 공부죠.

 

나에게 달린 실습생은 필리핀에서 온 아낙,M 입니다.

 

우리 요양원에 그녀가 실습생으로 오고 얼마 안되어 그녀를 동네 슈퍼에서 만났었습니다.

남편과 아이와 함께 장을 보러왔던 그녀는 나에게 남편을 소개시켜 줬죠.

 

현지인과 결혼을 했는데 그녀의 아들인 “필리피노"여서 둘 사이에 아이가 없냐고 물어보니..

 

“내 남편은 아이를 못 낳아. 내 아이들은 다 필리핀 전 남편 소생이야!”

 

내 남편의 불임이 모르는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닌데..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남편을 옆에 세워놓고 그 말을 했던 그녀.

 

나도 얼굴 한번 밖에 본 적이 없는 실습생이어서 슈퍼에서 장보다가 인사를 하는 것도 약간 부담이었는데, 나에게 남편의 불임이야기를 안부 전하듯이 전하던 그녀.

 

참 뜨악했던 순간이었죠.

 

그 후로 오래도록 그녀를 일터에서 만나지 못했는데..

나와 하루 10시간을 보내는 실습생으로 다시 만났습니다.

 

그날 같이 근무가 걸려있던 그녀의 멘토에게 가서 물었습니다.

 

“왜 나에게 실습생을 달아놨는지 모르겠네. 나는 어떻게 해야 해?”

“지층은 나랑 근무를 해 봐서 어르신 몇 분은 직접 간병 할 수 있으니 하라고 하고, 아직 면도는 안 시켜봤으니 면도 한번 시켜봐, 잘했는지 확인도 하고!”

 

 

https://pixabay.com/

 

그녀의 멘토가 시키는 대로 그녀에게 남자어르신을 씻겨드리면서 “면도”도 해 드리라고 하고는 나는 다른 어르신들 간병을 다니다가 그녀가 면도를 해 드린 어르신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에 트레이드 마크처럼 콧수염을 기르신 어르신이었는데.. 어르신의 콧수염이 흔적없이 사라졌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입만 벌리고 서있었습니다.

이건 수습도 불가능한 실수입니다.^^;

 

속삭이듯이 실습생에게 물었습니다.

 

“너 어르신 콧수염 깍아 드릴까 물어보고 깍은 거야?”

“아니”

“그럼 말없이 그냥 수염을 다 밀어 버린거야?”

“응”

“왜?”

“....”

“저 어르신 평소에 콧수염을 가지고 계신 건 알고 있었을 거 아니야.”

“응”

“그런데 왜 다 밀어버렸어?”

“면도 하라고 해서 다 밀어야 하는 줄 알았지.”

“저 어르신은 말을 못하시는 분도 아닌데..당연히 물어보고 어떻게 해드릴까요 물어봤어야지.”

“......”

 

어르신을 간병할 때 의사를 표현 못하시는 분들은 우리가 마음대로 하지만, 자기 의사를 밝히시는 분들은 그분의 의사를 존중 해 드리죠.

 

수염이 길어도 깍기 싫다고 하시면 강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습생은 당사자에게 묻지 않고 그냥 수염을 다 밀어버렸습니다.

 

몇 년째 트레이드 마크처럼 가지고 계신 수염을 졸지에 잃어버리신 할배.

 

평소에도 잘 웃으시는 성격의 어른이시라,

“수염을 다 깍아서 어떡하냐“는 걱정에도 그냥 웃으시기만 하셨죠.

 

 

https://pixabay.com/

 

그녀의 멘토에게 그녀가 한 이야기를 이야기 하니 그녀도 딱 내 표정이 되어버렸습니다.

너무 놀라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상황인거죠.

 

딱 위의 사진에 있는 표정입니다. 뜨악!

 

그녀는 이 실수 외에도 내 눈에 걸리는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점심식사가 끝난 후에 “근무 회의”에는 정시에 들어와야 합니다.

 

이 시간에는 어르신들을 간병(씻겨드린) 해 드린 담당직원들의 의견도 듣고, 조심해야 할 특이사항이 있는지도 확인하는 자리죠.

 

내 실습생,M 은 근무회의 10분이 지나서야 왔습니다.

나중에 “어딜 갔었냐?” 물어보니 밥을 먹고 화장실을 다녀왔노라고...

 

참 속 터지는 실습생입니다.

 

“밥은 원칙적으로 점심 휴식시간에 먹는 거야. (어르신들 식사를 나눠드리면서 직원들이 후다닥 먹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근무 중에 먹는 것이 아니고,(시간이 안 되면 음식은 한 곳에 뒀다가 나중에 먹는 방법도 있고) 화장실은 전에 가 던가 나중에 가던가 해야지,

 ”근무회의”시간에 맞춰서 가는 건 아니지.“

 

내가 실습생일 때는 모든 것이 참 조심스러웠습니다.

 

나에게 일일이 설명하느라 더 피곤한 직원들을 보면서 많이 미안했고, 또 고마웠고!

매번 그들에게 감사를 표현했었고, “나의 스승”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들을 통해서 배우니..

정말 정직원들은 나에게는 "존경스러운 스승이면서 선배“였죠.

 

이 실습생의 태도는 너무 당당해서 내가 실습생이 아닌 정직원 동료와 함께 있다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조언을 했죠.

 

“네가 근무를 할 때 하루 종일 네 옆에 있는 직원은 보통 근무때보다 더 힘들다. 근무도 해야 하지만 너에게 일일이 설명을 해야 하니 근무가 2배 더 힘든 하루가 된다. 하루를 끝내고 퇴근할 때 하루를 같이 한 직원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존경“을 표현하길 바란다.”

 

이건 나에게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평소에 그녀를 챙기는 멘토들에게 예의를 갖추라는 이야기였죠.

 

하지만 그녀는 내 이야기는 별로 신경을 안쓰는 듯 했습니다.

조언을 더 해줄 마음에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너 직업교육 마치면 우리 요양원에 근무 할꺼야?”

 

미래의 동료가 될 실습생을 제대로 가르쳐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려고 했었는데... 그녀의 대답에 그냥 입을 닫았습니다.

 

“아니, 나는 방문요양으로 나갈꺼야!”

 

헉^^;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녀와 하루 근무를 마치고 그녀의 멘토에게 “그녀와의 하루”에 대한 나의 평가를 이야기 했습니다.

 

아무에게나 ”Du 너“라고 하는 말투에 어르신께 반말을 하길래 주의를 줬다. 외국인어서 독일어가 어눌해서 하는 실수라고 생각하시는 어르신도 있겠지만, 싸가지 없다고 생각하시는 어르신도 있으니 말조심 주의”를 줬고, “정직원들은 네 동료가 아니라 선배고 스승이니 존중하고 많이 배우라”고 했다.

 

정시에 들어와야 하는 "근무회의“에 밥을 먹다가 늦게 들어오는 것은 매번 있는 일이라 여러 번 주의를 줬었다고 하는데, 오늘도 그랬다고 하니 그녀의 멘토가 어이없어 했습니다.

 

실습생이 요양원에 오면 보통 3주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혼자서 할 일을 찾아다닙니다.

저도 딱 3주가 지난 후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다녔죠.

 

하지만 6개월이 넘어도 그녀는 아직도 초보처럼 행동을 하고 “근무 회의”보다는 자신이 먹는 것이 더 중요한, “뭣이 중한디~“도 모르는 실습생입니다.

 

 

 

필리핀 특유의 그런 국민성을 가지고 있죠.

 

어떻게 보면 중국의 “만만디(느리면서 베짱에 자기 실속을 챙기는)”같기도 하고.

필리핀에서 4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고는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아서 떠나왔던 필리핀.

 

중졸의 메이드나 대졸의 회사 영업사원이나 내 눈에는 똑같이 보였습니다.

 

회사의 어려움보다는 자기네 점심시간에 밥 먹는 것이 더 중하고!

(실제로 회사의 책상 서랍에 자기가 밥을 먹는 수저/포크를 잘 모셔두죠.)

 

자기 회사의 업주가 어려운 상황이면 바로 뒤통수를 쳐버리는 얍삽한 사람들.

 

의리있고 믿음직스러운 필리핀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내가 만났고 경험한 필리핀 사람들은 그리 긍정적이니 못합니다.

 

자기가 아쉬울 때는 딱 붙었다가 자기에게 해가 될거 같으면 얼른 차버리죠.

 

나도 이제 4년차를 두고 있는 초보직원이지만,

내 눈에 그녀는 낙제감이었습니다.

 

그녀의 두 멘토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두고 보면 알겠죠.

 

그녀가 계속해서 우리 요양원에 실습생으로 남게 되려는지..

큰 결격사유만 없다면 요양원에서 짤릴 일은 없겠지만..

우리 요양원에서 짤려서 나간 실습생이 한 두명 있다 보니 그녀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무대포 정신으로, 뭣이 중한지도 모르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요양보호사는 그녀에게 맞는 직업은 아닌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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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지난 3월 하순의 퇴근후 장보는 영상입니다.

퇴근하면서 장을 보는건 나에게는 힐링의 시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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