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음식을 했는데, 그냥 먹기는 그렇고 또 버리기도 아까운 음식들이 있으셨나요?
이럴 때는 어떻게 음식을 재탄생시키시나요?
저는 가능한 음식은 버리지 않는 편입니다
다 먹어치워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관념이 있어서 몸이 푸짐해지고 있는 단점이 있죠.^^;
이번에는 제가 생각해도 획기적으로 음식을 재탄생 시킨 메뉴입니다.^^
오늘의 요리는 아래에 영상까지 달리니 심심하면 영상으로 확인하시라~^^
제가 퇴근하다가 밭둑에서 무 하나를 뽑아왔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몰랐던 사실 중에 하나는 ..
야채 중에는 한해만 수확을 할 수 있는 종류가 있습니다.
허브 중에는 파슬리가 한해용이네요. 파슬리를 심고 1년이 넘었다고 파슬리가 안 자라는 건 아니지만, 자라면서 자꾸 꽃을 피울 준비를 합니다.
파슬리가 길어지고 거기에 꽃까지 필 준비를 하면 더 이상 뜯어먹을 잎들이 없죠.
제가 뽑아왔던 무도 그런 종류였습니다.
나는 말로만 들어봤던 “장다리꽃” 이것이 바로 무꽃이었네요.
무가 꽃을 피웠다는 말인즉은 더 이상 요리 재료는 아니라는 이야기죠.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던 아낙은 밭둑에서 만난 무꽃 밑에 달린 무를 뽑아왔죠.
일단 내가 발견한 것이 “무“라는 것이 신이 났었고,
먹을 수 있는 요리 재료이니 챙겨서 왔었죠.
이걸로 깍두기를 할까 무생채를 할까 가지고 오면서는 어떤 걸 만들까 생각도 했었는데! 막상 뚜껑을 아니, 막상 무를 씻고 다듬다보니 내가 생각한 요리는 불가능합니다.
무 껍질도 심하게 두껍고, 바람이 든 것인지 속은 구멍이 숭숭!
내가 직접 뽑아온 식재료인데 그냥 버리면 절대 안 될 말이죠.
그래서 이걸로 뭘 만들까 생각을 하다가 국물에 넣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무가 들어간 된장국이 탄생했죠.^^
이날 우리 집 점심메뉴는 된장무국에 무총이 들어간 연어조림과 달걀말이.
삼식이로 집에서 재택 근무 중인 남편도 이 메뉴의 밥상을 받았습니다.
요새 남편은 스트레스 받는 일을 하는 중이라 끼니에 맞춰 마눌이 갖다 바치는 밥상을 별다른 군소리 없이 해치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메뉴는 식순이 마음이죠.^^
얼큰하라고 말린 땡초도 화끈하게 넣어주시고 남편은 야채보다는 된장국물만!
그렇게 한 끼는 잘 먹었는데, 남은 된장국이 처치곤란입니다.
된장국이나 반찬은 보통 밥을 먹을 때 필요한 재료죠.
밥이 아닌 다른 종류를 먹게 되면 냉장고에 그냥 잘 모셔둬야 하죠.
무 된장국은 솔직히 그냥 먹기는 그랬습니다.
무 껍질을 깐다고 깠는데, 무를 먹으면 입안에 무 껍질이 마치 생선뼈처럼 남아서 씹혀 나중에 뱉어내야 하는 먹기는 약간 불편한 상태입니다.
땡초까지 듬뿍 넣어서 얼큰하고, 거기에 내가 뽑아온 무까지 넣은 조금은 생소한 무 된장국.
그냥 먹기는 거시기 하지만 그렇다고 버리기는 너무 아까운!
아니, 사실 버릴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이걸 어떻게든 먹어치울 생각이었거든요.^^
그러다가 가지고 있는 식재료를 생각해봤습니다.
지하실에 주키니 호박이 자고 있으니 그것도 챙기고..
1kg짜리 봉지로 사다놓은 당근도 안 먹고 두면 상하니 그것도 넣고..
날씨가 꾸물꾸물한 것이 빗방울도 떨어지는 날.
한국 사람이면 다 알만한 메뉴죠!
비오는 날 얼큰한 수제비도 좋지만..
막걸리는 없지만 빈대떡도 좋죠.^^
그래서 야채전을 만들어 먹기로 했는데 건데가가 너무 많은 된장국을 어떻게?
얼큰한 된장국을 갈아버리면 반죽에 필요한 국물만 남죠.
물보다는 야채가 잔뜩 들어간 무 된장국이 훨씬 더 맛있는 빈대떡이 되겠지!
이런 마음에 된장국을 갈아서 채에 거르고, 거기에 야채를 넣어서 야채전을 했습니다.
“빈대떡”하면 기름에 튀긴다고 질색하는 남편이 요새는 빈대떡을 주면 군소리 없이 먹습니다.
최근에 빈대떡이 맛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인지..ㅋㅋㅋ
빈대떡에 같이 주는 초간장에 빈대떡을 푹 담가서 먹는걸 보면 내 음식은 남편에게는 싱겁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남편 입맛에 맞게 소금을 듬뿍 쳐서 요리를 했지만 요새는 내 맘대로 합니다.
싱거우면 자기 입맛에 맞게 소금을 쳐서 먹으면 될 것이고..
안 먹겠다고 하면 가져갔던 접시를 다시 가져와버리면 되는 것이고..
한 개만 먹겠다고 하면 한 개만 먹는 걸 기다렸다가 접시를 가져오면 그만이고!
요새 남편이 취하는 태도는..
“한 개(쪽)만 먹을 꺼야!”
알았다고 하고 한쪽을 먹기를 기다리면 다시 또 한마디.
“음...내가 더 먹을 거 같아. 그냥 놓고 가!”
내가 만들었던 된장국 야채전을 남편은 다 먹었습니다.
내 입맛에도 약간 싱거웠지만 꽤 먹을 만한 음식이었죠.
야채전의 싱거운 맛을 남편은 초간장으로 잡게 하고!
나는 완전 신 열무김치랑 함께 먹으며 싱거운 맛을 잡았습니다.
이렇게 처음 해본 된장국 야채전은 획기적인 아이디어였지만 맛은 좋았습니다.
그래서 엊그제 또 된장국 야채전을 했습니다.
된장국에 넣은 땡초는 어차피 꺼내서 버려야 하는데, 아빠가 마당에서 키운 유기농 고추를 내가 말려서 만든 건고추라 그냥 버리는 건 너무 아깝고..
결국 된장국을 또 갈아서 야채전으로 재활용했습니다.
된장국으로 반죽을 하니 확실히 그냥 물로 할 때랑은 비교가 안 되는 깊은 맛도 있고, 또 음식을 버릴 일도 없고!
요새는 이렇게 가지고 있는 음식에 여러 가지 재료를 추가해서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요리들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요리 연구가도 아닌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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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위에서도 말씀드렸던 오늘의 된장국 야채전입니다.
어떤 된장국이 야채전으로 탄생했는지 그 실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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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
답글
저도 한번 먹고나면 또먹기 거시기하고 어떻게 먹을 방법을 연구하다보면 이렇게 잔소리가 돌아갑니다. ㅋㅋㅋ 민트오일은 매일 어딘가에 발라놔야해서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그래도 민트향이 은근히 기분은 좋죠.^^
오랜만에 정성 출첵~ 글 잘보고 갑니다 :-)
댓글 소통 방향을 조금 바꾸려고해요~ㅎㅎ
제가 먼저 댓글 소통 못오더라도 이해해주세요 =)
그래도 항상 시간되면 언제든 놀러올꺼에요 .. !! >_~
엣센이 보이길래 한번 눌르구 가요~ㅎㅎ
답글
서로 부담이 되는 댓글소통보다는 읽을거리가 있어서 찾아오는 그런 소통이 더 바람직하지 않나 싶습니다.^^
된장국으로 풍미가 더 살것 같아요
답글
네, 깊은 맛이 나는 야채전이라 맛있게 먹었어죠.^^
와 신선한 레시피에요! 언젠가 해보고싶습니다.
저도 예전에 너도밤나무 열매를 밤인줄 알고 주웠던 기억이 나네요. ^^;;
답글
너도밤나무는 먹지는 못하는데 다른 방법으로 쓰는 용도가 있더라구요.^^
프라우지니님처럼 음식을 잘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프라우지니님언제나 파이팅!!
답글
그냥 가지고 있는 재료들을 조합해보면 뭔가 새로운 먹거리가 탄생하는거 같더라구요.ㅋㅋㅋ
어떤 실용적인 방법이 있나요? 저는 버리긴 아까워 집에 꾸미는 용도로 사용했었어요 ^^
답글
여기 사람들도 제일 쉽게 하는것이 가을 데코로 집안 장식하는거랍니다.^^
음식 버리지 못하는 습관은 부모님으로 부터 밥상머리 교육서 부터
알게 모르게 습득 되는 좋은 습관 이라고 생각 됩니다.
김치국물이 남으면 비빔국수라도 해먹으면 해결되는데
국국물이 남으면 참 어쩌지도 못하고 냉장고 이구석 저구석에서
자리 차지하며 부담스러웠는데 아이디어 정말 좋으네요
거기다 자투리 야채 처리까지 ....저도 당장 따라 해야겠습니다.
답글
저도 김칫국물 남은건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편입니다. 나중에 김치국할때 처리하던가, 후딱 전 한장을 붙여내기도 하죠. 요즘은 된장국에 국수를 삶습니다. ㅋㅋㅋ 얼떨결에 된장칼국수가 탄생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