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요양원에 단기 공익 요원이 왔습니다.
오스트리아는 보통 8개월의 군복무를 하게 되는데. 이 기간에 군대에 가서 훈련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 기간에 사회시설 같은 곳에서 복무기간 동안 근무를 하게 되죠.
보통 들어오면 8개월 정도 근무를 하게 되는데, 3개월 정도 근무를 하게 되었다는 신입 공익.
아마도 정상 공익근무가 아닌 조금은 다른 형태의 근무를 하는 모양입니다.
상대방의 외모가 일반 백인이 아닌 나와 비슷한 동양인이면 더 눈길이 가는데..
새로운 공익이 딱 동양인 외모입니다.
우리 요양원에 외모로 외국인임을 구분할 수 있는 직원이 몇 있습니다.
라오스 출신의 간호사(2살 때 와서 독일어를 모국어같이 사용하지만 외모는 외국인)와 한국 출신의 나, 남미출신의 도우미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의 남자 직원이 있죠.
다른 병동에도 외국인 직원들이 꽤 있지만, 동유럽출신은 외모로 구분이 불가능하고, 외모로 구분이 가능한 직원은 태평양섬 출신 직원입니다.
올해 20살이라는 새로온 공익병은 아무리 봐도 동양인 외모.
궁금하니 물어봐야죠.
외모는 동양인이지만, 여기서 태어난 듯 한 청년이니 질문을 다르게 해야죠.
“네 부모님은 어디서 오셨니?”
“아빠는 오스트리아 분이시고, 엄마는 중국에서 오셨어.”
이 청년은 혼혈임에도 거의 동양인 얼굴입니다.
대체로 첫째는 엄마를 닮던데, 그래서 더 동양적으로 보이나 봅니다.
자기는 첫째이고, 아래로 여동생과 남동생이 있다는 공익병.
엄마가 중국인이 당연히 중국어는 알거 같아서 살짝 물어봤습니다.
“넌 몇 개 국어 하니?”
“나 독일어 밖에 못하는데?”
“엄마가 중국분이신데 중국어 못해?”
“응”
“전혀?”
“응, 전혀 못해!”
“네 동생들도 못해?”
“응”
그 청년의 엄마는 평생 살면서 자식들과 자신의 모국어로 대화를 못한다니 괜히 안타까웠습니다.
자식들에게는 평생 재산이 될 언어를 배우지 못한 아까운 기회이기도 하지만..
엄마에게는 자신의 언어와 더불어 문화를 자식들에게 가르칠 기회를 상실함과 더불어 평생 자신은 집에서 중국어로 누군가 대화를 할수 없으니 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 외국인들을 다 외로운데 누군가 나와 대화가 된다는것 하나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또 그 누군가가 내가 낳은 자식과 내 모국어로 하는 대화라면 그보다 더 좋을수는 없겠죠.
나도 국제 결혼한 아낙으로 나와 남편을 반반씩 닮은 예쁜 혼혈 아이를 살짝 생각해본 적도 있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고, 또 가족계획을 몇 년 미루다 보니 이번 생에는 없는 자식이 됐지만 말이죠.
내가 국제 결혼한 아낙이어서 그런지..
나에게 아이는 없지만 혼혈 아이들은 관심 있게 보게 됩니다.
나도 아이가 있었다면 다른 건 몰라도 엄마의 모국어인 한국어 만큼은 엄마와 대화가 가능한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죠.
그래서 그런지 외국인 엄마/아빠를 둔 아이들을 눈여겨보게 됩니다.
아이에게 외국인인 자신의 언어를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 아낙들을 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전에 아주 불쌍한 아낙을 만났더랬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 글에서 홍콩 아낙의 이야기를 찾아보시길..
http://jinny1970.tistory.com/184
부러운 국제결혼의 현실
지금 생각 해 보면 다행스럽게도 홍콩 아낙은 이런 생각을 일찍 깨우친 거 같습니다.
그 당시에도 그녀의 아이들은 아직 어린 편이었거든요.
지금쯤은 그녀의 아이들이 엄마와 중국어로 대화가 가능하겠지요?
아이에게 자신의 모국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걸 깨친 엄마의 노력이 있었을 테니 말이죠.
국제결혼을 하면 2세들은 엄마, 아빠를 골고루 닮은 혼혈아죠.
동서양이 조화를 이룬 인형 같은 외모.
엄마, 아빠의 언어를 다 배울 테니 2개 국어에 2개의 문화까지!
긍정적인 것만 보이지만 실제로 혼혈아들은 힘들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하시는 분은 아래 글을 읽어보시길!!
위 글에 등장하는 남매는 외국인인 아빠의 언어인 중국어를 합니다.
전에 TV에서, 루카스가 중국어로 아빠한테 설명하는 걸 본적이 있습니다.
정말 잘 해놓은 언어교육이라는 생각을 했었죠.
중국어는 배워두면 좋을 언어중 하나죠.
부모중 한명이 중국인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는 법인데..
엄마가 중국인인데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중국어를 가르치지 않았다?
모르죠, 엄마는 가르치려고 시도를 했었는데, 아이들이 많을 듣지 않았을 수도!
원래 언어라는 것이 “이제부터 공부한다, 시~작!”하고 배우는 것이 아니잖아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계속해서 말을 하고, 가르치고, 대화를 하고..
이렇게 아이들에게 자연적으로 습득을 시켜야 했던 것인데 어디서부터 틀어진 것인지!
아님 애초에 아이들에게 “쓸데없는 언어이니 하지 말아라!” 한 누군가가 있었는지도..
새 공익요원은 내 말을 이해했을까요?
“엄마가 많이 외로우시겠다.”
나중에 공익요원에게 그런 말을 했었습니다.
“외국인들은 이곳의 언어로 표현을 하는데 한계가 있거든. 내 모국어로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내가 독일어로 다 표현하지 못한 것들을 이야기 하면 아이도 엄마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이곳에서 사는 엄마의 삶도 조금 더 수월해지겠지.”
나의 이 말에 이해 하는듯한 표정을 지었던 스무 살 청년.
아이가 스무 살이 되도록 자신의 언어를 가르치지 못한 중국 엄마가 내내 안타깝습니다.
삼남매가 엄마의 모국어인 중국어로 쫑알거리면서 엄마 앞에 모여들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거 같았을 텐데..
아이들에게 외국인인 엄마/아빠의 언어를 가르치는 것이 어려운 일인가요?
너무나 당연하게 외국인인 엄마의 언어로 대화를 하는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뉴질랜드 길 위에서 만난 인연이었습니다.
아래를 클릭하시면 삼형제의 얼굴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때는 엄마의 언어인 독일어로 대화를 하는 삼형제들이 당연하게 보였었는데.. 지금 생각 해 보면 참 놀라운 교육이고, 또 제대로 된 교육이었습니다.
자신들이 사는 뉴질랜드의 영어가 더 쉬운데도 독일 엄마를 둔 삼형제들은 자신들끼리 대화를 할 때는 꼭 독일어로만 했습니다.
누군가 영어로 묻지 않은 이상은 독일어로 말을 하고, 누군가 영어로 말을 걸어오면 그때서야 영어로 대답을 하곤 했었죠.
지금 생각 해 보니 아이들의 입에서 현지어인 영어보다 독일어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은 독일 엄마의 커다란 노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그런 종류가 아니었네요.
일터에서 만난 혼혈 청년을 보면서 전에 만났던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엄마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줄 알았는데, 그것이 그렇지 않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네요.
내가 자식을 키우지 않아서 몰랐던 일이었는데.. 참 감사하게도 이렇게 남의 자식을 보면서 자식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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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오늘의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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