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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남편이 준비한 아내를 위한 코로나 2종세트.

by 프라우지니 2020.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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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뭐 하나 해도 “완벽 + 꼼꼼”이 기본입니다.

그래서 더디고, 시간이 더 오래 걸리죠.

 

움직이기 전에 머릿속에 모든 준비와 계획을 다 입력하는 남편과,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궁디를 떼고 갈 준비를 하는 아내.

 

물론 아내도 가끔“준비와 계획”을 세울 때도 있지만..

남편 눈에는 항상 “천방지축 막내딸”같이 보이는 마눌이죠.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이 요새 계속해서 사들이고 있는 건 코로나 용품들.

 

http://jinny1970.tistory.com/3219

남편의 코로나 2종세트, 중국 마스크, 가죽 장갑

 

재택근무로 밖에 나가는 건 1주일에 한 번 장 보러 갈 때뿐이면서 준비 철저한 남편.

 

마스크와 장갑과 더불어 남편이 산 물건이 또 있었습니다.

소독제 스프레이에 소독제 1회용 물티슈까지!

 

이 정도면 “코로나 완벽세트”가 된 듯도 했었는데..

다시 또 중국에서 온 택배 하나.

 

 

 

이번에 온 것은 지금까지의 천으로 만든 마스크가 아닌 앞에 필터도 장착된 마스크.

 

이건 또 왜 주문을 한 것인지??

 

마스크 5개가 들어있는 포장을 풀더니만 마눌에게 빨리 써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써보라니 일단 써보기는 하는데, 마누라가 마루타도 아니고...^^;

 

자기도 써보고, 마눌도 써보고 물건이 만족스러웠던 것인지..

마스크 한 장을 마눌에게 주면서 한마디.

 

“이건 가방에 잘 넣어뒀다가 요양원에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오는 즉시 얼른 써!”

 

확진자가 이미 나왔다는 말은 무증상인 상태에서 이미 다 전역이 됐을 텐데..

확진자가 나온 후에 이런 마스크를 쓰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나름 위험군에 종사하는 마눌을 위한 주문이었나부다 했습니다.

 

조금 값 나가는 이 마스크는 시부모님과 남편 그리고 마눌이 가장 위험한 순간에 착용해야 할 “마스크”로 가방 한쪽에 잘 모셔두고 있습니다.^^

 

 

 

이쯤이면 남편의 “코로나 용품쇼핑”은 끝이 날줄 알았는데..

그날 저녁에 다시 뭔가를 검색하고 있는 남편의 뒤통수 발견!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는 남편의 뒤통수에 대고 한마디 했습니다.

 

“왜 이번에는 방독면이 사고 싶어? 얼굴은 가리고 어디 가게?”

 

마눌의 한마디에 깜짝 놀라며 뒤돌아서 씩 웃는 남편.

 

“왜 또 이상한 거 검색하고 있어”

“당신 사줄까?”

“난 됐거든, 요양원에 의료용 마스크 사용하고 있어서 괜찮아.”

“가끔 침 뱉는 사람이 있다며?

“그건 내가 당한적은 없어.”

 

치매 걸린 할매가 맘에 안 들면 직원 얼굴에 침을 뱉거나 입에 있는 음식을 뱉는 일도 있고, 양말을 신겨 드리려고 앞에 엎드려 있는데 내 앞에서 재채기를 심하게 하시거나, 가래가 섞인 기침을 하시면 “이걸 어째?” 하는 순간도 있지만, 이미 튄 침이고, 나에게 날아온 세균/바이러스는 어쩔 수가 없죠.

 

요즘은 그래도 마스크를 써서 약간 안심이 되는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근무하면서 얼굴에 투명막까지 사용하는 건 쫌 그렇죠.

 

 

2020년 5월 16일자 크로넨자이퉁

 

오스트리아는 코로나 사태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바이러스 백신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바이러스 때문에 계속 집콕 하다가 바이러스가 아닌 돈이 없어서 굶어죽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으니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는 거죠.

 

이제는 큰 가게, 작은 가게, 쇼핑몰까지 영업을 시작했고, 가장 마지막까지 남겨뒀던 식당들도 몇가지 규칙과 함께 5월 15일부터 다시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각 테이블은 적어도 1미터 거리를 두고 배치 할 것!

서빙을 하는 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 할 것!

 

마스크를 끼고 근무를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말을 하면 알아듣기가 힘들죠.

 

그래서 레스토랑에 근무하는 직원들 중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신문에서처럼 페이스 쉴드를 끼고 근무하는 직원들도 있죠.

 

우리 동네 슈퍼마켓에 이 페이스쉴드를 끼고 장을 보러 온 사람도 한명이 있기는 했지만,

레스토랑처럼 일을 하는 상태가 아니라면 마스크 하나로도 충분한 거죠.

 

남편이 바로 이 페이스 쉴드를 마눌에게 “주문 해 줄까?” 하는데...

솔직히 근무를 하면서 이걸 낄 의지는 없었습니다.

 

다들 마스크 착용하고도 일 잘하는데 굳이 얼굴을 덮는 이것까지 써야하는지..

나는 외모부터 이미 현지인 직원들과는 다른데, 굳이 마스크에 페이스 쉴드까지?

 

 

 

그리고 며칠 후 나는 남편에게 이걸 받았습니다.

마눌이 싫다고 했었는데, 주문을 했었나봅니다.

 

이것을 주문한 남편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마눌을 건강을 염려한 남편이 마음? 아니면 (위험한 일터에서) 집으로 세균을 옮겨 온 가족을 다 전염 시킬 수 있는 위험을 차단하고 싶은 마음이었을까요?

 

남편이 설령 후자의 마음이었다고 해도 아내를 생각하는 마음이 우선이었다 생각합니다.

 

아무리 저렴한 물건이라도 섣불리 사지 않는 남편이 이런 물건을 주문한걸 보면 말이죠.

 

남편이 사준 이 페이스 쉴드는 근무를 갈 때마다 잘 가지고 다니고 있습니다.

 

누군가 이걸 사용한다면 나도 부담 없이 사용하겠지만, 아직 요양원은 안전한 상태이고, 이런걸 쓰고 근무를 해서 직원들에게 유난스럽게 보이는 것도 원치 않아서 잘 가지고만 다니고 있습니다.

 

요즘 저는 남편에게 하는 거짓말이 더 늘었습니다.

 

페이스 쉴드를 가지고 출근했던 날 저녁에 남편이 마눌에게 물었죠.

 

“그래서 페이스 쉴드 끼고 근무 했어?”
“응 (뻥이죠!)”
“직원들이 뭐래?”
“다 웃어 (페이스 쉴드를 직원들에게 보여주기는 했습니다. 남편이 사주더라고..)”

“누군가 써보겠다고는 안 해?”

“응, 써보라고 줬어.”

“내가 남들 써본다고 하면 안 된다고 하라고 했잖아.”

“그래서 소독했어 (뻥이죠)”

“앞으로는 절대 써본다고 하면 안 된다고 해!”
“응 (가방에서 안 꺼내면 되니까)”

 

 

남편이 써보라고 해서 집에서 써봤죠. 마스크와 페이스 쉴드

 

내가 일하는 곳이 “코로나 위험지역‘임을 내가 알고 있고, 내가 위험하다고 느낀다면 남편이 사준 페이스 쉴드를 하루 종일 끼고 다니겠지만..

 

아직은 그럴 필요가 없을 거 같아서 남편이 아내를 위해 준비 해 준 코로나 2종 세트, 필터 마스크와 페이스 쉴드는 “비상용”으로 출근할 때 항상 가방에 넣어서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가방에 가지고만 다니는 2종 세트는 끝까지 사용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늘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는 요양원인데, 이제 엎드리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하늘나라 가는 길이 더 빨라지는 일이 우리 요양원에 사시는 어르신들께는 안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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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우리집 뒤에 있는 공항가는 길의 들판.

자전거타고 가르면서 "코로나 통행제한"이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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