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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남편만 모르는 일, 장보기

by 프라우지니 2020.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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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마당에서 만난 시부모님과 며느리는 소곤댑니다.

 

“아빠, 나 지금 장보러 가는데 엄마가 뭐 필요하시데요?”

“네 엄마가 살구를 좀 샀으면 하는 거 같더라.”

 

그사이 엄마도 마당 쪽으로 고개를 내미십니다.

 

“엄마, 요새 살구 세일해서 1kg에 1유로 하던데 사올까요?”

“세일하면 두 팩 사다다오, 살구 잼이나 하게!”

 

며느리는 후다닥 자전거를 타고 장보러 나갔습니다.

 

저렴한 거 좋아하시는 시아버지와 이왕에 사는 건 비싸더라도 좋을걸 사시는 시어머니.

아무리 세일이라도 해도 저렴한 품질을 싸게 파는 건 반갑지 않죠.

 

그래서 시어머니의 심부름인 살구는 정말 럭셔리한 품질로 골랐습니다.

 

 

 

세일이라는 것이 정말 2,50유로짜리의 품질을 1유로에 파는 경우도 있고,

보기에도 1유로짜리 품질인데 그걸 1유로에 파는 세일도 있죠!

 

살구를 사러 가서보니 거기서 판매하는 살구는 딱 1유로짜리 품질.

그나마도 몇 개 안 남은 상태.

 

내 앞에 아주머니도 시어머니처럼 살구 잼을 하시려고 하는지 거봉 크기의 살구를 부랴부랴 쇼핑카트에 담으셨지만 저는 조금 기다렸습니다.

 

세일하는 제품은 대부분 대량으로 물건이 들어오죠.

진열대에 물건이 떨어지면 다시 채우게 되니 그걸 노린 거죠.

 

직원에게 살구가 떨어져 가는데 아직 진열되지 않은 살구가 있냐고 물어보니 창고에 가봐야 한다고 가서는 완전 커다랗고 예쁜 살구들을 안고 왔습니다.

 

1kg에 1유로하는 살구인데 품질은 2,50유로.

이런 건 안 사는 것이 손해인 제품이죠.

 

통 크게 얼른 4팩을 챙겼습니다.

엄마네 2팩, 나도 2팩.

 

돌아와서는 어머니가 주문하신 살구를 얼른 어머니께 내밀고는..

검지를 입에 대고는 “조용히”신호를 합니다.

 

어머니도 덩달아서 “조용히” 신호로 댓구하시오.

이건 우리만의 비밀이라는 신호죠

우리 집 마당에서는 가끔 시부모님과 며느리는 무언의 사인들을 주고받습니다.

 

 

 

제가 장을 보러 갔다 온 것은 남편이 몰라야합니다.

시부모님이 장을 보러 가시는 것도 남편이 몰라야 하죠.

 

가능한 남편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마눌도 시부모님도 노력을 하십니다.^^;

참 별난 성격을 가진 남편 덕에 나머지 식구들은 첩보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교 가면서 집 떠난 아들이 직장 생활도 타 도시에서 하게 되면서 남편은 집에서 산 세월보다 집을 떠나 산 세월이 더 긴 장남입니다.

 

사람의 성격은 어릴 때 다 만들어진다고 하지만,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집 떠난 아들은 아무리 자주 본다고 해도 그동안 부모님과는 한두 달에 한 번 얼굴정도 보는 사이였으니 그사이 당신들의 아들이 어떤 성격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르셨을 겁니다.

 

아들 내외가 잠시 머물게 될 줄 알고 “그냥 들어와서 살아라!”하셨던 시부모님도 생각지 못하셨던 반전이 된 거죠.

 

미성년일 때 집을 나가서 살던 아들이 20년 동안 떨어져 살다가 마흔이 넘어서 다시 집에 들어왔으니 두 분이 생각 못하셨던 아들의 모습이나 성격을 보셨지 싶습니다.

 

남편은 참 쉽지 않는 성격입니다.

뭐든지 대충하는 법이 없죠!

 

코로나 때문에 여러 가지 주의사항이 생기면서 부터는 남편의 장보기는 1주일에 한번!

시부모님도 마눌도 따로 장보러 가는 걸 절대 추천하지 않는 남편!

 

장보기는 오직 자기와 함께여야 하고 1주일에 한 번만 가기!

 

하지만 살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것이 필요할 때도 있고, 특히나 우리 집은 시시때때로 장을 보러 다녔던 집이라 1주일에 한번만 장을 보러 가야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죠.

 

솔직히 남편과 장을 보러 가면 피곤합니다.

장을 보고 온 후에 해야 하는 후속 조치가 더 귀찮거든요.^^;

 

##

 

어떤 조치인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세용~^^

http://jinny1970.tistory.com/3208

철저한 남편의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법

 

그래서 남편이 방에서 근무를 할 때 남편 몰래 조용히 집을 빠져나가서 후딱 장을 보죠.

 

가끔은 남편에게 들키지 않고 다시 복귀가 가능하지만 남편이 커피를 마시려고 주방에 갔다가 마눌이 없는걸 확인한 상태라면 부사 복귀는 조금 힘들어지죠.

 

그럴 때는 장본 배낭을 얼른 문 앞에 두고는 집으로 들어가죠.

 

마당에서 아빠랑 수다를 떠느라 나갔었다는 뻥을 치기도 하고, 마당에 꽃을 보고 왔다고 하기도 하고, 내용은 시시때때로 달라지지만 마눌의 이야기를 확인하지 않으니 OK.

 

남편이 염려하는 걸 시부모님도 알고 마눌도 알죠.

가족들의 건강이 염려하는 남편의 조바심이라는 걸!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옆에 두고 살아야 할 바이러스라면 이제는 너무 요란스럽지 않게 방역을 하는 방법도 모색 해야 하는 거죠.

 

남편 몰래 장봐온 것 중에 바로 사용하지 않을 것은 남편처럼 지하실에 갖다 둡니다.

 

냉장고에 넣어야 할 것은 남편처럼 요란스럽게 커다란 들통을 2개씩 준비 해 놓고 씻는 대신에, 마당에서 물통에 물 받아 씻는 대신에, 물건들을 얼른 주방의 싱크대로 가지고 와서 세제에 씻어 냉장고에 넣습니다.

 

단지, 남편 몰래 다녀온 장이니 이 모든 수속들은 조용히 진행이 됩니다.

그래서 남편만 모르는 일이 바로 우리 집 장보기.

 

 

 

시부모님도 남편이 1주일에 한 번씩 봐다주는 장보기외에 두 분이 따로 또 가십니다.

 

두 분이 오붓하게 장보러 나가는 것도 두 분에게는 삶이 일부이고 즐거움인데... 코로나 때문에 몇 달 동안 그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셨던 두 분이 얼마 전부터 장보러 가시는걸 알고 있는 며느리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고령자에게 더 위험하고, 아빠는 암환자이시니 면역력이 더 약한 상태라 장보러 가실 때 더 조심하시라고 말씀도 드렸고, 마스크도 챙겨 가시니 걱정하지 않습니다.

 

저 또한 장보러 갈 때 두 분이 당장 필요하신 것들은 사다드리는 정도의 서비스는 해 드리지만 이 또한 남편 몰래 진행합니다.

 

남편이 알아봐야 들을 것은 잔소리니 모르는 것이 더 속편하죠.

 

시어머니같이 매서운 매의 눈길로 가족들의 건강을 관리하려 하는 남편 때문에 우리 집에는 남편만 모르는 일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남편이 알아봐야 우리가 들을 것은 잔소리밖에 없다는걸 너무도 잘 아는 시부모님과 마눌이 시키는 왕따입니다.

 

본인만 모르는 왕따지만 덕분에 우리 집이 평온하니 한동안 남편은 왕따로 지내야 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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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업어온 영상은 "내가 해 먹는 요리" 입니다.

먹어치워야 할 재료들을 모아모아서 해먹는 나만의 한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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