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야기

퇴근길 나의 소확행

by 프라우지니 2020. 5. 20.
반응형

 

 

요즘 코로나 때문에 자택근무를 하는 남편.

 

하루 종일 책상에서 일을 하지만, 출퇴근 할 때는 최소한의 움직임이 있었는데..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는 운동량이 상당히 부족한 상태죠.

 

마누라가 일부러 “운동하라”고 하지 않아도 남편은 알아서 운동하는 인간형.

운동을 해야 해서 좋아서 하는지 아님 자전거 타는 것이 재미있어서 하는 것인지는 궁금.

 

글을 쓰면서 남편에게 이 질문을 했었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것이 재미있는지 아니면 운동을 해야 해서 하는 것인지..

 

남편은 “상쾌한 바람을 가르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재미가 있다는 쪽이 맞는 거 같네요.

 

자전거를 안 타시는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자전거를 타고 달리다보면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기분도 삼삼하거든요.

 

날씨가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나름의 매력이 있는 거 같습니다.

 

 

 

 

요즘 (재택 근무지만) 퇴근 후에는 자전거를 타고 2시간 정도 달리는 남편. 마눌이 출근하면서 남편에게 한마디 했었죠.

 

“이따가 나 퇴근시간에 맞춰서 오던가..”

 

자전거를 타러갔다가 마눌의 퇴근 시간에 맞춰서 앞에 와서 기다리라는 이야기죠.

 

말은 했지만 정말 남편이 요양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남편은 마눌이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서 앞에 와 있더라구요.

 

보통 요양원에서 집에 오는 시간은 10분 정도 걸리는데..

이날 남편과 집에 오는 시간은 2배가 족히 걸렸습니다.

 

남편이 마눌을 데리고 달렸던 길은 마눌도 처음 가는 길.

 

그동안 내가 아는 길은 주택가/철길 옆 자전거 도로였는데..

남편은 마눌을 데리고 들판을 달렸습니다.

 

덕분에 퇴근길의 선택이 넓어졌습니다.

느극하게 집에 오고 싶을 때는 남편이 가르쳐준 이 길을 달리지 싶어요.

 

남편과 들판을 달리다가 내 눈에 띈 몇 가지들.

 

밭둑에는 먹을 것들이 자란다!

봄에는 여기저기 유채 밭이니 유채나물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어디서 뜯어야 할지 몰랐죠.

 

 

 

 

유럽의 유채 밭은 꽃이나 나물이 아닌 씨를 목적으로 심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밭의 유채나물을 막 뜯어올 수는 없죠.

 

그랬다가 고소를 당할 수도 있고, 아니면 경찰서로 가게 될까요?

 

남의 밭에 들어가는 건 안 되지만 밭에서 삐져 나온 건 내꺼~^^

 

위 사진은 우리 집에서 공항 가는 쪽에 있던 유채밭입니다.

 

여기도 가을쯤에는 다른 작물이 자라고 있겠지만,

밭둑에 떨어진 씨들이 가을쯤은 잘 자라 있을 테니 이곳에서 유채나물을 노려보겠습니다.^^

 

보통의 유채꽃은 이렇게 노랗죠.

거기에 잎은 무/열무 잎같이 생겨서 구분이 상당히 쉬운 편입니다.

 

그런데 남편과 집에 오는 길에 특이한 작물을 발견했습니다.

봄에는 보통 노란 유채꽃이 밭둑에 자라는데 나에게는 생소한 꽃.

 



넌 뭐냐?

 

유채 꽃과는 모양도, 색도 다른 연한 보라색.

잎은 유채와 상당히 비슷한 (열)무 잎 모양.

 

“그렇다면 먹는 건가?”

 

빨리 집에 가자는 남편의 성화에도 잠시 관찰을 해야 했습니다.

나에게는 새로운 녀석인데 모양을 봐서는 먹는 거 같거든요.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꽃도 보고, 잎모양도 관찰을 하고 내린 결론!

 

“이건 무~”

 

뿌리 쪽에 보니 무가 달려있는것도 확인했습니다.^^

남의 밭이 아닌 밭 언저리에 있는 무는 내꺼~

 

그래서 챙겼습니다.^^

뽑아보니 정말로 무가 달려있었습니다.

 

여기는 슈퍼에서 단무지같이 날씬하게 빠진 무만 파는데..

내가 밭(언저리)에서 뽑은 무는 내가 아는 그 굵은 무가 맞습니다.^^

 

무를 뽑아서는 일단 무와 큼직한 잎까지 몇 개 챙겼습니다.

집에 가지고 와서는 조리에 들어갔죠.

 

 

 

 

 

무는 골다공증 걸린 뼈처럼 구멍이 뻥~ 뚫려있어서 그냥 넣고 끓였습니다.

마침 된장이 보이길레 된장도 풀었죠.

 

무 잎은 살짝 삶아서 연어조림 하는데 그냥 넣어버렸는데..

남편은 연어 옆에 있는 퍼런 잎이 뭔지 모르고 맛있다고 다 먹었죠.^^

 

퇴근길에 주어온 무 하나로 된장국과 연어조림 완성.

 

앞으로 퇴근하는 길에 더 천천히 달리면서 주변을 돌아봐야 할 거 같습니다.

 

들에서 나는 재료를 채취할 때의 기쁨에, 가지고 온 재료로 뭔가를 만들 궁리를 하는 나를 보면서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느낍니다.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나는 퇴근길에 발견한 쪼맨한 무 하나의 수확에도 행복을 느낍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시길 바랍니다.^^

 

--------------------------------------------------------------------

오늘 업어온 영상은 오늘의 이야기속에 풍경을 보실수 있습니다.

남편과 같이 달리며 무를 뽑은 그 다음날 다시 이길을 달렸죠.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