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시어머니들이 다 그러시지는 않겠지만..
시댁에서 며느리는 사실 찬밥 신세이고, 개밥의 도토리입니다.
“너도 내 딸이다!”
이건 모든 것이 다 평화롭고 행복할 때 해당하는 말이죠.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게 되면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내 아들, 내 딸”이 먼저이지 “남의 딸”인 며느리를 먼저 생각하는 시어머니는 세상에 안 계시겠죠.
하다못해 아들이 바람이 나도, 인간 말종 시어머니들은 이런 말씀을 하시죠.
“네가 잘못 했으니 내 아들이 그런 것이겠지..”
유튜브에서 본 “부부의 세계”에서 대사인 것도 같고..
혹시 마음에 이런 마음이 있더라도 이런 말을 대놓고 하는 시어머니들은 없겠죠?
만약 현실에 있다면 며느리한테 이런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 입 다물라~”
같은 여자지만 남의 딸인 며느리의 마음을 헤아리기 보다는 아들 생각에 마음이 짠하죠.
“아이구, 내 불쌍한 아들이 (마누라) 몰래 바람피우느라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아주 드물게 “내가 자식 교육을 못 시켜서” 혹은 “지 애비가 하는걸 보더니 똑같이 행동한다”고 자책하는 시어머니도 있겠지만 결론은 같죠.
“그냥 네가 한번 용서하고 모든 것을 잊어라~”
나..참! 내 가슴에 맺힌 것이 이렇게 많은 것인지..
시어머니 이야기가 나오니 강도가 센 이런 생각들이 마구 뛰어 오르네요.
내가 시댁에서 찬밥인건 맞지만..
위에서 언급한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단지 시부모님께 섭섭한 마음이 내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을 뿐이죠.
지난주에는 월, 화, 수요일 근무를 하고 집에 있는 목요일.
냉장고에 먹어치워야 하는 밥이 있어서 눈에 보이는 건 다 때려놓고 김치볶음밥을 했습니다.
내가 하는 밥은 절대 하얀색이 아닙니다.
애초에 쌀, 흑미, 찹쌀, 삼색 퀴노아, 까만 아마란스 등등등.
눈에 보이는 건 다 때려놓고 밥을 해서 밥 자체가 시커먼 색이니 뭘 해놔도 참 밥맛없어 보이는 비주얼이지만, 나는 아주 잘 먹죠.
이 날도 아침부터 모든 것을 다 넣고 다 볶아버렸습니다.
그래서 든든하게 아침부터 김치볶음밥을 먹었죠.
남편은 1층 침실을 사무실 삼아서 일하고, 나는 2층 주방을 놀이터 삼아서 보내고 있었는데..
남편이 전화 받는 소리가 납니다.
그러더니만 문을 열고 나와서는 누군가에게 하는 말.
“거기 놓고 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 식구들은 다들 멀찌감치 떨어져서 대화를 합니다.
혹시 가까이 가면 서로 깜짝 놀라죠.
뭔가 싶어서 가보니 시어머니가 남편 먹으라고 스프를 냄비째 가지고 오셨습니다.
레버 크뇌델(간을 갈아서 만든 완자)가 들어간 스프.
아래의 설명에는 소나 돼지간으로만 하는 요리라 설명이 되었지만..
모든 동물의 간으로 다 가능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캡처
남편 먹으라고 가지고 오신 모양인데 날 보시더니 시어머니가 하시는 말.
“너도 집에 있었냐? 네가 있는 건 몰랐다.”
평소에는 며느리가 근무하는 중인데 아들한테 하면 될 전화를 며느리에게 하시더니만..
오늘은 아들 먹을 걸 주시려고 아들한테 전화를 하셨던 모양입니다.
아들이 재택근무를 해도 아들의 끼니 같은 건 전혀 신경 안 쓰시던 시어머니가 이렇게 뜬금없이 음식을 챙기는 것은 워낙 고마운 일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며느리는 아무 때나, 뭔가를 하면 시댁에 가지고 가는 것에 반해,
시어머니는 뭔가 고마운 일이 있을 때만 챙기십니다.
며느리가 뭔가를 해 다 드리면 거기에 대한 답례로 뭔가를 해서 가지고 오실 때도 있고,
그 외아들 내외한테 시어머니가 부탁한 일을 해 드렸을 때도 뭔가를 하시죠.
며느리는 이미 알고 있는 시어머니의 “음식 배달의 의미”이지만 남편은 잘 모릅니다.
뜬금없는 시어머니의 “스프 배달”에 대해 남편에게 물었죠.
“남편, 남편은 왜 엄마가 뜬금없이 음식을 해 오시는 지 알아?”
“.....”
“엄마가 왜 스프랑 로스트 치킨을 해 오셨는지 알아?”
“아니야, 뭔가 고마운 일이 있을 때 해 오신다.”
“.....”
“당신이 엄마가 사다 달라고 적어놨던 리스트 장봐서 갖다 드렸지.”
“응”
“거기에 대한 감사야!”
코로나 바이러스로 오스트리아에 통행제한령이 발령 된 후로 남편은 가족단속을 심하게 합니다.
마눌은 물론이고 연세가 있으신 시부모님도 절대 집밖으로 나가지 말라 하죠. 그래서 시부모님의 장보기는 남편이 책임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캡처
스프 1인분이라 아들만 먹으라고 전화를 하신 것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일단 며느리가 있는 걸 아시고 가신 시어머니가 챙겨 오신 로스트 치킨도 달랑 1인분.
엄마가 사다달라고 부탁하셨던 닭은 2 마리였고, 로스트 치킨은 보통 통째로 굽는데..
시어머니가 남편 몫으로 가지고 오신 것은 1인분의 로스트 치킨.
내가 배가 고팠다면 겁나 섭섭했을 시어머니의 행동입니다.
닭 간이 들어간 스프는 며느리가 없는 줄 알았다고 1인분을 가지고 오셨다니 그러려니 해도, 며느리가 있는걸 아시면서도 로스트 치킨은 달랑 1인분이라니!
세상에 제일 치사한 것이 음식 먹을 때 나만 빼놓고 안 주는 거죠.
아주 작은 콩 한쪽도 나만 빼고 먹으면 겁나 섭섭하고 서럽죠.
시어머니는 남편이 장을 봐다 준 것이 고마워서 (남편에게만) 한 끼 대접을 하신 거죠.
한국과는 달리 여기서 통닭을 사면 그 안에 장기가 다 들어있습니다.
닭똥집은 따로 포장해서 판매를 하지만,
그 외 닭간 같은 건 포장해서 닭 안에 넣어놓습니다.
여기서 잠깐!
유럽의 슈퍼마켓에서 의외의 물건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닭똥집 포장된 것도 봤었고, 우족, 사골 같은 경우도 구입이 가능합니다.
나도 한때는 집에서 사골을 고았던 적이 있죠.^^
http://jinny1970.tistory.com/1944
남편이 출장간 사이 사골국
닭 안에 들어있던 간으로는 경단을 만들어서 스프를 만드셨고, 로스트 치킨은 한 끼 식사로 하신 모양이고, 보통 한 마리를 구우면 4인분이 나오는데 왜 남편 몫만 가지고 오신 것인지..
내 배가 고팠다면 겁나 섭섭했을 시어머니의 1인분 식사지만..
오늘은 하나도 섭섭하지 않았습니다.
왜?
내 배가 부른 상태였거든요.
오늘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김치 볶음밥을 먹고 배부른 상태에 음식 배달을 하셨습니다.
정말 타이밍이 적절했습니다.^^
시어머니가 남편에게 가져 다 주신 스프 냄비와 로스트치킨을 담았던 프라이팬은 깨끗이 씻어서 문 앞에 다시 내놨습니다.
나중에 데워먹을 것도 아니고, 아들이 바로 먹을 것인데 왜 접시가 아닌 냄비와 프라이팬에 음식을 가져오신 것 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아들이 장을 봐다 준 것에 대한 감사함은 표현하신 거 같습니다.
“장을 봐온 것은 아들내외가 아니라 아들이 혼자 한 일이라 1인분인가?“
글을 쓰는 이 순간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네요. (정말?)
남편은 엄마가 만드신 음식(간경단 스프, 로스트 치킨)으로 한 끼를 먹었고,
나는 내가 한 음식으로 두 끼를 해결한 날입니다.
아점은 바로 만든 김치볶음밥으로 배부를 때까지 먹었고, 남은 건 다시 데워서 그 위에 파마산 치즈까지 뿌리고, 래디션(쪼맨한 무)까지 숭숭 썰어서 건강한 한 끼 식사를 했습니다.
오늘 시어머니의 1인분 식사에 대해서는 하나도 섭섭하지 않는데..
며느리가 있는걸 보고 가셔서 로스트 치킨을 1인분만 가지고 오신 이유는 궁금합니다.
음식이 부족했다면 한 말씀 하셨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네가 없는 줄 알고 닭을 반마리만 구웠다.”
결국 한 마리(4인분)를 구워야 남편 몫도 나올 수 있었을 텐데..
왜 시어머니는 나에게 로스트치킨에 대해서 한 마디도 안 하셨을까요?
시어머니가 로스트 치킨을 가지고 오셨을 때 배가 불러서 먹을 생각도 없었지만,
로스트 치킨 1인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궁금합니다.
“그냥 너희끼리 사이좋게 나눠먹어라!”
이런 생각이셨을까요?
“엄마, 왜 내 몫은 없어요?”
이렇게 물어 보는 것도 웃기고, 가끔은 헤아리기 힘든 시어머니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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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요새 계속 이어지는 슬로베니아 여행 영상입니다.
슬로베니아의 포스토이나 지역에는 여러개의 동굴이 있습니다.
그중에 작아서 별로 유명하지 않는 "피브카"동굴탐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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