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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올해도 기대되는 1유로의 기적

by 프라우지니 2020.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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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에 슈퍼에 장보러 갔다가 세일해서 1유로 남짓했던 유기농 바질화분을 샀었습니다.

 

단돈 1유로이니 화분에 물 주면서 자라는 바질만 먹어도 본전은 뽑는다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죽어가는 바질을 마당에 옮기겠다는 남편에게 핀잔을 주기도 했었죠.

 

“마당에 옮겨도 금방 죽을 거야. 몇 뿌리도 안 되는걸 뭐 하러 옮겨?”

 

우리 집 마당에 자라는 허브들은 이미 마당에 뿌리가 깊이 자리한 종류들이죠.

 

세이지, 라벤더, 애플민트, 민트, 로즈마리, 타임, 레몬타임 등등등. 이 녀석들은 1년 내내 마당에 있습니다.

 

종류에 따라서 겨울에는 완전히 사라졌다가 봄에 다시 잎을 피우는 녀석들도 있고, 겨울에도 여전히 씩씩하게 잘 버티는 녀석들도 있죠.

 

그 외는 매년 심어야 하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파슬리, 바질 같은 종류는 매년 새로 심어야 하죠.

 

매년 봄에 아빠가 파슬리, 바질 종류는 씨를 뿌려서 키우는걸 봐와서 그런지 화분에 몇 뿌리 안 되는 건 심어봐야 제대로 자라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남편이 화분을 마당에 옮길 때도 시큰둥했었죠.

 

 

 

이것이 작년에 내가 샀던 1유로짜리 유기농 바질 화분이었습니다.

창가에 놓고 물만 주면 한동안은 아주 잘 자라서 꽤 오랫동안 바질을 즐길 수 있었죠.

 

한동안 요리할 때 계속 잎을 이용했었고, 화분의 영양분이 다해지면 바질도 그저 그렇게 사라진다고 생각을 했지만 1유로의 값어치는 충분히 했기에 아깝지 않았죠.

 

창가에서 자라는 동안은 인테리어로도 한몫 톡톡히 하는 1유로의 행복이랄까요?

눈으로 보는 인테리어로 한몫하고, 샐러드나 요리에 바질을 이용하니 또 한몫.

 

그랬던 바질이 명을 다할 때쯤에 남편이 마당에 옮겨 심었던 바질. 저는 사실 기대도 하지 않았었습니다.

 

마당에 옮겨 심은 바질 옆에 남편은 루콜라, 고수 씨까지 뿌리고는 정성을 들였지만 저는 시큰둥했었습니다.

 

그저 가끔 물을 주는 정도만 했었는데..

내 생각과는 달리 바질은 정말로 대박이 났었죠.

 

몇 뿌리 되지 않는 녀석들은 숲을 이뤘고, 작년에는 따로 바질을 심지 않으셨던 시어머니도 우리 바질을 이용 하셨었죠. 너무 많아서 감당 안 되는 바질로 작년에는 바질페스토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단지 꽃이 피는 것을 막을 요령으로 잘라낸 줄기로 한 바질페스토였는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 집 냉동고에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바질화분을 샀습니다.

 

시시때때로 세일은 하니 올해도 작년과 같은 가격.

1유로짜리 유기농 바질 화분.

 

3월에 사서는 창가에 두고 물만 주면 어느 정도까지는 잘 자라는 바질 화분.

 

한 달 넘게 물만 주고 잎을 따먹다 보니 이제는 수명이 다해간다고 느껴질 때쯤 아빠께 살짝 운을 뗐습니다.

 

아빠는 올해 마당에 파슬리를 심하게 많이 심으셨습니다.

파슬리가 건강에 좋다는 뭔가를 읽으신 것인지..

 

마당에서 아빠를 만나면 보통 대화시간은 30분.

 

아빠는 마당에서 며느리를 만나면 그냥 보내지 않으시고 , 마당에 데리고 다니시면서 이런저런 것들을 보여주시고 설명까지 해주시죠.

 

조만간 이런 영상이 하나 올라갈 거 같은데요.

(지금은 편집하다가 자막을 너무 많이 넣어야 해서 접어놓은 상태^^;)

 

마당에 카메라를 들고 있는 며느리를 보신 아빠가 며느리를 데리고 마당의 이곳저곳을 다니셨습니다.

 

며느리가 영상을 촬영하는걸 아시니 일부러 그러신 거죠.

 

며느리가 영상을 찍는데 당신도 함께 하고 싶으셨나 봅니다.

며느리가 얼굴을 촬영을 안 하는걸 아시니 목소리만으로 출연하셨습니다.^^

 

 

 

말씀 중에 하시는 말씀!

 

“올해는 바질을 심지 않았다.”

 

아빠는 올해 유난히 많은 비트와 상추를 심으셨습니다.

 

비트는 봄에 심으면 가을까지 쭉 있고,

상추는 여름 상추라 여름이 끝나면 늦은 샐러드로 심으시게 되죠.

 

바질을 안 심으셨다고 하시니 한 말씀 드렸습니다.

 

“아빠, 저 바질 화분 사놓은 거 있는데, 그거 작년처럼 마당에 옮겨서 심을까요?”

 

이렇게 말씀드려서 내 의도를 전한 거 같은데 아빠가 하시는 말씀.

 

“마당에 공간이 없다.”

 

바질을 심을 자리는 없다고 하신 거죠.

 

작년에 우리가 옮겨 심은 바질이 얼마나 풍성한지 보셨는데... 바질이 얼마나 풍성한지 궁금하신 분은 오늘 아래에 달리는 영상을 보셔야 할 듯.

 

정말 1유로의 바질이 그 10배 아니 그 이상의 열매를 맺었었죠.^^

 

그날 저녁에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죠.

 

“남편, 아빠가 올해는 바질을 따로 안 심으셨다고 해서 내가 우리 집 바질 화분 마당에 심으면 어떠시냐고 여쭤보니 바질 심을 공간이 없다고 하셔.”

“....”

“올해는 바질을 못 심을 거 같아.”

“.....”

 

 

 

 

아빠가 싫다고 하시니 더 이상 기회는 없는 줄 알았었는데..

퇴근하는 며느리를 마당에서 불러 세우신 아빠가 한 말씀 하십니다.

 

“테오가 마당에 바질 옮겨 심었다.”

 

남편이 마당에 바질 화분을 옮겨 심었네요.

그걸 아빠가 며느리에게 알려주십니다.

 

몇 포기 안 되는 바질이지만 이 바질은 올해도 풍성하게 1유로의 기적을 만들어 내겠죠.^^

집에 들어가서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아빠한테 뭐라고 했어? 바질 밖에다 심었네.”

“뭘 뭐라고 해? 바질 심을 땅 달라고 했지!”

“내가 아빠한테 바질 화분 옮겨 심자고 했을 때는 땅이 없다고 하셨는데..”

“말을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해? 그냥 땅을 달라고 해야지.”

 

며느리가 땅을 달라는 거랑 아들이 달라는 거랑은 다르고,

아들과 며느리가 땅을 달라는 방법은 조금 달랐죠.

 

며느리는 “바질 화분을 마당에 옮겨 심는 것이 어떠시냐?” 했었고,

아들은 대놓고 “바질 심게 땅을 줘!”

 

왜 나에게는 없다던 땅이었는데 남편에게 줬냐는 마눌의 말에 남편이 한마디.

 

“바질 심을 땅을 달라고 하지 않았잖아.”

“바질 화분을 마당에 옮겨 심으면 작년처럼 잘 자랄 거라고 했거든?”

“그렇게 말하니 못 알아듣지, 그냥 땅을 달라고 했어야지?!”

 

남편의 말대로 아빠는 며느리가 말하는 것을 이해 못 하셨던걸까요?

그러셨다면 며느리에게 마당에 바질 옮겨심은 걸 일부러 말씀 하시지 않으셨을텐데..

 

아빠는 며느리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셨고, “대놓고 달라고 안하니 안주셨던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며느리의 마음입니다.

 

과정이 어땠던 간에 바질은 다시 마당으로 이사를 했고, 뭐든지 잘 자라는 아빠의 마당에서 우리의 바질은 또 풍성한 기적을 만들어 내리라 믿습니다.

 

올해도 넘치는 바질로 페스토를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를 하면서 자주 봐주고, 자주 물을 주는 정성을 들여 봐야겠습니다.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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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오늘의 이야기와 아주 관련이 깊은 바질입니다.

넘치게 자라서 처치 곤란한 바질을 처리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던 바질페스토였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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