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인 10월 9일에 나는
오스트리아 시민권을
받았습니다.
내 국적을 바꾸는 날이
하필이면 한글날이라 마음이
조금 싱숭생숭 했었죠.
오스트리아 시민권 취득에
필요한 시험에 합격하고,
수수료 1909유로를 납부하고
받은 안내문에서는 시민권 수여식에
꼭 두가지를 지참 하라는데
그것은 바로 내 남편과 내 비자.
시민권을 받으면 나는 더 이상
외국인이 아니니 내가 사용하던
비자를 반납하라고 하는 건
이해를 하겠는데 내 남편은 왜?
남편을 꼭 지참해야 하는 이유는
시민권을 받는 중에 알게 됐죠.
내 남편은 내가 오스트리아
시민권을 받는데 꼭 필요한
조건이었나 봅니다.
내가 시민권을 발급받는
절차(?)중에 우리 부부는
여전히 부부로 잘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받았었죠.
농담 섞어서 “안타깝게도
17년째 우리 부부는 아직도
함께 살고 있습니다.”
했더니만 자신은 결혼
25년차라고 하면서 그 마음
이해가 된다고 했죠.
아시죠?
결혼생활이 길어지면 서로가
웬수처럼, 남남처럼 한 집에 살죠.
싸울 때마다 “내가 너랑
안 살고 만다.”하지만 말대로
끝을 보는 부부는 많지않죠.
우리부부의 결혼생활 외에
나의 범죄사실이 있는지를
다시 물어왔고, 그후에는
오스트리아 시민권을 받기 전
서약서를 읽는 것을 끝이 났죠.
위의 내용을 대충 직역해보면..
나는 진정한 시민으로서
오스트리아 공화국에 속할 것이며,
오스트리아의 법률을
양심적으로 존중할 것이며,
공화국의 이익과 명예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모든 일을
삼가할 것이며, 유럽 민주주의 국가와
그 사회의 기본가치를 지지합니다.
이 서약을 할 때 오스트리아
국가를 틀어준 것을 봐서는
이것은 우리나라의 국기
계양식때마다 나오는
“나는 자랑스러운 국기 앞에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뭐 이런 분위기였습니다.
이 서약을 마치면
누런 종이 한 장을 받죠.
나는 그 누런 종이가
“오스트리아 시민권”인줄 알았는데,
시민권 이 아닌 시민권을
부여 한다는 통지서였습니다.
불편하게도 나는 “시민권
부여 통지서”와 함께
출생증명서, 결혼증명서,
거주증명서, 신분증과 함께
현금 44.60유로를 들고
내가 속한 동사무소(같은 관청)에
가야 정말 오스트리아
시민권 증명서를 받게 되는 거죠.
참 많이 불편한 오스트리아의
행정 제도입니다.
이왕에 주는 거 그냥 시민권
증명서를 주지 왜 불편하게
통지서를 발급 하는고?
재미있는 건 VIP서비스도 아닌데
나는 혼자서 오스트리아
시민권 수여식을 했습니다.
나는 나와 함께 귀화 시험을
봤던 사람들이랑 단체로
수여식을 할 줄 알았고,
남편도 그런 줄 알고 그날
휴가까지 내고 평소에는
안 신던 검정 구두까지 챙겨서
신고 갔었는데,
우리는 작은 사무실에서
1인 시민권 수여식을 했죠.
왜 단체로 수여식을 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단체로 하면
안 오는 사람들도 있고 해서
매번 추가로 여러 번 하는
상황이라 개인 면담처럼
그냥 개별적으로 불러서
수여한다고 하네요.
사무실에서 간단하게
수여식을 하고 나오니
남편이 섭섭했는지 연방정부
건물 앞에 세우더니
“시민권 부여 통지서 위로 올려!”
하고는 한 컷 찍었습니다. ㅋㅋㅋ
남편은 휴가까지 낸 날인데
15분도 채 걸리지 않고
끝나버린 수여식을 마치고
우리부부는 독일쪽으로
자전거 나들이를 갔습니다.
오스트리아 귀화 기념
극기훈련인지 독일의
파사우까지 왕복 90km를
6시간 동안 달리면서
오후를 보냈죠.
그냥 집에 있었으면
나의 상실한 한국
국적 때문에 심난했을텐데,
열나게 페달을 밟으며
6시간을 보내고 나니 잡생각
할 시간이 없어서 좋았던
하루였습니다.
내 국적은 이제 오스트리아인데
나는 여전히 몸도 마음도
한국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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