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Schnäppchen Jäger
슈냅헌 얘거”입니다.
이 단어는 저렴하게
물건을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독일어죠.
미국의 경우는 여기저기서
오려낸 쿠폰으로 이중,
삼중 할인을 받아 거의 거저에
가깝게 상품을 구매하던데
아쉽게도 내가 사는 오스트리아는
그렇게 무자비한 할인은 없고
운이 좋다면 반값 정도에
구매가 가능하죠.
이쯤에서 독일어 “슈냅현얘거”의
뜻을 알려드립니다.
“특가 사냥꾼은 일반적으로
평소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기
때문에 가격 대비 좋은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을 찾는 사람입니다.”
여러 상점에서 구매자를
모을 목적으로 내놓은
미끼 상품을 골라서 저렴하게
사는 사람이라는 이야기죠.
물론 이것도 여러가지
조건이 맞아야 하는 일입니다.
일단 시간이 많아야 하죠.
좋은 물건 할인이라면
가게가 문 여는 시간에
맞춰가야 내가 원하는
물건을 구할 수 있고,
할인 품목이 다른 슈퍼마켓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거든요.
5분 거리에 있는 슈퍼마켓인데
같은 물건을 한 곳에서는
2유로에 팔고, 다른 곳에서는
1유로에 판다면 당연히 1유로에
판매하는 곳을 찾는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저렴한 한 두개의
물건 때문에 슈퍼마켓 두 군데를
들릴 시간이 없으니 비싸도
그냥 2유로에 판매하는 곳에서
한꺼번에 장을 봅니다.
가끔 남편이랑 장을 보러 가면
남편도 비싼걸 알면서도
물건을 사는 편이죠.
그럴 때면 나는 두손들어
결사 반대합니다.
“내일 내가 다른 슈퍼에 가면 반값에
살수 있으니 굳이 여기서
살 필요는 없어.”
이 말이 통할 때도 있고,
안 통할 때도 있는데,
통하지 않으면 장보는 내내
입을 대빨 내밀고 남편 뒤를
따라다닙니다.
저렴하게 살수 있는데 비싸게
사는 남편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있고, 남편이 내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하니
심통이 나는 거죠. ㅠㅠ
시간 많은 내가 자주 하는 것은
슈퍼마켓마다 저렴하게 파는
물건들을 필기한 후에
그걸 들고 동네에 있는 슈퍼마켓
3군데를 들러서 골고루 물건을 사죠.
한국은 모르겠지만 유럽은
두 종류의 양배추가 존재합니다.
하나는 납작해서 심지도
별로 없는데, 하나는 수박처럼
둥근 형태로 심지가 양배추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무엇보다 매운맛이 나죠.
김치도 둥근 양배추로 하면
두꺼운 심지 때문에 맛도
없는 거 같고, 김치가 익을 때까지
김치 양념과 따로 노는 양배추의
매운맛까지 느낄 수 있죠.
사실 양배추로 담아놓은 김치는
아직 있는데, 납작 양배추가
반값 세일을 하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죠.
그래서 오전 11시경에
동네 한바퀴를 도는 김에
슈퍼마켓에 들렸는데
미끼 상품이라 양배추는
이미 거덜난 상태.
보통 세일전단지에 나오는
미끼 상품은 금방 동이 나니
매일 조금씩 내놓는 편인데,
이나마도 세일 첫 날만 있고
그 이후로는 볼 수 없기도 하니
카운터에 물어봤습니다.
내일 아침에 다시 나올거라는
말을 듣고 그 다음날
슈퍼마켓이 문을 여는
7시 40분에 맞춰서 갔습니다.
“1kg에 69센트이니 3kg정도를
사도 2유로면 충분하겠다.
더 살까?
내가 너무 많이 사면
양배추가 금방 동 날 텐데..”
가는 길에는 이런 걱정까지 했었죠.
하필 다음 날은 비가 와서
(자전거는 못 타니)
우산까지 쓰고는 걸어서
20분정도 걸리는 슈퍼에
도착을 했는데, 슈퍼에
들어가기 전에 밖에서 보니
야채 코너에 양배추가
보이지 않습니다.
안에는 직원들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기에 조금만
기다리면 양배추가 나올까
싶어서는 밖에서 내내
야채 코너는 째려보는데
양배추는 나오지 않고!
그렇게 10분 정도 밖에 있다가
슈퍼 안에 들어가 보니
야채 코너의 있어야 할
“할인 양배추의 가격표”가
아예 없어졌습니다.
어제 직원의 말과는 달리
양배추는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증거였죠. ㅠㅠ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면
멀지 않는 길이니 없어도
그만 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비도 오는 날이라 우산까지 쓰고,
슈퍼마켓 문 여는 시간까지
맞춰서 걸어갔는데 물건이
없다니 낭패였지만 그래도
“운동했다”고 생각하자며
내 자신을 위로했죠.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다른 슈퍼에 들렀습니다.
단감은 할인할 때 10개나 사서
아직도 집에 몇 개가 있지만,
할인 가격이 써있으니
그냥 지나치면 섭섭해서
감 3개를 골라서 계산을
한 후에 영수증을 보니
감 가격이 이상타!
단감은 분명히 39센트
가격표를 달고 있었는데,
영수증에는 정가인
79센트가 찍혀있습니다.
후딱 카운터에 가서
“가격이 다르다”하니
“세일이 끝났다"나 뭐라나!
세일은 어제까지 였는데,
직원들이 세일 가격표를
떼지않고 그대로 뒀던 거죠.
39센트에 사도 작다 싶은
크기의 단감인데 그 두배인
79센트라면 절대 살 일이 없죠.
그래서 얼른 환불을 요구하니
카운터 직원의 한마디.
“식료품은 환불이 안된다.”
내가 집에 가지고 갔다가
온 것도 아니고, 방금 옆
카운터에서 계산을 끝낸
단감 임에도 “환불 불가”를
외치니 어쩔 수 없었고,
직원에게 “단감에 할인 가격이
그대로 붙어있으니 나 같은
사람이 생기지 않게 떼어내라”는
것으로 마무리 했죠.
환불이 안된다고 해도
“왜 안돼!”하면서 억지를 부린다면
환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랬다가는 나는
무식한 진상 외국인이 되니
매일 가는 슈퍼마켓에서
찍히느니 아깝지만 나는 그냥 내돈
1.20유로를 손해보는 것을
선택했죠.
이 날은 운수가
나쁜 날이었습니다.
내가 운이 좋았다면
슈퍼마켓 오픈 시간과 동시에
들어가서 할인 품목인
양배추도 샀을테고,
내가 운이 좋았다면 할인 기간을
끝낸 단감이 다시 정가
가격표를 붙이고 있어서
내가 사지 않았을 텐데..
평소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을
두 번이나 겪고 보니
이날은 나에게 잘 일어나지
않는 운수 나쁜 날이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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