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출근하는 남편들은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는
마눌이 아무것도 안하고
자신이 벌어다 주는 돈이나
쓰면서 하루 종일 논다고
생각한다지만 이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죠.
회사에서 일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남편들과 마찬가지로
마눌도 집에서 일하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회사처럼 받는 월급은 없지만,
그래도 쉬는 시간없이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것이 바로 집안 일이죠.
나도 근무가 없는 날은
집에서 하루를 보내지만,
그렇다고 하루를 놀면서
보내는 건 절대 아닙니다.
오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 슈퍼마켓을 돌면서
“오늘의 세일 상품”을
싹쓸이 해와야 매일 출근하는
남편의 런치 박스에 다양한
과일들을 채워줄 수 있죠.
혹시나 슈퍼마켓에서
떨이하는 야채와 과일들을 담은
3유로짜리 박스를 만난다면
이것으로 나의 오후시간을
보내야 하죠.
3유로짜리 떨이 박스는
대충 4.5kg정도의 야채와
과일들이 담긴다고 하던데,
대부분을 팔다가 남은 시들한
야채와 과일들이죠.
3유로짜리 야채 박스가
나름 인기가 있는 이유는
박스 안에는 제법 다양한 것들이
담겨있어, 한번에 다양한
야채와 과일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죠.
https://jinny1970.tistory.com/3867
처음에는 3유로만 내면
그 두배에 값어치가 있는
야채와 과일들을 살수
있어서 제법 인기가 있었는데,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죠.
3유로 박스가 잘 팔려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갈수록 박스 안의 야채나
과일은 내용물도 형편없었고,
나중에는 3유로의 값어치도
안되어 보이니 굳이 시들해진
야채나 과일들을 살 필요는 없었죠.
그래도 3유로짜리 박스들이
보이면 가끔씩 들여다보기는
했지만 한동안 집에 가지고
오는 경우는 없었는데,
간만에 맘에 드는
박스를 만났죠.
3개의 박스에는 제법
다양한 것들이 담겨있었지만,
그 중에 나의 선택을 받은 것은
블루베리, 양송이에
꽈리고추까지 다양한 것들이
담겨있는 것이었죠.
이 박스를 만나기 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식재료들이라
이것들로 뭘 할지 약간의
고민이 되기는 했지만
있는 재료 몽땅 넣어서 만드는
나만의 국적불명 요리가
나름 맛도 있으니 굳이
망설일 필요없이 챙기기.
일단 박스 안에는 양송이,
꽈리고추, 블루베리가
통째로 들어있고, 그 외에 가지,
바나나, 당근에 배!
이것이 끝이면 섭섭하겠죠?
큰 덩어리들을 옆으로
빼놓고 보니 아래로
보이는 자잘한
것들도 꽤 됩니다.
사과, 복숭아, 프럼, 토마토,
레몬에 방울토마토까지.
사실 프럼이나 토마토는
집의 마당에서도 넘쳐나지만
마당에서 나는 건 시아버지가
키우신 그분의 것이니
갖다 먹는 것이 살짝 눈치가
보이지만 3유로짜리 박스 안에
들어있는 건 빨리 처리해야하는
식재료이니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요리를 할수 있죠.^^
3유로 박스를 가지고
집에 오면 나는 이걸로
나의오후 시간을 보냅니다.
박스와 씨름하다 보면 벌써
남편이 퇴근할 시간이 되거든요. ㅠㅠ
박스 안에 있는 식재료 중에
나의 선택을 받은 첫번째는
가지와 양송이.
가지를 보자마자 생각이 났던
요리가 바로 “무사카”였거든요.
무사카는 그리스의 “라자냐”인데
층층이 밀가루 판때기를
대신에 소금에 절인 가지를
층층이 쌓아서
오븐에 굽는 요리죠.
냉동실에 만들어 놨던
볼로네제 소스도 있겠다,
쓰다가 남은 라쟈나 판때기도
있겠다 가지 썰어서
소금에 절여 놨다가 이렇게
무사카로 처리했습니다.
아! 라자냐를 만들 때는
볼로네제 토마토 소스와
베사멜 소스가 필요한데
버터에 밀가루와 우유를 넣어서
베사멜 소스를 만들 때는
양송이를 송송 썰어서
양송이 베사멜 소스를 만들어
라자냐 층층에 쏟아 부었죠.
가지가 들어간 무사카&라자냐는
저녁에 퇴근한 남편의
한끼로 갖다 바쳤습니다.
간만에 먹은 라자냐가
맛이 있었는지 남편은 다음날도
라쟈나로 저녁을 주문하셨드랬죠.
라쟈나 옆에 놓인 사이드
메뉴는 박스 안에 있던 것들
중에서 당근, 레몬,
방울토마토를 이용했죠.
당근으로는 요새 유행하는
당근샐러드인 당근라페를.
방울 토마토는 데쳐서
껍데기 훌러덩 벗겨서
드레싱이 담가 놨다가 곁들였죠.
레몬은 짜서 당근라페와
방울토마토에 식초 대신
사용했습니다.
꽈리 고추는 멸치와 함께
볶는 것이 왔다인데
우리 집에 있는 유일한 건어물이
북어포라 잘게 썰어서
북어포와 볶아서 밥 반찬으로
만들었습니다.
여기서는 바비큐 할 때
구워먹는 용으로 나오는
고추인 모양인데, 건어물과
함께 볶아 먹는 용 말고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나는 그냥 볶음에 넣었죠.
이제는 건어물이 없는데
다음에 또 꽈리고추를
만나게 되면 어떤 요리로
승화를 할지 고민이
필요하지 싶습니다. ㅠㅠ
혹시 나머지 재료들로
뭘 했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살짝 공개하자면
블루베리와 프럼은 썰어서
냉동고에 얼려 놨다가
우유와 그릭요거트를 넣어서
갈아 건강한 그릭요거트
과일 샤베트를 만들어 먹었죠.
3유로 박스를 업어오면
남편이 집에 오기 전에
후다닥 처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스릴도 있지만,
나의 하루를 보람차게
보내는 방법이기도 해서
나는 3유로 박스들이
보일 때마다 내 맘에
드는 재료들이 있는지
기웃거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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