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미는 벼룩시장.
지금까지는 헐값에 팔리는
물건을 살 수 있는 “벼룩시장”이
취미라고 인식하지 못했었는데,
최근에 잡지에 실린
오스트리아의 한 유명인
인터뷰에서 “벼룩시장”이
취미도 될 수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 유명인은 당당하게 취미란에
“벼룩시장”이라 쓰고 있었죠.
그래서 나도 앞으로는
“벼룩시장”이 나의 취미라
주장할 생각입니다.
보통의 벼룩시장이라고
하면은 남들이 사용하던
물건들이나 골동품 같이
오래된 물건들을 사고
파는 것이라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주로 이월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는 이것을
벼룩시장이라 하죠.
저렴한 이월상품은
내가 다니는 쇼핑몰이나
슈퍼마켓의 구석을 잘 찾아보면
뜻밖의 것들을 만날 수 있어
재미와 스릴이 상당한 요즘
저의 취미생활입니다.
이 물건들은 슈퍼마켓의
이월상품 코너를 갈 때마다
두어 번 봤었는데,
처음에는 내 취향이 아니라
그냥 지나쳤었죠.
나는 란제리 잠옷을 입지도 않고,
나이트 가운도 얇은 면
원단이 아닌 두툼한 극세사
가운을 입고 있거든요.
내 입맛과는 멀어도 너무
먼 제품이니 가격이 싸다고 해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아서
그냥 보기만 했었는데,
어느 날 내가 매번 지나치던
이 물건을 집으로 사 들고
오는 일이 발생했죠.
이 물건을 사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나중에 공개하겠습니다.^^
마눌이 사온 란제리 잠옷을 보고
남편은 그야말로 깜짝 놀랬죠.
지금까지 자신이 봐온
마눌의 취향과는
멀어도 너무 멀었거든요.
결혼하고 17년이 넘도록
마눌의 취향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긴 원피스형 면 잠옷을
주로 입었는데, 가슴팍에
루돌프가 있는 것도 있었고,
그외 TV 만화 캐릭터
라던가 조금은 웃기는 그런
종류들을 주로 입었죠.
지금까지는 저렴하게 사서
“입다가 버리고 또 사서 입지”
생각이었으니 잠옷에
돈을 투자할 생각을
하지도 않았었죠.
루돌프 잠옷도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샀던 이월 상품이었는데
나는 (가슴팍에 루돌프가 그려진)
크리스마스 상품을 1년내내
침대로 갈 때 입었었죠.
같은걸 2개 샀었거든요. ㅋㅋ
그러다 어디선가 “부자들은
좋은 잠옷을 입는다”라고
읽은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유야 어찌됐건
내 생전 처음으로 사 들고 온
야한 란제리 잠옷이죠.
가슴팍에 코가 입체적으로
튀어나와 있던 루돌프를
달고 다니던 마눌이 어느 날
가슴이 다 비치는 섹시한
란제리 잠옷을 사 들고 왔으니
남편은 얼마나 놀랐을까요?
아시죠?
마눌이 샤워하는 것도
무섭다는 남편은 중년.
중년이 되며
부부는 건전해집니다.
손을 잡고 잘 때도 있지만,
서로 “잘자”라는 말 한마디를
던져놓고 서로 등 돌리고
잠을 청하죠.
내가 란제리 잠옷을 사온
이유는 원가에 비해서 저렴해도
너무 저렴한 가격
때문이었습니다.
40유로짜리를 단돈 5유로에
살 수 있다니
단번에 35유로를
버는 느낌이었죠.
사실 평소에는 봐도 눈길도
안 주던 물건을 집어 들었던 이유는
슈퍼마켓의 세일 때문이었죠.
https://jinny1970.tistory.com/3971
양말을 사면서 확인했던
침구류&의류 25% 할인 기간.
5유로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25% 할인해서
3.75유로가 되면
또 마음이 달라지죠.
정말 좋은 제품 헐값에
산다는 기분이 팍 드는 것이
얼른 들고 와야 할거 같았죠.
그래서 25%할인에 눈이 멀어
얼른 집어 들었던 란제리형 잠옷.
얼떨결에 함께 따라온
회색 면 나이트 가운은
사실 란제리와는 매치도 안되는
전혀 상관없는 제품이었는데,
란제리 잠옷과 나란히 걸려
있다가 따라온 녀석입니다.
솔직히 란제리 잠옷만 입고는
현관문 열기 민망하니
그 위에 입을만한 뭔가가
필요도 했었고 말이죠.
정가 49.99유로인데
단돈 5유로라니 그냥 놓고
올 수가 없었고,
이 녀석도 마찬가지로
25%할인까지 노린다면
단돈 3.75유로가 되니 거저 주어
오는 거 같은 기분도 팍팍
들어서 기분 좋게 두 녀석을
계산대로 가지고 왔었는데
여기서 제가 아주 큰 실수를
했었습니다.
나에게 양말 25%할인을
적용해 주셨던 착한 캐셔
아주머니가 계신 쪽으로
가야했는데,자꾸 가면 미안해서
다른 카운터에서 계산을 했더니만
이 아주머니는 “이건 25%
할인이 안되는 제품”이라면서
그냥 정가로 계산하시네요. ㅠㅠ
25%할인까지 생각해서
집어 들었던 물건들이라
추가로 할인을 못받은건
섭섭했지만 좋은 제품 2가지를
10유로에 구매했으니
억울하다 생각하지는
않기로 했죠.
처음 입어봤던 란제리 잠옷이
처음에는 쪼매 그랬습니다.
일단 샀으니 입어야 하는데,
면 원피스 잠옷에 적용된
몸이라 처음에는 란제리
잠옷 원단의 느낌도 낯설고
거기에 살도 조금 비치니
나도 조금 거시기 한데
이걸 입는 나보다 보는 충청도
(성격의) 남편이 더 난리였죠.
처음에는 빨리 다른 걸로
갈아입으라고 난리를 쳤었고,
그 다음에는 란제리 잠옷을
입은 내 어깨에 자꾸 뭔가를
덮어주려고 했었죠.
마눌이 샤워하는 소리만
들어도 무섭다는 중년인데
란제리 잠옷까지 입고
등장을 하니 정말로 공포에
사로잡혔던 것인지…ㅋㅋㅋ
요즘은 계속 봐서 그런지
마눌이 란제리 잠옷을 입고
방은 누비고 다녀도 별로
신경이 안 쓰이는 모양입니다.
요새는 “갈아입어라”하지도
않고, 뭘 덮어주려고
하지도 않죠.
역시 반복해서 보니
익숙해져서 지금은
무감각해진 모양입니다.ㅋㅋ
처음에 입기가 힘들었지
자꾸 입어보니 란제리 잠옷이
생각보다 편하고 또 피부에
감기는 감촉도 좋아서 아주
잘 샀다 생각하는 제품이죠.
저는 요새 슈퍼마켓을 가면
이 란제리 잠옷을 주어 왔던
그 코너를 매번 들립니다.
품질 좋은 란제리 잠옷을
또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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