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양한 인종, 다양한
연령대의 동료들과 일을 합니다.
동료 중 대부분은 현지인이고
그외 독일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외국인 동료도 있는데
그들 대부분은 전 유고
슬라비아 연방이 전쟁을 할 때
유럽 쪽으로 온 난민의
후예들로 이민 1,5세대,
2세대들이라 독일어를
모국어 같이 구사하는데..
같은 (유고슬라비아) 언어를
사용해도 지금은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세르비아 등
제각각 다른 국적을
소지하고 있는 동료들이죠.
이민 1,5세대로 독일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크로아티아 출신 동료, J.
같이 근무하는
기회가 드물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운 동료죠.
언젠가 지층 근무를 할 때
어르신들의 식사 메뉴를
신청해야 하는데
독일어로 의사소통이 안 되던
보스니아 할매의 메뉴를
적는 것은 불가능해서
의사소통이 가능한 동료,
J에게 부탁을 했더랬습니다.
보스니아 할매는 오래전에
계셨던 분이십니다.
https://jinny1970.tistory.com/3652
아시다시피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는 같은 혹은
비슷한 언어를 사용하니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해
부탁을 했었죠.
“J, 이따 시간이 나면
지층에 잠깐 내려올 수 있어?
보스니아 할매 메뉴를
적어야 하는데 너도 알다시피
할매가 독일어를 못 하시잖아.
부탁해!”
오후쯤에 내려와서
할매의 식사 메뉴를 적어
나에게 내밀며 J가
요구한 건 수고비.
근무가 없는 J를 일부러 요양원으로
불러서 부탁을 했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날 J도 근무가 있었고,
같은 병동 근무중 잠시 지층에
내려와서 5분 정도
주문을 받은 건데
나에게 돈을 내놓으라니..
농담 같지만 농담이 아닌
표정으로 말하는 J의
요구가 당황스러웠죠.
자신의 수고를 감사하는 건
부탁을 한 측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농담이라도 돈 이야기를
하는 건 조금 아닌디..
자신이 근무하는 병동에
독일어가 불편한 할매를
자신의 모국어를 사용해서
도와드린 것인데 그것을
부탁한 나에게 돈을 내놓으라니.
돈 대신에 사무실에 있던
초코릿을 그녀의 손에
안겨주고 거래는 끝을 냈는데,
그때부터 J가 조금은
다르게 보였습니다.
그후에도 J를 근무중 자주 봤고,
함께 근무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했지만,
서로 마주 앉아 개인적인
대화를 하는 것은 아니니
어느정도 거리는 유지했었죠.
엊그제 같이 근무하게 된
J가 뜬금없이 나에게
질문을 해왔습니다.
“그..기미가 뭐야?
요새 한국 드라마를 보는데
많이 나오더라.”
그녀가 말하는 것은
김치인 듯 하고,
그녀는 요새 넷플릭스로
한국드라마는 보는 모양이었습니다.
한국 드라마에 엄청, 자주
식사 장면이 나오고 거기에
김치가 나오는데
그것이 내내 궁금했는지,
요양원내 유일한 한국인이고
그녀가 아는 유일한 한국인일
나에게 물어온 거죠.
김치를 설명하려면
일단 심호흡을 해야합니다.
김치는 한마디로 맛을
표현할 수 없거든요.
“일단 김치는 다양한 야채로
만들 수 있는데 그중 가장
흔하게는 배추로 만들고,
발효를 시킨 건데,
맛은 얼마나 숙성했는지에
따라서 달라져.
금방 담근 건 샐러드처럼
아삭하고 매운데, 익어가면서
신맛이 나면 매운맛이
줄어들지..”
설명을 해도 이해는
못할테고 마침 집에 담궈놓은
김치가 있으니 물어봤죠.
“집에 배추는 아닌 양배추로
담은 김치가 있는데
조금 갖다 줄까?
생김치가 아니라 이미 숙성이
된 김치라 시큼할 텐데..”
공짜로 준다는데
마다할 인간은 드물죠.
집에 담궈 놓은 양배추 김치는
양배추가 반값 세일을 하길래
신 김치를 만들려고
만들었던 것인데 들어간 재료는
양배추, 사과, 마늘, 양파,
소금, 젓갈, 고추가루만 들어갔죠.
일단 준다고 말을 했으니
김치를 주기는 해야겠는데
얼마나 줘야하나
고민스러웠습니다.
자신이 돈 주고 산 김치라면
한입 먹어보고 자신의
입맛이 아니라고 해도
버리기는 아까우니 어떻게든
먹겠지만 공짜로 받은 건
별 생각없이 버릴 수 있죠.
입에 안 맞으면 버릴 텐데
그럼 너무 아까울 거 같지만
그렇다고 너무 조금 주면
그건 또 너무 얌체같은 거 같고!
내가 식사를 하면 2번 정도
먹을 분량을
유리병에 담은 후에
혹시 냄새가 샐까 싶어
비닐봉투에 둘둘 말아서
그녀가 근무한다던 날을
선택해 일부러 요양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전해줬죠.
나중에 근무 때 만나면
주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김치가 지금과는
또 다른 맛일 테니 나는
조금 수고스럽지만
큰 유리병에 있는 김치를
작은 병으로 옮겨 담은 중이라
그녀 몫도 덜어 담은 후에
갖다 준 거죠.
김치를 가지고 일부러
요양원까지 찾아왔는데
내가 가져간 김치를 두 손으로
받는 대신에 “사무실에
놓고 가!”하던 그녀.
뭐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점심시간이 끝난
직후라 방마다 요거트 디저트를
나눠주고 있는 중이라
내 앞에 와서 내 김치를
직접 받을 수 있었음에도
“거기 놓고 가!”하는 그녀의
태도가 조금 거슬렀죠.
나는 그 김치를 주겠다고
집에서 수고스럽게 자전거까지
타고 10분넘게 달려서 왔는데,
자신은 30초면 내가 주는
김치를 받을 수 있음에도
무성의하게 놓고
“그냥 놓고 가라”니
내 김치와 거기까지 달려간
내 정성이 너무 홀대 받는 거
같아서 괜히 준다고 했었나?
싶었습니다. ㅠㅠ
그리고 며칠 후
J를 근무중 만났지만,
그녀는 내 얼굴을 봤음에도
내가 준 김치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맛이 없었다고 해도
일단 김치를 준 사람에게
일단 “잘 먹었다. 고맙다.”
정도는 예의로 해야하는
말인데..
내가 먼저 물어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혹시나
그녀의 입맛이 아니었다면
버렸을지도 모르는데
그럼 그녀가 무안할 까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그녀가 김치를
물어왔을 때 “슈퍼마켓에 가면
있어.”했으면 좋았을 것을..
한국의 김치에 관심을 보이는
그녀가 고마워서 내 김치를
선뜻 나눠줄 생각을 했던 것인데,
이번에도 나는 안해도 되는
일을 한 거 같아
후회스럽습니다. ㅠㅠ
앞으로 그 누가 한국에 대해,
김치에 대해서 물어봐도
나는 모른 척 해야할 거
같습니다.
내가 아무리 한국인라도 해도
한국에 대해서
다 아는 건 아니니
“궁금하면 인터넷에서
검색해봐!”하는 것이
더 나을 거 같고!
내 입맛에 맞는 내 김치보다는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
수출한 종가집 김치가
처음 김치를 접하는
외국인들에게는 더 나은
맛일 테니 “네 돈 주고 사 먹어”
가 더 좋을 거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돈 주고 사먹는
음식이 공짜로 얻은
음식보다는 그 값어치가
더 나가니 아무래도 더
맛있게 느껴질 수 있겠죠?
앞으로 나는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J와는
거리를 두고 앞으로 어떠한 것도
제공(?)하지 않는 태도를
취할 예정입니다.
그것이 내 정신건강에도
좋으니 말이죠.
그녀에게 김치를 줬는데
아무런 피드백을
못 듣고 있는 것이
은근 스트레스인데,
이것도 내가 괜히 김치를
주겠다고 해서 일어난 일이니
내가 감당합니다. ㅠㅠ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오스트리아 >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양보호사인 내가 받은 팁 10유로 (10) | 2024.10.15 |
---|---|
나 혼자 간다, 회사 야유회! (10) | 2024.10.07 |
내 동료들이 놀란 나의 수박 깍두기 썰기. (8) | 2024.09.09 |
내가 앞으로 일해야 하는 기간, 26개월 (10) | 2024.09.07 |
나에게 어울리는 유니폼 색을 골라주세요. (33) | 2024.08.28 |
나는 9년간 몰랐던 우리 병동의 차별들 (34) | 2024.08.12 |
퇴근 후 생각이 많은 날 (39) | 2024.08.06 |
내가 당한 것이 직장내 가스라이팅? (26) | 2024.07.31 |
말기암 환자를 대하는 태도. (28) | 2024.07.16 |
나는 고참이 되어가는 중 (34) | 2024.06.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