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오스트리아의 요양원에서도
입주민(어르신)의 보호자들이
자주 방문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요양원
직원들에게 적대적인데,
그걸 적당히 포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놓고 직원들을 노려보고
따지는 사람들도 있죠.
“내가 못 모시는 내 부모를
당신들이 섬겨줘서 고맙다.”라고
생각하는 보호자 보다는
“내 부모가 내는 돈이 얼만데,
이따위로 간병을 하냐?”는
생각이니 고운 눈으로
직원들을 보지 않죠.
직원들은 직원들 대로
최선(을 다하지 않는 인간도
있지만..)을 다하고 있습니다.
나 혼자서 어르신 11명을
하루 종일 상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죠.
방에 하루 종일 계신 분들은
“밖에 한번 나가자,
날씨가 좋다”하며 꼬셔서
콧바람 한번 쐬어 드려야 하고,
바지에 오줌을 싸서 기저귀랑
바지까지 홀라당 젖은 할매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옷도 갈아
입혀 드려야 하고, 나름
바쁘게 보내는 하루입니다.
바쁜 오전 간병이 끝나고
점심시간도 끝나고 나면
조금 시간이 나는 오후에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공원을
걷거나 어르신의 휠체어를 끌고
나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직원들이 모여서 앉아 있기도
하는데, 직원들이 모여서
수다떠는걸 본 보호자들은
직원들이 일은 안하고
하루 종일 모여 앉아서
수다만 떤다고 생각하죠.
린츠에서 기차로 5시간이
걸리는 도시에 사는 따님이
90살 생일을 앞둔 엄마,
S부인을 방문하는데,
숙박이 가능한지 요양원에
문의를 했던 모양입니다.
이 문의에 내 동료들이
다 놀라 자빠졌습니다.
“미친거야?
어떻게 요양원에서 잘 생각을 해?”
스위스의 요양원 같은 경우는
요양원 내에 입주민의
보호자들을 위한
(호텔 개념의)
숙박시설이 있다고 하던데,
아마도 스위스와 가까운
지역에 사는 따님이라
그걸 문의해온 것 같았습니다.
뉴질랜드에 사는 우리의 지인중
스위스 출신 키위 아낙이
스위스 요양원에 사시는
엄마를 방문 했었는데,
그곳에서 엄마가
돌아가실 때까지
3개월을 함께(물론 다른 방/
건물에서)살았다고 했었죠.
거주지가 뉴질랜드이다 보니
스위스에 마땅히 머물 곳도
없었는데 엄마가 사는
공간이니 안성맞춤이었죠.
매일 엄마랑 같이 밥 먹고,
산책하고, 엄마랑 같은
병동에 사시는 분들과
대화를 하고,
특히 엄마가 침대에 들 때까지
함께 있다가 자신의 숙소에서
밤을 지내고 아침에 엄마와
함께 아침식사를 했던 것이
좋았다고 했었죠.
말그대로 엄마와 하루 종일을
함께 할 수 있었으니 말이죠.
엄마가 돌아가실때까지
3개월을 그렇게 엄마 옆에서
함께 했었는데, 엄마의
마지막까지 함께했던 그 과정이
그녀는 참 좋은 기억이라고 했었죠.
90살 생일을 며칠 앞둔
S부인의 따님은
“엄마 생일 프로젝트”를
10일로 잡고 왔다고
했었습니다.
잠은 요양원에서 잘 수 없으니
근처에 사는 남동생네서
자는데, 엄마와 함께 있으려고
왔으니 아침 6시에
요양원으로 달려옵니다.
요양원에 와서는 엄마랑
오전 시간을 보내고, 점심은
외식을 하고 오후에 여유롭게
다시 요양원으로 돌아와서는
시간을 보내죠.
요양원 직원에게는 마냥
편할 수 없는 것이 보호자이고,
그녀 또한 말이 엄청 많은
인간형이라 나는 담당직원으로서
그녀가 해 오는 이런저런
질문에 대답을 해야했습니다.
나 혼자 11명의 어르신을 맡는
지층에 근무를 할 때
나는 되도록 자주 각방을
찾아다닙니다.
“산책 가시자”
꼬셔도 보고,
“운동하셔야 한다”며
귀여운 협박도 마다하지 않죠.
그녀의 어머니는 젊으셨을 때는
사람 만나는 걸 엄청
좋아하셨다는데, 요양원에
들어오시면서 방안에
짱 박혀서 꼼짝을
안하시고 계시죠.
하루 세끼도 방에서 드시고,
방 밖으로는
누군가 방문을 해서
외식을 가실 때만 나오시죠.
조금 한가한 오후에 늘
방안에만 짱 박혀만 계시는
할매 한 분을 꼬셔서 요양원
현관 앞의 벤치에 앉아있다가
외식을 하고 돌아오시는
S부인 모녀를 만났습니다.
같은 층에, 바로 옆 방에
살지만 방 밖을 나오지 않으니
서로 모르는 두 분의 입주민들을
소개시켜 드리고
그 옆에 앉아서 S부인의
따님과 대화를 했었죠.
앞으로 1주일 동안 매일 방문해서
하루 종일 엄마랑 있을
예정이라고 하는 따님께
“가능한 오후에 엄마를 모시고
방을 나와서는 요양원 앞의
벤치에 앉으셔서 바깥 공기를
마시며 오는 가을을
즐기실 수 있게 하시라”
권했습니다.
하루 이틀이 힘들지
1주일 정도 매일 방 밖을
나오는 행동을 반복하게 되면
익숙해지고, 답답한 방을
떠나서 외부의 상쾌한
날씨를 즐기다 보면
그 다음부터는 스스로
방을 나올 수 있으니 말이죠.
그리고 오후에 나는 몇 번 더
S부인의 방에 들어가서
안약도 넣어드리고,
무릎에 연고를 발라서
마사지를 해드렸죠.
S부인의 따님은
엄마가 드시는 모든
약들을 궁금해했죠.
저녁에 드시는 알약 하나를
갖다 드리니 그 약이 어떤
증상에 쓰이는 것인지 묻습니다.
나는 그 약을 잘 모르니
일단 인터넷 검색을 한 후에
S부인이 드시는 약의 효능을
적어서 쪽지를 갖다 줬죠.
혈액응고를 막는
헤파린 계통의 약인데,
상처가 나면 피가 멈추지
않으니 그 약을 끊었으면
한다는 따님.
마침 S 부인 얼굴에 난
상처 때문에 간호사를
부른 상태여서, 방에
S부인과 따님, 그리고
나와 간호사가 서있었죠.
정맥 혈전이 있어서
복용하는 약인데,
작은 상처 때문에 약을
임의적으로 끊는다면
더 큰 무리가 올 수 있으니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낸 후에
간호사는 방을 떠났고,
나도 방을 나서는데 따님이
갑자기 내 팔을 잡습니다.
내가 너무 친절하다고
팁을 주고 싶다고 하시는데,
우리는 돈은 받지 않습니다.
“요양원 직원(모든 의료직)은
개인적으로 팁을 받지 않습니다.
돈을 받으면 퇴직 사
유가 되기도 하니 돈은 안되고
초콜릿 같이 소소한 것은
받을 수 있죠.”
내 말에 이번에는 S부인의
방에서 나에게 줄만한
초콜릿을 찾는데,
못 찾겠는지 나에게
10유로를 내미십니다.
주시는 돈을 사양을 하며
그 마음을 고맙게
받겠다고 했습니다.
“저에게 팁을 주시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니
저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사실 일하는 직원에게
이보다 더 좋은
감사 인사는 없죠.
성의없이 빈말로 하는
감사 인사도 태반인데,
돈을 주고 싶을 정도로
감사했다니 나에게는 감동.
돈을 주고 싶은 따님과
받지 않으려는 나는 약간의
실랑이를 해야했습니다.
“여기 감시 카메라도 없고,
돈을 주고 받은 건 당신과
나만 아는데 왜 그러냐!”며
오히려 흥분하신 따님은
결국 내 주머니에 10유로
넣는 것을 성공하셨죠.
아시죠?
그냥 주는 시늉만 하는 사람은
거절을 받아들이지만,
정말로 주고 싶은 사람은
거절을 받아들이지 않죠.
ㅠㅠ
돈을 받으면 내가 짤릴수도
있으니 위험하지만 이미
내 주머니에 들어있는
돈을 어쩌리오?
일단 따님께는 감사하다는
인사로 마무리 하고는
얼른 내가 일하는 병동의
담당 간호사에게
10유로를 내밀었습니다.
“아무리 거절해도 안되서
그냥 받았어.
이거 Kaffeekassa
카페카사”에 넣어."
팁을 받는 것은 불법이지만
어르신의 보호자들이
방문했다가 사무실에
들려서는 직원들 “커피값”
하라고 팁을 주기도 하는데,
그걸 모아두는 곳을
“카페카사”라고 부르죠.
그 돈으로 직원회의 할 때
간식을 사기도 하지만,
모인 돈을 연말에 직원들이
나눠 갖기도 하는 용도입니다.
요새 내가 돈복이
터진 모양입니다.
어제도 할배 한 분이 나에게
너무 고맙다고 10유로를
내미시길래,
“돈은 안된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럼 이 돈으로 당신도
달달한 거 사고, 나도 사다 줘!”
하셨죠.
이 할배는 전에도 나에게
초코렛을 5개나
주셨던 분이시죠.
부인이 얼마전에 돌아가신 후에
지금은 혼자 방을
사용하시고 계십니다.
나만 사먹으라고 했으면
당연히 거절을 하지만,
“나에게도 사다 줘!”하시니
무작정 거절만 할수는 없었죠.
돈을 받아서는 30년 근무
경력의 동료에게
가서 물었습니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동료는 딱 잘라서
“할배가 필요하신 초콜릿은
할배의 가족들이 사와야
하니 돈은 돌려줘!”였죠.
사실 할배는
초콜릿을 당신이
드시는 용도가 아니라
고마운 직원에게 선물로 줄
용도를 사용하시는 분이시거든요.
https://jinny1970.tistory.com/3811
할배께 돈을 돌려드리면서
“죄송하지만 당신이 드시고
싶은 초콜릿은 당신의
자제분에게 부탁을
하셔야 할거 같아요.”했더니
아주 낭패한 얼굴을 하셨죠.
당신은 그날 근무를 하는
나에게 뭔가를 주고 싶으셔서
10유로를 내미셨던 모양인데
실패하셨으니 말이죠.
“내 아들은 매주 일요일에 오거든,
내가 이번주에 온 아들에게
초콜릿을 사오라고 하면
다음주 일요일에 사가지고
올 테니 그날 오후에
꼭 내방에 와요.”
나에게 달달이를 사주고
싶으신 할배는 90대
중반이시지만 직원에게 받는
도움은 거의 없으십니다.
건조한 다리에 아침, 저녁으로
꼼꼼하게 발라드리는
오일리한 로션을
발라드릴 뿐이죠.
나를 만날 때마다 “친절한 직원”
이라 칭찬하시니 듣기 민망해서
“다른 직원들도 다 나만큼
친절하잖아요.”했더니 손을
저으시며 한마디 하셨죠.
로션 하나 바르는 것도
시간을 들여서 정성스럽게
마사지 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대충 문지르고는 그냥
후다닥 가는 직원도
있다고 하셨죠.
나는 전자였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할배가 자꾸 뭔가를
주시려고 하신 거죠.
나는 월급을 받고 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감사”하다
하시면 내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데, 자꾸 돈을
내미시면 거절하는 것도
고역이니 조금 덜 친절해볼까
생각중입니다.
(농담입니다.
외롭고 쓸쓸하고 잘못한 거
없어도 주눅드는 요양원살이인데,
많은 직원 중에 몇 명정도는
항상 웃어주고, 다정하게
대해 드리면 좋죠.
저는 그 소수이고 싶습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오스트리아 >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를 실망시키는 동료 야간 근무자 (7) | 2024.11.03 |
---|---|
나 혼자 간다, 회사 야유회! (10) | 2024.10.07 |
괜히줬나 내 양배추 김치 (21) | 2024.09.21 |
내 동료들이 놀란 나의 수박 깍두기 썰기. (8) | 2024.09.09 |
내가 앞으로 일해야 하는 기간, 26개월 (10) | 2024.09.07 |
나에게 어울리는 유니폼 색을 골라주세요. (33) | 2024.08.28 |
나는 9년간 몰랐던 우리 병동의 차별들 (34) | 2024.08.12 |
퇴근 후 생각이 많은 날 (39) | 2024.08.06 |
내가 당한 것이 직장내 가스라이팅? (26) | 2024.07.31 |
말기암 환자를 대하는 태도. (28) | 2024.07.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