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는 “굴라쉬”라는
음식이 있습니다.
소고기로 만든 유럽의
“슬로우 푸드”의 대명사죠.
굴라쉬는 “헝가리” 음식이지만,
지금은 유럽의 모든 나라,
대부분의 식당에서 파는 음식이고,
집에서도 해 먹는 가정식이죠.
굴라쉬는 남편이 자주 만드는
음식 중에 하나인데,
엔지니어답게 정석대로 하는
요리라 맛도 있는 편이죠.
굴라쉬라는 요리를
대충 설명 드리자면..
소고기 1kg, 양파 1kg가 주재료이고,
그외 여러 향신료와 달달한
파프리카 가루가 들어가죠.
비주얼로 보자면 육개장인데,
매운맛은 전혀 안나는
음식입니다.
굴라쉬도 소고기로 만든
정통 굴라쉬가 있는가 하면,
감자와 소시지를 넣는 것도 있고,
양배추가 많이 들어간 것도 있고
꽤 다양한 버젼이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간만에
요리를 하셔서 아들 내외의
끼니를 챙기셨습니다.
정통 굴라쉬와는 조금 다른
양배추가 듬뿍 들어간 헝가리식
Szegediner Gulasch,
세게디너 굴라쉬”
엄마가 갖다 주신 음식을
먹으면서 들었던 생각.
“엄마가 요리를 급히 하셨구나!”
엄마가 해 주신 음식은
다 맛있었는데, 이번 굴라쉬는
엄마의 손맛이 아닌디?
굴라쉬는 보통 두어 시간
은근한 불에 조려야 하는데,
엄마가 만드신 굴라쉬에
들어있는 소고기가
조금 질깁니다.
아마도 후딱 한끼를
해결하시려고 하셨던 모양인데
메뉴를 잘못 정하신 듯!
나는 아직 젊은 나이라 씹는데
지장이 없으니 조금 질겨도
맛있게 먹고 있는데 급하게
주방으로 뛰어온 남편이
냄비를 찾습니다.
남편이 보기에 엄마 요리는
“완성품”이 아니라
“요리가 되는 과정에 있는
음식”인거죠.
그러니 계속해서
“요리는 이어져야 한다.”
남편은 잘 먹고 있는
마눌의 접시마저 채어 가서는
냄비 2개에 나눠서 붓습니다.
고기가 조금 질기기는 하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닌디..
자기 것만 하면 되지
왜 마눌의 접시는 뺏아가누?
고기 때문에 계속 끓이면
들어있는 양배추의 형태가
아예 없어질 테니 남편이
선택한 방법은 냄비 2개에
양배추와 고기를 나눠서는
고기만 은근한 불에 졸이기.
평소에 마눌이 만든 음식도
자기 입맛에 안 맞으면
양념을 새로 하는 등의
시도는 많이 했지만,
엄마 음식에 손을 대기는 처음.
얼떨결에 점심을 먹다가
남편에게 접시를 빼앗겨
식사 중단된 상태가 되었지만,
마눌에게도 맛있는 굴라쉬를
만들어 주겠다는 남편이니
화를 낼 수도 없고!
냄비에 옮겨서 두어 시간 푹
고아진 소고기는 맛있었습니다.
고기는 은근한 불에 졸이고,
양배추에도 양념을 새로 한
굴라쉬는 새로운 음식으로
태어났습니다.
조금은 질기고, 뭔가 빠진거
같았던 굴라쉬는 남편 손을
거쳐서 고기는 야들야들하고,
맛있는 요리로 재 탄생됐습니다.
역시나 남편이 만드는
음식은 맛이 있습니다.
다음날 마당에서 만난
시어머니는 전날 굴라쉬에
대해서 물어 오셨습니다.
“어제 굴라쉬 고기가 조금 질겼지?
네 아빠는 씹어도 씹어도
안 씹힌다고 하더라.”
시어머니께 엄마의 굴라쉬를
남편이 새로 요리했다고 하면
시어머니가 서운해하실까봐
살짝 감추기로 하고 한마디.
“엄마, 우리는 맛있게 잘 먹었어요.”
엄마가 이번에 하신 굴라쉬는
조금 급하게 조리해서
고기가 조금 질겼지만,
그래도 먹을 만은 했었는데..
그래도 남편이 새로 조리한
굴라쉬가 엄마가 하셨던
굴라쉬보다는 더 부드럽고
맛이 좋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엄마께는
비밀로 할 생각입니다.
시어머니의 굴라쉬가
급하게 요리를 하시는
과정에서 나온 요리인지,
아니면 시어머니의
요리 실력이 변한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이가 들면 음식 맛이
변한다고 하던데..
“엄마 요리가 왜 그러냐?
맛이 변했다”하면 매일
요리하시는 시어머니가
당신의 “나이듬”을 느끼실까
앞으로도 시어머니의 요리는
계속해서 “맛있다”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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