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뉴질랜드 길 위에
살고있으니 항상 이동중이라
생각하시겠지만,
실제로는 이동하는 시간보다
서있는 시간이 더 많은 나날입니다.
바쁜 여행자들은 날씨와 상관없이
부지런히 길 위를 오고 가지만,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는 여행자라면
우리가 가는 방향으로의 여행 일정을
짤 때 먼저 날씨를 염두에 두죠.
사실 일기예보가 다 맞는 건
아니지만, 나름 중요하다 싶은 날에
남편은 일기예보를 챙기는 편입니다.
16,2km길이의 히피 트랙을
왕복(34,4km)으로 걷겠다고
정해 놓았던 하루는 정말 햇볕이
쨍쨍한 날을 선택해서 급하게
그곳으로 이동한 적도 있었죠.
뉴질랜드 여행을 해보신 분이라면
270km (소요시간 3시간 50분)를
하루에 달린 것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하실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전에 이 거리를 이동하는데
2주일이 걸린 적도 있었습니다.
중간에 낚시도 하고,
DOC(자연보호부)캠핑장에서
잠도 자고 하다 보면 아주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서 거리상으로는
얼마 안되는 거리를 이동하는데도
굼뱅이처럼 엄청 느렸었죠.
지금은 8일째 뉴질랜드 남섬의
서해안 변두리에 머물고 있습니다.
사실 푸나카이키는 팬케익록스로
유명한 관광지이기는 하지만
지리적으로 보자면 변두리인 것은
사실이니 그냥 변두리로 칭하겠습니다.^^
처음에는 푸나카이키의
캠핑장에서 4박을 했었고,
한 곳에 너무 오래 있으면 지루하니,
새로운데 가격까지 저렴한 더 작은
캠핑장을 약간 아래로 내려왔죠.
대형 캠핑장 같은 경우는
첵인(오후 2시)시간도 정해져 있고,
첵아웃 시간(오전 10시)도 정해져
있어서 일찍 첵인이나 조금 늦은
첵아웃을 하는 경우 추가요금을
요구하지만, 작은 캠핑장 같은
경우는 여유있게 편의를
봐주기도 해서 저희는 이왕이면
작은 캠핑장을 선호합니다.
이곳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날씨가 안 좋아서 잠시
짱 박혀있는 것도 있고,
차에 문제가 있어서 크라이스트처치에
갈 예정이라 이왕이면 가기
편한 곳에 있기 위함도 있죠.
우리는 이곳에 지난
일요일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날은 날씨가 좋았지만
그 다음부터는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나날이라 그냥
뽀송하게 캠핑장에 있는 걸로
결정을 했었죠.
흐리고 비 오는 나날 중에
흐리고 해가 뜨는 날도 있었지만,
이런 날은 미뤄 놨던 빨래를
해치우고 캠핑장 근처로
트랙킹을 하니 별로 하는 일
없어도 하루는 금방 가죠.
http://jinny1970.tistory.com/3906
흐리지만 해가 구름 사이로
시시때때로 비치는 날은 “세탁 찬스”
한동안 비가 온다니 침대 커버랑
이불 커버를 벗기고,
벗어 놨던 옷들도 후딱 빨아서는
해가 잘 드는 곳을 찾아다니며
빨래를 널었죠.
빨래줄이 부족할 때는 자석을
이용해서 차의 양쪽으로
빨래를 널기도 합니다.
빨래줄도, 빨래 집게도 부족할 때는
일단 아쉬운 대로 자석도 유용하죠.
여행중에 만나는 비는
여행자에게는 낭만보다는 낭패죠.
한 이틀 비가 와서 차안에
짱 박혀 있다 보면 차 안에서
습한 냄새도 나고, 또 운동량이
부족하니 몸도 찌뿌둥하고
이래저래 좋다고만은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여행중 비 오는 날.
해를 별로 안 좋아하는 마눌은
비가오면 좋지만 며칠째 비가 와서
차 안까지 축축해는건
원치 않으니 이래저래 며칠씩
비가 오는 날은 노 땡큐!
비 오는 날은 차 안에
오래 머무는 것이 좋지도 않고,
비 오는데 차에 자꾸 들락날락
하는 것도 좋지 않으니 우리가
선호하는 건 캠핑장의 주방에서
하루를 보내기.
오전 10시 사람들이 첵아웃을 하고,
청소부들이 주방이나 화장실등을
청소하고 나면 조용해지는 곳이
바로 캠핑장입니다.
새로 사람들이 들어오는
오후까지는 한적하게
시간을 보내기에 좋죠.
바쁜 여행자는 절대 꿈꿀 수 없는 것이
바로 캠핑장에서 빈둥거리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닐까도 싶네요.^^
이른 오후부터 새로 여행자가
캠핑장으로 들어오면
어떤 (국적의) 사람들이,
어떤 렌터카 혹은 캠핑카를 타고
오는지 보는 것도 시간을
보내기에는 나름 괜찮습니다.^^
푸나카이키에서 4박을 하고
우리가 이사온 것은 Rapahoe
라파호에의 작은 캠핑장.
규모는 작지만 무선인터넷에
샤워까지 무료, 거기에 캠핑 가격까지
저렴하니 ‘혹시나’하는 마음에
왔다가 며칠 더 머물기로 결정했죠.
몇 불 더 내면 해변이 잘 보이는
자리를 차지할 수 있지만,
비 오고 우중충한 나날이라
흐리고 뿌연 바다는 봐도
매력적이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주방에서 보내는데
굳이 우리가 보지도 않을
뷰에 따로 돈을 쓸 필요는 없으니
그냥 아래로 한자리를 차지했지만,
비 오고 흐린 날 세차게
밀어대는 파도소리는
밤낮들을 수 있으니 나름 만족!
흐리고 비오면 안개도
원래 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고,
엊그제부터는 안개까지 내려와서
시야도 잘 안보이는 것이
원래 이것이 이 동네 날씨인가
싶기도 한데 아직 캠핑장 매니저에게는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볼 때마다 활짝 웃기는 하는데
선뜻 말 걸기가 쉽지않는 것은
아마도 그의 덩치 때문인듯..
전에 럭비 선수였다는 매니저는
땅딸막한 키에 반해
떡 벌어진 어깨가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줄 정도인데
거기에 수염이 덥수룩한 털보라
사실 웃는 얼굴을 봐도
저는 살짝 무섭습니다. ㅠㅠ
비 오고 우중충한 날씨 중에
잠시 비가 안 오는 시간에는
해변을 오가면서
예쁜 돌도 주었습니다.
뉴질랜드 해변 중에는
“Gem stne 젬스톤”을 주을수
있는 곳이 있는데 캠핑장 바로
옆의 해변이 이런 곳이라
일반적인 돌이 아닌 다양한
색상의 돌을 주어모을수 있었죠.
해변에는 옥같이 보이는 색을
가진 돌들도 있는데
후레쉬를 비쳐보면 빛이
돌을 투과해야 진짜 옥이라고
들었는데 아직까지 우리는 제대로 된
옥을 줍지는 못했습니다.
이 해변이 다른 해변과는 달리
다양한 색의 돌이 있는 이유는
아마도 파도가 계속해서
산을 깎고있는 상태라 흙 안에
묻혀있던 돌들이 해변으로
쏟아지고 있어서죠.
뉴질랜드 해변 중에 이런 곳이 많습니다.
파도가 땅을 깍이 먹고 있는
상태이고, 파도가 들이치면
피할 곳이 없는 해변이죠.
이런 해변으로 산책 나왔다가
물때를 잘 못 만나면
밀물에 들이치는 파도에 휩쓸려
바다로 밀려가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죠.
특히나 뉴질랜드 서해안
대부분의 해변은
“수영 금지”지역입니다.
파도가 워낙 세니 웬만큼
수영을 잘하지 않고서는
위험하다는 이야기죠.
우리는 흐리고 비 오는 날의
대부분을 이렇게 조금은
올드한 인테리어를 가진 캠핑장의
라운지 에서 보냈습니다.
누군가가 정성 들여서 손뜨게한
담요인지 카페트인지는 모르겠고,
일단 할머니가 문 열고
들어오실 거 같은 분위기죠.
깨끗하다고는 볼수없지만,
비 오는 날 내 몸 뽀송하게
마른 상태로 있을 수 있는 곳이고,
또 전기도 있으니 노트북도
연결하고, 충전할 것도 갖다
놓고 하루 종일 부부가
나란히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인터넷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었죠.
이건 비밀인데 나중에는
가격할인까지 받았습니다.
나는 농담 삼아서 “여기는
보너스 같은 거 안 주남?”했는데,
남편이 옆에서 “할인 같은 거
물어본거유!”하면서
양념을 쳐주니 매니져는
남편이 결제해야 하는 금액을
대폭 낮춰서 2박 결제하면서
8불이나 할인을 받았죠.^^
이쯤에서 알려드리자면
이곳은 1박에 18불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자를 유혹합니다.
이 가격에 무료 인터넷에,
무료 샤워까지 있으니
꽤 매력적인 가격이고,
바다 뷰가 겁나 훌륭한 자리는
1박에 22불에 모시고 있습니다.
아! 전기는 추가로 5불이니
참고하시길!
보통의 캠핑장은 전기도
1인당 5불씩 받는데 이곳에서는
사이트당 5불이니 나름
저렴하게 모시고 있습니다.^^
(여기서 협찬(8불 할인?)
받았다고 쓰는 광고문 절대 아님^^)
흐리고 비오는날 첵인해서는
이곳의 풍경은 항상 우중충에
안개가 가득하기만 한
곳 인줄 알았는데,
비 오는 날이 끝나고
우리가 첵아웃 하던 날은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파란 하늘에 맑은 날 풍경을 보니
라파호(에)가 나름
매력적인곳이었네요.
이곳에서 4박을 했고,
마지막 2박은 할인까지 받아서
이곳을 나올 때는 감사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홍합이 있다는
곳으로 해변 산책을 다녀오니
매니저는 어디로 갔는지
흔적을 찾을 수가 없어서
고맙다는 인사도 못하고 나왔습니다.
나중에 이곳을 지나게 되면
감사인사를 하러 오자고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었는데,
정말 그렇게 됐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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