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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뉴질랜드 생활 2023

여행중 인연, 10일간의 동행

by 프라우지니 2023.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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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 보면 자주 스치는

인연들이 있습니다.

 

어제 다른 도시의 캠핑장에서

봤던 사람인데, 오늘 또 새로운

도시의 캠핑장에서 만나게 되는 건

가장 흔한 경우.

 

같은 방향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보고 또 보고

자주 되는 것이 여행자의 인연인데

만나면 반갑다고 인사를 하는

경우라면 서로가 조금 더 알아가는

사이로 발견할 수도 있지만,

어제 보고 오늘 또 보니

반가움보다는 어색함에

서로 모르는 척 안면을

까는 경우도 있죠.

 

남편 같은 경우는 만나면

반갑다고 인사를 하는 편이라

사람들과 많이 사귀죠.

 

솔직히 많이 사귄다기 보다는

그냥 수다에 시간을 소비한다고

해야하는 편이 맞습니다.

 

뭘 가지러 가서는 30분이

되어도 오지 않는 건 누구와

수다를 떨고 있다는 이야기.

 

나중에 물어보면 별로 대단한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닌데 한번 대화를

시작하면 수다 삼매경이죠.

 

오가는 사람 모두에게 말을 걸어 대니

작은 캠핑장 같은 경우는

남편과 말을 섞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죠.

 

 

모모랑이 캠핑장 풍경.

 

 

우리는 Mooring모모랑이의

DOC(자연보호부) 캠핑장에서

이 가족을 처음 만났습니다.

 

200불짜리 1년 회원에 가입하면

무료로 전국의 DOC캠핑장

사용이 가능하니 일단 회원가입을 했다면

가능한 많은 DOC캠핑장을

사용하는 것이 본전 빼는 방법.

 

특히나 몇몇의 캠핑장은

성수기(1226~28)에는

회원들도 무료가 아닌 유로로

이용을 해야 한다고 하니

성수기가 되기 전에 이런 종류의

캠핑장을 다 이용해보기로 했었는데

모모랑이가 바로 그 첫번째였죠.

 

보통의 DOC캠핑장은

1인당 10불이 요금이지만,

모모랑이는 1박에 20불이고

전기사이트를 사용할 경우는 3불 추가.

 

우리는 둘다 DOC캠핑장 회원권이

있으니 캠핑비 20불은 무료지만

추가 전기요금은 내야해서

26불을 추가로 낸 후에 바다가

바로 앞에 펼쳐지는 전기사이트에

머물기로 했었죠.

 

차 안에는 차량용 냉장고가

하나 돌아가고 우리가 충전을

해봤자 하루 6불은 조금 과한

요금인 듯 했지만 바로 앞에 바다가

펼쳐지는 뷰를 더한 값이라는 것이

남편의 설명.

 

 

6살 윌리엄과  3살 모리스.

 

우리는 Momorangi모모랑이의

캠핑장에서 이 영국인 가족을 만났습니다.

 

처음 내 눈길을 사로 잡았던 것은

꼬맹이의 머리 색깔.

 

보통 북유럽 사람들에게서만

나오는 하얀색이 도는 금발이라

처음에는 이 가족이 북유럽출신인줄

알았는데 말을 해보니 영국 사람들.

 

농담 삼아서 했던 말이 바로

네 선조는 북유럽에서 왔나보다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백금발을

가진 녀석은 3살짜리 모리스인데,

녀석은 수줍어서 내가 말을 걸어도

내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는 못했지만

내가 주는 뮤슬리바는 자기 엄마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는 엄마가 받아도 좋다는

표정을 짓자마자 얼른 받았갔었죠.

 

녀석은 어찌나 바쁘게 캠핑장을

누비고 다니는지 녀석을 볼 때마다

생각났던 건 바로 에너자이저 건전지”.

 

 

 

 

남편이 낚시하는 동안에 별로

할 일이 없는 마눌이 차 안에 앉아서

창밖을 보는데 캠핑장에

이 가족밖에 없는 것도 아닌데

유난히 눈에 띄었던 가족의 활동들.

 

오전에는 엄마의 스탠드업 보드에

구명조끼를 입고 앞바다를 유람하더니만,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보니

녀석은 자기만큼 앙증맞은 자전거를

타고는 캠핑장을 미친듯이 질주합니다.

 

귀여운 녀석이 귀여운 자전거를 타고

내 앞을 왔다리 갔다리 하니

이 녀석을 보는 것도 나에게는

힐링이 되는 거 같았죠.

 

 

제티로 낚시가는 윌리엄과 아빠.

 

 

하루에도 몇 번씩 보트가 들어오는

Jetty제티에 낚시를 하러 가는

영국인 가족의 아빠와 6살짜리

큰아들은 이곳에서 낚시를 하는

남편과 이야기를 하게 되고,

남편이 이곳에서 고등어 사촌인

카와이를 잡고 나서는 대화의

장이 활짝 열렸죠.

 

원래 낚시꾼들은 자신들은

못 잡았는데, 다른 사람이 고기를

잡으면 궁금함에 어떻게 잡았는지 물어오고,

고기를 잡은 사람은 나름 설명을

하면서 조금 으쓱대기도 하죠.

 

영국인 가족도 제 남편처럼

먹기 위해 낚시를 하는 생계형

낚시꾼인지 두 낚시꾼은 어디 가면

어떤 고기가 잡히더라는 소문에

민감한 상태였는데 마침 그곳에서

하룻밤 머물고 떠나던 독일인 여행자가

준 기가 막힌 뉴스에 두 가족은

다음 목적지를 같은 장소로 정했죠.

 

 

비포장 도로도 달리는 프렌치패스 가는길.

 

말보로 사운드의 끝으로 가면

French Pass 프렌치 패스에

DOC캠핑장이 있는데,

거기의 Jetty제티에서 상어,

Red Gurnard레드 거나드,

스내퍼에 블루코드까지

안 잡아본 것이 없다나 뭐라나..

 

이 소식을 그냥 듣고는 두 낚시꾼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다양한

고기가 잡힌다는 그곳으로 가게 됐죠.

 

우리와 마찬가지로 영국인 가족도

DOC캠핑장 연회원이라

DOC캠핑장은 무료 숙박이

가능하니 부담없이 출발~

 

영국인 가족은 2년짜리

취업비자를 받아서 뉴질랜드에 살았는데

4월 출국을 앞두고 살던 집은

정리하고 차에 다 때려 싣고 출국 전까지

여행을 한다니 우리 만큼이나

시간이 널널한 여행자라

이 두 가족의 동행이 가능했던 거죠.

 

 

4인 가족의 사는 작은 캠핑카.

 

우리보다 하루 먼저 출발했던

영국인 가족은 프렌치패스 캠핑장의

바닷가 옆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우리도 자연스럽게 그 가족의 옆에

차를 대고는 캠핑을 시작했었죠.

 

그들보다는 낚시실력인지 운인지

아무튼 조금 더 좋았던 남편은

그 가족에게 잡은 생선을 주기도 하고,

마눌이 만든 감자샐러드도

나눠먹는 이웃이 됐죠.

 

이 영국인 가족으로 말하자면

3살 꼬맹이까지 자전거를 자유자재로

타고 다니니 가족용 자전거 4대는

차 뒤에 장착된 상태이고,

부모가 다 산을 걷지 않고 뛰어서

오를 정도의 체력을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스포츠 가족이었죠.

 

아시죠?

그 철인 3종 경기에 나갈 정도의

괴력의 체력을 소지한 사람들.

바로 그런 부류이니 아이들도 그들의

부모만큼이나 체력이 남달랐던 거죠.

 

 

우리집에 놀러온 6살 윌리엄.

 

아이를 좋아하는듯 하지만

자신의 아이가 없는 남편은

영국 가족의 아이들과 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그들이 뭔가를 질문하면

대답을 해주면서 그들과 친구가 되어갔고,

나는 내 큰아들(=남편)이 드디어

자기 수준에 맞는 친구들을

만났다고 농담까지 했었죠.

 

나이로 따지자면 손주뻘이 되는

아이들과 웃으며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아이가 있었으면 참 좋은 아빠가

됐겠다 싶으면서도 아이가 있었다면

아이의 교육문제로 우리 부부는

참 심각하게 싸우지 않았을까 싶어

아이가 없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내 심정.

 

 

해변에 밀려온 나무로 뭔가를 만드는 영국인 아빠와 두아이와 마눌의 비니,자켓을 입고 수다중인 남편.

 

이곳에서 지내면서 우리는

두 아이와 더 가까워졌습니다.

 

아이들은 우리 부부에게 와서

푹 안길 정도로 친해졌고,

3살짜리 꼬맹이는 띠오, 띠오하면서

남편 뒤를 졸졸 따라다녔죠.

 

아이가 남편을 띠오라고 부른 이유는

남편의 이름인 Theo테오가

독일어로 하면 H가 묵음이라

그냥 테오가 되지만 Th발음이

영어로 하면 번데기 발음이라

그렇게 불렀던 거죠.

 

그렇게 프렌치패스의 Jetty제티에서

저녁마다 찾아오는 블루 코드도 잡고,

상어에 거나드까지 다양한 종류의

생선을 이곳에서 다 잡아봤습니다.

 

 

캠핑장이 바로 이 해변 옆.

 

풍경도 근사하고, 고기도 잘 잡히지만

바람이 심하게 부는 곳이라

영국인 가족은 우리보다

하루 먼저 이곳을 출발했고,

우리는 하루 더 머물면서

남편은 낚시를 했죠.

 

영국인 가족이 우리를 떠나던 날

가족의 큰 아들인 6살짜리는

안 가고 우리와 함께 있겠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습니다.

 

우리부부가 좋아서라기보다는

고기 잡는 것이 재미있으니

우리랑 하루 더 머물다 다음날

자기 부모를 만나자고 하는데,

아이가 이렇게 우긴다고

아이를 놓고 가는 부모는 없죠.

그렇게 아이는 울면서 우리를 떠나갔었고!

 

 

마눌이 점심준비하는 사이 남편은 모리스와 축구중.

 

하루 더 머물고 다음 여행지로

가던 중간에 영국인 가족이 머문다는

베이에 잠시 점심을 먹으려고 들렸다가

남편은 아이들이랑 축구를 했습니다.

 

백금발의 3살짜리 꼬맹이는

먹을걸 잘 주는 나보다는

자기를 번떡 번떡 잘 안아주고,

축구도 같이 해주는 남편이

훨씬 더 좋은지 내내 남편 뒤를

졸졸 따라다녔죠.

 

 

우리를 따라나선 두 아이 땜에 얼떨결에 가벼운 등산을 나선 가족

 

 

영국인 가족과 마지막으로 함께

머물렀던 곳은 넬슨 레이크 국립공원,

로토이티 호수 주변의 Kerr Bay 커베이

DOC캠핑장.

 

우리보다 먼저 도착 해 있던

가족의 아이들이 우리 차가

캠핑장에 들어서는걸 보더니만

띠오거리면서 마구 달려옵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던 띠오”.

설마 3살짜리 꼬맹이가 남편의 이름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었죠.

 

3살짜리 모리스는 우리랑

헤어질 때마다 울었다가

다시 만나면 쌩하고 달려와서는

남편 품에 푹 안기니 남편도 엄청

행복했을 꼬맹이와의 시간들.

 

 

구글지도에서 캡처

 

 

우리는 이 가족과 모모랑이

DOC캠핑장에서 만나 3일을 보냈고,

다시 French Pass

DOC캠핑장에서 2일을,

따로 또 같이 도착해 Pelorus Bridge

펠로러스 브릿지 2일을 보낸 후

Kerr Bay 커 베이에서 3일을

보낸 후에 헤어졌죠.

 

우리처럼 서해안을 여행한다니

또 다시 스치지 않을까 싶었지만,

연락을 해보니 가족은 이미

남섬의 아래쪽에 머물고 있는 중이고,

크리스마스때에는 와나카의

어느 가정 House sitter 하우스시터

(빈집을 봐주는 일)를 할 예정이라니

우리가 그쪽으로 이동하게 되면

한번쯤 다시 만날 수

있을 거 같기는 한데,

만나면 귀여운 꼬맹이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좋겠고,

다시 못 본다면 가족의 엄마가

하고 있다는 인스타그램 블로그를

찾아가서 그 귀여운 두 녀석을

찾아보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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