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Pelorus Bridge펠로러스 브릿지”
라는 곳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곳은 옆으로 강이 흐르는
참 괜찮은 캠핑장이고,
뉴질랜드 전국을 누비고 다니는
시간에 쫓기는 여행자들이 하룻밤
쉬기에는 참 좋은 풍경이 근사한 곳이죠.
우리야 온데 또 오는 곳이라,
남들은 감탄하는 이곳의 풍경이 익숙하고,
캠핑장 주변으로 있는 대여섯 개의
산책로나 등산로도 다 가봐서
새로운 것이 없지만, 올 때마다
새로운 것은 바로 우리와
함께 머무는 사람들.
캠핑장의 주방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모입니다.
아침식사를 하는 시간이 대부분
비슷하다 보니 캠핑장의 주방에
놓인 식탁들은 이내 사람들로 만원이고,
자신들이 식사가 끝났다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양보할 만도 한데, 아침식사가 끝나도
그 자리에 앉아서는 카드게임을 시작합니다.
도대체 백인들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건 안 배워서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워낙 이기적이라
내 편의를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은
“내 알바 아니다”가 되는 것인지..
우리가 아침을 먹던 그 주방의
구석에는 나와 같은 외모의
동양인 아가씨가 찌그러진
양은냄비에 밥을 하면서 서서
아보카도를 잔뜩넣은 토스트를 먹고 있었죠.
대충 보니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아침식사를 하는 모양인데,
같은 동양인으로 괜히 화가 났습니다.
누구는 식사가 끝나도
테이블을 차지하고서는
게임을 하고 있는데,
정작 캠핑 요금을 제대로 낸 사람은
주방에 테이블 구석하나 차지하지 못한다니..
(아이들은 소아요금, 5세 미만은 무료)
테이블의 양쪽으로 놓인 벤치는
성인 3명은 널널하게 앉고,
조금 좁히면 4명도 앉을 수 있는데,
아이들과 게임을 하고 있는
두 테이블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개의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도 앉을 수 있게
하려는 배려는 없습니다.
누군가 와서 “자리 좀 좁히면
나도 앉을 수 있을 거 같은데..”라고
운을 떼어야 못마땅한 표정으로는
조금씩 궁디를 이동해서 자리를
만들어주죠.
솔직히 동양인들은 영어도
서툰데 날 빤히, 어떻게 보면
인종차별적인 눈빛으로 째려보는
백인들에게 “같이 앉자!”는
말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구석에 내내 서있는 여성이
안스러워 내가 말을 걸었습니다.
그녀가 중국인인걸 한번에
알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사용하던
찌그러진 양은 냄비를 보고..
요즘은 구하려고 해도 구하는 것이
쉽지않는 것이 양은 냄비일 텐데..
찌그러진 냄비도 돈을 주고 샀다니
어디서 샀는지 그 출처마저
궁금하게 만들던 중고 냄비.
두 냄비에 뭔가를 끓이기에
처음에는 중국인들이 아침으로
먹는 죽 인줄 알았는데,
밥을 두 군데에 나눠서 한다길래
저녁까지 함께 하는 줄 알았었죠.
와서 앉아서 편안하게
아침을 먹으라고 우리가 앉은 자리를
조금 좁혀서는 그녀의 자리를
만들어 놓은 후에 그녀에게 “앉으라”
권했지만 이미 아침은 다 먹어서
괜찮다고 웃는 중국인 그녀.
캠핑장 주방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음식을 먹고, 준비하니
그녀에게 쏠리는 시선은 어쩔수 없고,
영어가 서툴러 말이 어눌한
그녀를 배려하기 보다는
좋은 구경거리인양 빤히 쳐다보는
여행자들을 쳐다보면 짜증이 나죠.
바비인형처럼 쭉쭉빵빵한데다
파란 눈에 금발 머리가
정말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매력적인 외모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 바로 그들의
매너 혹은 배려심.
하다못해 캠핑장 주방에
뜨거운 물을 끓이는 커피포트를
사용할 때도 그들의 무 배려심은
단연 돋보이죠.
나는 분명히 커피포트에
물을 채워서 끓게 스위치를
눌러 놓고 갔는데,
다시 와보면 커피포트에
물은 비어있는 상태.
누군가 내가 끓여 놓은 물을
사용했다면 다시 차가운 물을
채운 후 스위치를 올려놓고 가면
다음 사람이 사용할 수 있을 텐데,
그걸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낭패를 보죠.
누군가를 배려하는 것을
못 배워서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를 배려하는 것은
백인 문화에 없는 것이라 모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볼 때마다 아쉬운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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