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하라는 건 죽으라고
안했던 어린시절,
우리가 한번쯤은 들어봤던 말.
“너도 나중에 꼭
너 같은 자식 낳아봐라.
그래야 내 심정을 안다.”
자식을 낳아봐야 엄마의
마음을 안다고 하던데..
나는 자식을 낳아보지도 않았으니
낳을 때 그 힘든 순간을 겪은
엄마의 마음은 당연히 알지 못하고!
내 자식이 빤질거리면서
내 말을 안 들을 때는
엄마가 했던 말
“네 자식이 나중에 꼭
(말 안 듣는) 너만큼 할거다.” 이
생각이 나도 반성의 시간도
가질 수 있을 텐데..
자식이 없으니 뺀질거리며
엄마 말을 안 듣는 자식은
내 팔자에 없다고 생각했고
또 그렇게 살아왔는데,
엄마가 말했던 “너 같은 자식"은
꼭 내가 낳은 자식만 해당이
되는 건 아니었나 봅니다.
내가 요새 다 늙은 아들을
하나 키우고 있거든요.
아들이라기 보다는 엄마 말은
반대로 하는 청개구리 같은 존재를
한 마리를 키우고 있죠.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늙어가면서 남편도 아들이
되어가는지 아이들 챙겨줄 때
남편을 안 챙겨주면 삐쳐서는
며칠 동안 말도 안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던데..
내 남편은 마눌이 큰아들처럼
섬기고 잘 챙겨주는데도
시시때때로 삐쳐서는
마눌을 피곤하게 합니다.
마눌이 같이 먹자고 하는 건
식성이 다른 자기 입맛이 아니라고
사양을 하니 마눌 혼자 먹고 나면,
나중에 자기 혼자 음식을
해먹으며 괜히 심술이 부려서는
마눌의 심기를 어지럽히고..
마눌이 하라는 건 죽으라고
안 해 놓고는 나중에 (자신이)
후회할 쯤에는
“왜 나한테 하라고 안했냐?”고 해서
마눌의 성질을 돋굽니다.
매번 당하는 상황인데도
나는 매번 노여워하고,
짜증을 내고, 남편은 평소에는
뺀질거리다가 자신이 아쉬운
상황이 되면 엄마 맘에 들려고
아양을 떠는 아들이 되어서는
마눌의 품으로 들어옵니다.
“이걸 패? 말야?”하는 생각이
가슴에서 솓구쳐 오르죠.
그거 있죠?
나는 아무 말도 안하고
남편의 편의를 위해서
조용히 다 해줬는데,
남편은 날 위해 한가지 해주면서
생색이라는 생색은 다 내서
날 열 받게 하는 것!
집에서는 말없고 점잖게
모든 문제들을 해결 해 주는
장남 코스프레인데,
마눌에게는 말 더럽게 안 듣고,
뺀질거리는 아들 + 마눌의
편의를 위해서 뭔가를 도와주면
매일 해주는 것처럼 생색 엄청시리내는
재수없는 남편입니다.
지난번에도 남편은 여행중에
마눌의 비니 모자를 얻어 쓰고,
마눌의 비타민도 얻어먹고,
시시때때로 마눌의 잠바도
얻어 입었습니다.
장기 여행이면
옷을 넉넉하게 챙기던가,
현지에서 사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현지에서 사면 되는데,
옷도 넉넉하게 챙기지 않았고,
현지에서도 옷을 사지 않으니
매번 단벌신사이고 옷이 없어서
추위에 벌벌 떨다가 아프고!
https://jinny1970.tistory.com/3738
마눌이 영양제 살 때는
“영양은 알약으로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으로 하는거다”
라고 하면서 사준다는
영양제도 거절을 하더니만,
자신의 몸이 안 좋으니
여성용 영양제임을 고지했음에도
그냥 주는 대로 넙죽 받아 먹었던 남편.
혹시 모르시는 분들이 보면
“돈이 없어서” 옷을 못사는 건
아니냐 하시겠지만,
돈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뉴질랜드 장기 여행을
올 수도 없었고,
또 남편이 수중에 돈이 없었다면
마눌이 흔쾌히 따뜻한
겨울 잠바 몇 개 사줄 경제적
능력은 있습니다만,
남편은 자기 돈으로
옷을 사지도 않고,
마눌이 사준다고 해도 “필요 없다”고
마눌의 제안을 묵살해
버린다는 사실이죠.
그러다가 추워지면 온몸을
덜덜 떠니 마눌은 남편이
아플 까봐 할 수 없이 자신의
잠바를 벗어주는 상황이
아주 자주 벌어졌었죠.
지난번 여행에서는 남편이
코로나 비슷한 증상으로
한 열흘 동안 나름의 차안에
짱 박혀서 하루를 보내는
격리 생활을 할 때 마눌이
그 당시에 먹던 (갱년기 여자용)
비타민제도 매일 꼬박꼬박
받아서 먹었죠.
이번에는 조금 다를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지난번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출발할 때는
지난번과 같은 상황이
또 생길 수 있으니
“겨울용 잠바”하나쯤은
챙기라고 단속을 했지만,
우리가 출발할 때 오스트리아는
11월이어서 이미 가을을 지나고 있는
날씨였음에도 남편은 반팔 폴로 셔츠에
달랑 잠바 하나만 입고 집을 나섰죠.
“우리가 가는 뉴질랜드는
여름이잖아.”라고 말을 했지만,
뉴질랜드의 여름이라고 해도
아침, 저녁에는 쌀쌀해서
긴팔 옷이나 두툼한 잠바는
항상 입어야 했던걸 잊은 것인지..
마눌의 말은 들려도
안들리는척 하던 남편은
우리가 기차를 기다리던
린츠역에서부터 벌벌 떨기시작해서
마눌이 겹쳐 입고 있던
후드잠바중 하나를
벗어줘야 했었죠.
머리 숱이 없는 사람은
머리에서 뺏기는 열이
상당하다고 하던데,
자기 머리 숱이 없는 건
생각을 안하는 것인지
야구 모자나 비니류는 전혀
챙기지 않아서 마눌몫으로
챙겼던 것을 매번 내줘야 합니다.
추위에 벌벌 떨다가 기차에
올라서는 따뜻해지니
마눌이 벗어줬던 잠바와
야구모자를 접어서 마눌
옆으로 밀어놓는 남편.
필요할 때는 마지못해 사용하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자기가
받아 입은 옷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면
“이건 네꺼잖아.”하면서
소유자인 마눌에게 밀어주는
아주 못된 버릇도 있죠.
남편은 이번에도 마눌의
후드 잠바를 얻어 입고,
마눌이 비니나 야구모자를
시시때때로 얻어 쓰며,
마눌의 영양제까지 달라고
요청을 해서 먹고있죠.
한번 경험했으면
마눌 말을 들을 만도 한데,
매번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건
청개구리 심보인것인지 아님
남편만의 똥 고집인 것인지..ㅠㅠ
아들이라면 때려서라도
버릇을 고쳤을 텐데,
내 남편은 나보다 덩치가 더 크니
한대 때렸다 가는 내가 두대
맞을 거 같아서 폭력은 안될 거 같고..
나는 청개구리 남편의 궁디를
장난하듯이 조금 힘줘서 때리고,
시시때때로는 궁디를 꼬집는 걸로
나름의 복수를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청개구리 같은
자식을 기르시는 혹은 기르셨던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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