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뉴질랜드에 있습니다.
오늘의 글은 미리 써놨던
글임을 알립니다.^^
남편은 잔소리를 제외하고는
마눌과 거의 대화를 하지 않습니다.
(하루종일 잔소리만 할 뿐이죠. ㅠㅠ)
모르는 사람하고는 수다를
그렇게 잘 떠는 남편인데도
마눌과 있으면 입을 꾹 다물고
보내는 하루.
뭘 물어보면 대답을 하기는 하는데,
아주 짧은 대답이라 마눌이 만족할만한
그런 “대화”같은 수준은 아니죠. ㅠㅠ
낮에는 소 닭 쳐다보듯이
뚱하게 마눌을 쳐다보는 남편인데,
마눌이 잘 때는 왜 그렇게
귀찮게 하는 것인지..
마눌이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거나,
침대에 조금 더 오래 누워있으면
잠자는 마눌의 얼굴을 주물럭거리고,
머리에 뽀뽀를 해대고 난리가 납니다.
잠잘 때 건드는 건 짜증이 나지만..
나 좋다고 머리에, 코에, 이마에,
뽀뽀 세례를 받으면 기분은 좋습니다.
“지금 이 인간이 나 좋다고
이렇게 표현을 하는군..”싶죠.
남편은 마눌에게만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이야기를 하는 인간형인거죠.
엊그제 시어머니가 몇 달 전부터
잡혀있던 백내장 수술을 하셨습니다.
두 눈을 한 번에 하지 않고
이번에는 오른쪽을 하셨고,
2주후에는 왼쪽 수술이 잡혀 있죠.
백내장 수술은 시간도 얼마
안 걸리는 간단한 수술이라 하시더니만
몇시간도 안되어 다시 집으로 오셨는데,
며느리는 시부모님의 끼니가
걱정이 됐습니다.
일단 눈 수술이라니 눈에
붕대를 감고 있어야 하나..싶었거든요.
시누이도 온다고 했던 주말이라
엄마대신 온 식구의 끼니를
책임져야 할거 같아서
남편에게는 “당신이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라”까지 했었는데,
엄마가 아프니 자신의 끼니를
못 얻어먹을까 싶었던 시누이는
오지 않겠다고 해서 주말 식사는
해결이 되어버렸고..
엄마가 수술을 하신 날이
마침 금요일이고 남편도 재택근무
하는 날이고 어차피 남편의 점심을
해줘야 하니 하는 김에...
남편에게 넌지시 “이왕에 하는 거
시부모님 점심도 할까?”했더니만,
“그러던가”하는 표정.
사실 마눌이 자기 부모 챙기는데
싫어할 남편은 없죠.
장보러 가서는 아주 잠깐
고민을 했습니다.
오늘의 점심메뉴는 슈니첼
(오스트리아식 돈가스)로 정했는데..
“전부 소고기를 살까,
돼지고기도 살까?”
돼지고기는 소고기의 반값이니
돼지고기도 사면 식비가
절반으로 줄기는 하는데..
사실 저는 지금까지 소고기를
제외한 고기로 만든 슈니첼만
먹어봤습니다.
원래 슈니첼은 송아지 고기로
만드는 거라고 하던데,
실제로 식당에 가면 비싼 송아지
고기가 아닌 돼지고기, 닭고기,
칠면조로 만든 것이 일반적이죠.
송아지 고기로 만든 슈니첼의 가격은
30유로가 넘는다고 하던데,
돼지고기나 칠면조로 만든
슈니첼은 10유로 이하로도
먹을 수 있으니 식당에서는
비싼 재료보다는 저렴한 재료로
만든 슈니첼을 팔죠.
오스트리아에서 송아지 고기로
만든 슈니첼을 먹으려면 슈니첼
전문식당에서나 가능할껄요?
소고기로 만든 슈니첼을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으니
한번쯤 해 먹어볼까 싶었었는데,
슈퍼에서 슈니첼용 소고기를
만나고 보니 마음에 동해서
처음에는 2팩을 집어 들었는데,
2개중 한 개는 살짝 내려놓고
반값인 돼지고기를 한 팩 집어 들었죠.
고기를 바꾸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돈을 아까워하는구나.”
고기를 사도 어차피 생활비는
남편에게 환불을 받으니
비싼 거 사도 상관이 없는데,
내가 시부모님이 생각하는 마음이
딱 거기까지였던거죠.
사람은 받은 만큼 주려고 합니다.
나에게 마구 퍼주는 언니에게는
나도 아낌없이 주게 되지만,
나에게 인색한 언니에게는
나도 주는 것이 아까워서
머리 속으로 계산을 하게 되죠.
언니는 “왜 차별하냐?”고 하지만,
내가 받은 만큼, 또 내가 언니에게서
느낀 만큼 돌려주는 것이니
본인도 모르지 않을테죠.
입으로는 아무리 “널 챙긴다”하지만
사실 챙기는 마음은 입이 아닌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걸 받는 사람,
주는 사람은 서로가 느끼죠.
나에게 시부모님이 인색하게 하시니
내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님에도
나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나는 시부모님과
사이가 좋은 편이지만
시부모님이 날 그렇게 아낀다는
느낌도 없고, 시누이가 오면
비싼 고기로 요리를 하시는
시어머니가 우리 부부만 초대하실 때는
마당에서 나는 재료를 이용하시죠.
예를 들면 사과나무에서 떨어진
사과에 밀가루를 이용해서 만든
사과 파이라던가, 마당에서 난 호박으로
만든 호박 스프 같은 음식.
멀건 호박스프랑 사과 파이 한쪽이
사실 한국인인 며느리는 부족합니다.
디저트라면 모를까 한끼 식사는
절대 안되는 종류의 음식이죠.
먹어도 배가 안 차게 음식을
차려 내실 때마다 들었던 생각.
“우리에게 요리 해 주시는 것이 아까우신가..”
시어머니가 비싼 재료로
요리를 하시면 나도 비싼 재료를
사서 요리를 하겠지만,
매번 저렴한 재료로 음식을
해주시니 나도 받은 만큼
해드리고 싶었나 봅니다.
재료가 어찌됐건 간에 마눌은
시부모님께도 드릴 한끼를
하느라 엄청난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감자는 삶아서 뜨거울 때 썰어
슈니첼과 찰떡 궁합인 감자샐러드를
만들고, 건강에 좋은 양배추에는
당근을 썰어 넣어 함께 살짝
절여놨다가 마당에서 주어온 사과를
채 썰어 넣어 그릭요거트
드레싱으로 마무리.
감자샐러드는 동네 슈퍼마켓의
“구해줘 박스”에서 나온 녀석들로 해결.
https://jinny1970.tistory.com/3867
손이 큰 아낙이라 샐러드 2종을
10인분씩 만들다 보니 마당에서
나는 토마토&파프리카 샐러드는
할 시간이 없어서 패스했죠.
장보고 와서 9시 30분에
시작한 요리는 점심시간인
12시를 30분이나 더 넘겨서 완성.
음식을 해서 갖다 드려도
기분 좋게 받으시기보다는
“너무 많다”로 내 기분을
상하게 하시는 시부모님이시라
적당히 갖다 드렸습니다.
소고기 슈니첼 한 개와
돼지고기 슈니첼 2개를 접시에 담고,
감자샐러드 & 사과&
양배추 그릭요거트
샐러드는 샐러드 볼에
2종을 함께 담아서 배달.
시부모님과 남편에게
슈니첼 점심을 갖다 바치고
나 혼자 먹는 점심.
음식 하느라 주방이 개판이 됐지만,
일단 고픈 배는 채워야 하니
주방에 앉아서 유튜브 앞에 놓고
슈니첼을 꾸역꾸역 먹고있는
마눌에게 남편이 빈 접시를 가지고
와서는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는듯 합니다.
밥 먹고 있는 마눌 옆에 와서는
마눌의 머리를 자기 배에 묻기도 하고,
두 손으로 마눌의 얼굴을 잡고는
수염 난 얼굴로 부탁하지 않는
뽀뽀를 하고, 괜히 마눌의
어깨를 툭툭 건들어 봅니다.
마눌이 잘 때 마눌의 머리를 안고
애정표현을 하는 것처럼,
남편은 이번에도 마눌에게 와서
감사인사를 합니다.
이왕에 하는 감사인데 입으로 하고,
주머니(돈?)도 조금 보태면
마눌 기분이 째질테지만,
무뚝뚝한 남편이 그나마 온몸으로
감사인사를 해오니 그것도 감사.
한집에 살고있는 시부모님의
한끼를 책임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며느리의 도리라고
생각해서 한 행동이었지만,
그래도 감사하다고 표현하는
남편 덕에 나는 “꽤 좋은 며느리”라는
착각을 하고 행복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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