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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가 도와준 사람, 나를 도와준 사람들

by 프라우지니 2024.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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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로 돌아올 때

내가 가져온 것은 25kg짜리

트렁크 2개에 10kg 정도의 배낭하나.

 

유럽으로 여행이나 짧은 휴가를 오는

사람들은 몸과 마음, 짐까지

가볍게 오는 길이겠지만,

유럽에 사는 생활인들은

이민 가방까지는 아니지만 가방이

미어터져라 뭔가를 꽉꽉 채워서 오죠.

 

원래 유럽행 일반석은

23kg짜리 캐리어 하나만 가능하지만,

나는 대한항공 모닝캄 멤버라

23kg 캐리어 하나가 추가로 무료.

그렇게 캐리어 2개를 챙겨올수가 있었죠.

 

 

가져갔다가 가져온 고무카약과 악세사리들

 

(대한항공의 경우) 직원이 있는

첵인카운터 였다면 허용

무게가

23kg지만 온라인으로 첵인하고

직접 짐을 붙이는 곳에서의

허용 무게는 25kg.

 

캐리어가 2개이니 짐의 무게는

도합 50kg지만 그 중에 20kg정도는

우리가 오스트리아에서 가져갔던

고무 카약의 무게.

 

뉴질랜드에서도 사실 몇 번 타지

않으면서 매번 보트를 챙겨가는

남편이 이해되지 않지만,

다음 번에는 뉴질랜드에서 사서

사용하는 걸로 합의를 봤으니

이번까지만 참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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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언니가 공항까지 배웅을

나오면서 캐리어 하나는 책임져주어

나는 배낭을 메고 캐리어 하나만

끌면되니 공항 가는 길이 나름 수월했고,

 

오스트리아 공항에 도착해서도

공항 내에 있는 카트에 캐리어를

2개 올려서 끌면되니 공항내 이동은

어렵지 않은데 내가 가장 고민스러운

구간은 기차를 타야 하는 구간.

 

기차를 타려면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여자 혼자 25kg 트렁크 2개를

올리는 것은 무리.

 

 

내가 들고 타야했던 25kg 캐리어 2개.

 

백인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Lady first”인데 도와달라고 하면

주변의 백인남성들이 다 도와주는데

뭔 문제여?” 하실수도 있지만,

백인남성들이 다 영화에 나오는

젠틀맨들도 아니고!

 

괜히 어설프게 도와달라고 했다가

인종차별적인 말이라도 듣는다면

상하는 것은 내 기분이니 가능한

내가 해결하는걸로!

 

기차역에 앉아서 어떻게 내 무거운

트렁크를 기차에 어떻게 올리는 것이

좋을지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일단 모든 사람들이 다 기차에 오를 때까지

기다린후, 나 혼자 트렁크를 하나씩

기차에 올린 후에 내가 예약한

자리까지 가는 걸로!

 

 

할매 궁디를 열심히 밀어드렸던 맞은편 열차.

 

공항 도착 후 집으로 오는 기차는

대충 2시간 정도의 여유를 두는

남편 덕에 린츠를 지나가는

잘츠부르크행 열차를 기다리다가

보게 된 장면 하나.

 

한 금발 (외국인)여성이 여행 트렁크와

휠체어를 끌고 와서는 트렁크를

일단 기차에 싣는가 했더니만,

자신도 기차를 탄 후에 기차 위에서

휠체어에 앉아 계시던 할매를

기차 위로 끌어올리는데,

멀리서 보니 다리에 힘이 없는

할매는 기차의 계단에

주저앉을 수 있는 상황.

 

그 상황을 나만 보고 있는 건 아닌데

아무도 도와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인지 모두 그냥 구경중.

 

내가 요양원에서 일하지 않았었다면

나도 지켜만 봤을텐데..

 

할머니의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으면 계단에서 굴러

골절사고로 이어질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드니 의자 옆의

내 짐을 잠시 두고 얼른

할매쪽으로 갔습니다.

 

여기서 잠깐!

 

유럽에서는 자신의 짐이라고

해도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내 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죠.

 

 

내 기차는 18:33 잘츠부르크행 기차

 

할머니가 계신 쪽으로 가면서

내 짐이 사라질까 걱정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내가 있는 곳은 비엔나 공항의

기차역이고, 역 안에 있는 사람들이나

오가는 사람들도 많지 않으니

나름 안전한거라 순간

잽싸게 판단을 했죠.^^

 

계단의 아래쪽에서 할매의

오른쪽 궁디와 왼쪽 둥디에

내 두손을 올려서는 힘껏 밀었는데,

할머니는 자꾸 몸을 밖으로

기울이시는 것인지..

생각보다 할머니의 무게가

꽤 무겁게 느껴집니다.

 

나는 뒤에서 열심히 밀고,

위에서는 할매의 손녀가 열심히

잡아당기며 계단 위로 발을 떼려고

하는거 같은데, 할매의 발을 한 계단

위로 올리는 것은 무리인 상태!

 

한 손으로 할매의 궁디를 밀면서

잽싸게 다른 손으로 계단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할매의 발을

잡아서는 계단 위에 올려드리니

계단을 다 올라가신 할매는

그제야 균형을 잡으십니다.

 

할 일을 끝난 나는 후딱 내 짐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서는

다시 할매쪽을 보니,

할매의 손녀가 아직 기차 밖에 있던

할매의 휠체어를 가지고 올라가서는

어정쩡하게 서 계신 할매를

휠체어에 앉혀드립니다.

 

 

 

드디어 할매의 기차 오르기

작전은 끝이 났네요!

 

할매가 타신 기차는 떠나고

이제는 내가 기차를 탈 차례.

 

기차가 서자마자 사람들이 다

기차를 타려고 몰려는데,

나는 젤 마지막에 타려고 트렁크

두개를 입구로 가지고 가서는

대충 사람들이 탄 다음에 타려고

기다리려고 했었는데..

 

기차를 타려고 서있던 사람들 중에

한 남자가 내 옆에 있던

트렁크 하나를 가지고 기차를 탑니다.

 

보기에도 무거운 가방이니

자신이 타면서 위로 올려준 것이죠.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도움을 받았으니 일단 큰소리로

감사인사 하기.

 

“Danke schoen 당케 쉔

 

나는 이제 트렁크 하나만 가지고

타면 되니 조금 수월하겠다 싶었는데,

그 바로 뒤에 기차를 타던 남자가

남은 내 트렁크를 가지고 올라갑니다.

 

나는 다시 당케 쉔

 

나는 이렇게 내 무거운 트렁크 2개를

타인의 도움으로 가볍게 기차에

싣었고, 린츠역에서 내릴 때도

트렁크중 하나는 나와 같이 린츠 역에서

내리는 남자가 내려줘서 나는 수월하게

2개를 기차에서 내릴 수 있었죠.

 

 

 

서울에서 출발할 때부터 걱정했던

무거운 트렁크를 기차에 올리고

내리는거였는데, 나는 이렇게 쉽게

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내가 할매를 도와드릴 때

무의식중에 내 몸이 나갔듯이

연약한(진짜?) 여자가 자기

몸만한 트렁크 2개를 가지고

기차를 타고 내리니 내 옆에 있던

남자들도 무의식중에 내 가방을

기차에 실어주고, 또 내려준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 나의 생각!

 

내가 할매를 도와드릴 때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보자면 나는 내가

베풀었던 친절을 보상받은 듯한 오늘.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수 있어서 감사하고,

또 누군가의 도움이

감사한 날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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