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거절한 남편의 BBQ 점심

 

 

세상의 모든 서양인들이

다 고기 구워먹는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남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마당에서 고기를 굽습니다.

 

장을 볼 때도 바비큐를

해 먹을 고기를 따로 장만할 정도로

바비큐를 사랑하는 남편.

 

우리 집 냉동고에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에

칠면조 고기까지 바비큐용으로

큼지막하고 두툼하게 썰어서

얼려놓은 고기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남편은 환장하는 바비큐인데,

사실 한국인 마눌은 바비큐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고기에 소금, 후추와 허브를

발라서 굽는 고기는 퍽퍽하고

사실 맛도 별로 없습니다.

 

평소에도 좋아하지 않는 바비큐인데,

지난번에 점심 먹을 준비하다가

집 나간 적이 있는 마눌은

앞으로는 절대 바비큐를 먹지

않을 거라고 다짐까지 했었죠.

 

https://jinny1970.tistory.com/3822

누구의 잘못일까?

 

한동안 조용하다 싶었는데,

할 일 없는 주말에 뜬금없이

냉동고에서 고기를 꺼내놓는

남편.

 

마눌에게 미리 예고도 없이

고기를 굽겠다는 이야기죠.

 

시부모님께는 미리

고기를 굽겠다고 이야기

했는지는 모르겠고,

마눌은 나와있는 고기를 보면서도

모르는 척 했습니다.

 

고기를 양념하는 것도,

바비큐한 고기와 함께

먹을 냉동 감자를 오븐에 넣어서

굽는 것도 할 의지가 없었고,

또 며칠째 마당에서 만나도

며느리를 안면 까시는

시어머니가 샐러드를 만드시는지

확인하라는 남편의 요청은

“안 들려요.’로 해결.

 

 

아침으로 먹은 녹두죽 (?) 과 2 종 김치 .

 

느지막이 일어나 10시경에

냉장고에 있던 삶은 녹두를

해결할 생각으로 물을 부어

녹두죽을 만들어 김치와 함께

먹어서 배가 든든한 상태라

정오에 점심을 먹을 생각도 없었고!

 

무엇보다 날 불편하게 하는

모든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아들이 바비큐를 하면 보통은

시어머니가 샐러드를 하시지만,

시어머니가 샐러드를

만드시는지 확인을

하는 것도 싫었고!

 

남편이 꺼내놓은 고기 3 종 .

 

고기 양념하고 오븐에

냉동 감자를 넣었다가

고기가 구워지는 시간에 맞춰서

감자 구이를 시부모님 댁에

가져다 주는 것도 싫었죠.

 

얼마 전에 날 화나게 했던

그런 상황을 피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고,

무엇보다 더 중요한 건

내 배가 많이 부르다는 것.

 

남편이 냉동 감자를

오븐에 넣고, 고기 양념하고,

숯에 불을 지피는 걸

나는 구경만 했습니다.

 

 

 

내가 먹을 생각이 없으니

할 필요도 없어서 남편이

궁시렁 거리거나 말거나

무시하기.

 

남편은 감자를 넣어놓은

오븐이 있는 주방과

고기를 굽고 있는 마당을 오가면서

혼자 부산스러웠지만,

마눌은 손하나 까닥 안하고

침대에 누워서 TV보기.

 

점심을 안 먹겠다는 마눌에게

화가 난것인지 방에 들어와서

한마디 던지는 남편.

 

“엄마가 테이블에 세팅하고 있던데,

가서 당신은 점심 안 먹겠다고 해.”

 

남편의 마눌에게 이런 말을

하라고 하면 마눌이 그냥

점심을 먹겠다고 할 줄

안 모양이지만,

마눌은 이 말을 듣자마자

얼른 엄마네 주방에 가서는

”엄마, 나는 점심 안 먹어.”하고는

테이블에 이미 세팅이 되어있던

내 접시를 얼른 치우고

엄마네 주방을 탈출했죠.

 

주말이라 비엔나에 사는

시누이도 점심을 먹을쯤에

도착한 거 같았는데,

옆집에서는 시부모님과

남편, 시누이가 점심을 먹거나

말거나 나는 방에 누워서

편안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평소의 나라면

내가 점심을 먹지 않아도

가족을 위해서 점심을 준비했겠고,

내 배가 고프지 않아도 같이

앉아서 먹는 시늉까지 했겠지만..

 

내가 그런다고

나의 정성(?)을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사실 내가 그렇게

착한 인간형도 아니니

오늘은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기.

 

앞으로도 남편이

바비큐를 한다면 전처럼

그렇게 앞에 나서서 열심히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내 화가 제대로

풀릴 때까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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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서 하는 바베큐는 아주 소박합니다.

 

https://youtu.be/MfsAvo5Rlyg